- 입력 2024.04.24 05:55
은둔기간 길고 나이 들수록 맞춤형 프로그램 수용능력 약화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고립·은둔 생활자는 9세 이상 24세 이하 청소년과 25세 이상 청년은 물론 중·장년 등 모든 연령층에서 발생한다.
이들은 사회기술이 부족하다. 사회기술은 다른 사람과 적절한 관계를 맺거나 의사를 소통하는 역량을 말한다. 영유아기는 자녀와 부모와의 상호작용이 사회기술을 익히는 첫 단계이다.
대체로 타인의 정서적 욕구나 표현을 파악하는데 둔감, 반응이 느리고 무딘 편이다. 자신의 느낌 전달도 서투르다. 이런 처지에 놓이게 된 이유를 모르거나 부인하기도 한다.
각종 갈등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나타난 좌절감을 부모의 부적절한 양육방식 결과로 돌리며 절망감을 드러내기 일쑤다. 정서적 지지와 사랑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자기합리화하기도 한다.

◆고립은둔 5명 중 1명, 청소년기 은둔 시작
보건사회연구원이 2023년 3월부터 11월까지 고립은둔 청년을 대상으로 심층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 중 24%는 청소년기에 은둔이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22년 전체 학업 중단 학생 5만2981명 중에서 중·고교 단계가 2만3981명으로 전체의 45%를 차지했다.
고립은둔은 한 번 발생하면 반복되거나 장기화될 우려가 크다. 선제적 개입과 지원이 중요하다. 부모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기에 위험징후군을 빨리 찾아내 상담교사와 학교복지사의 관심 속에 관련 전문기관의 서비스를 조기에 받도록 해야 한다. 자칫 사춘기 특성으로 혼동, 필요한 지원을 제때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사회적 이해도를 높이는 노력이 요구된다.
고립은둔 상태에 들어간 사람의 나이가 어릴수록 맞춤형서비스를 받아들일 확률이 높다. 은둔기간이 길어지고 나이가 들수록 수용능력은 약화된다. 외부와 접촉을 끊고 자신이 만든 껍질 속에 숨게 된다.
부모 중 한 명이 가출, 이혼, 사별했거나 어려운 경제형편 등으로 가정이 위기에 처한 학생 중에서 좌절감이나 따돌림에 괴로움을 호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오상빈 광주광역시 동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은 잠재적 위험이 높은 학생으로 ▲친구가 한 명이거나 없어 점심시간에도 혼자 식사 ▲집에서는 별 불편함이 없는데 학교를 가면 아프거나 숨쉬기 어려움 ▲자신이 무가치하고 강점이나 장점도 없다고 표현 ▲자신의 미래 직업에 대해 구체성은 물론 방향성까지 없음 ▲사회적 관심도가 낮고 이성에 아무런 관심 없음 ▲자신에게 주어진 학업에 대해 회피 선택 등을 손꼽았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채 기초 학력 수준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고립은둔 상태에서 벗어난다해도 장차 직업교육 이수와 취업이 힘들어진다.

◆여가부, '고립·은둔 청소년 원스톱 패키지' 시범사업 실시
2022년 현재 학업 중단을 사유로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꿈드림센터)에 정보가 연계된 청소년은 약 3만3000명이다. 이중 미등록된 인원은 1만6000여명에 달한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4월 고립은둔청소년을 특별지원대상에 포함시키는 법률적 근거를 마련한데 이어, 지난 3월부터 전국 12개 꿈드림센터에 총 36명의 전담인력을 배치해 '고립·은둔 청소년 원스톱 패키지'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중학교를 그만둔뒤 3개월 넘도록 등록하지 않은 청소년과 해당 가구를 대상으로 전담 상담사가 유선전화, SNS, 가정방문 등으로 고립은둔 여부를 파악, 확인되면 맞춤형 지원체계로 연계한다.
꿈드림센터는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2023년 개발한 '은둔 청소년 스크리닝 척도'를 활용, 진단한뒤 1대 1 전담 사례관리사가 전문 상담을 제공한다. 위기군 중 자살 시도, 자해 등으로 적신호가 켜진 고위기 청소년을 대상으로 전국 240개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집중심리클리닉 서비스를 펼친다. 이를 위해 올해 전담인력 105명을 새로 배치한다.
다만 이 정도 수준의 인력 투입으로 수준 높은 서비스 제공은 불가능하다. 생색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자존감 얻도록 부모·교사 '칭찬·격려' 필요
정신적 장애가 없거나 경계성 지능인이 아니라면 어떤 학생도 한두가지 장점을 갖기 마련이다. 사회화를 도모하는데 필요한 인지적, 사회적 기술을 습득하는 시기인 '후기아동기'에 유능함과 자존감을 얻을 수 있도록 부모와 교사 등의 칭찬과 격려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초·중학생 중 잠재 위험군에 대한 상담과 면담, 사례관리를 통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도록 유도하고 다양한 삶의 현장을 직접 방문, 인식의 지평을 넓히도록 하는 것이 요구된다. 타인의 언어와 행동을 정확히 이해하는 훈련, 아침 7시 기상과 밤 10시 취침 등 규칙적 활동으로 전환하는 훈련도 바람직하다.
오상빈 센터장은 "고립은둔생활자와 가족은 현실을 인정하고 감정을 구체적으로 전달하면서 수용과 존중에 중점을 둔 긍정적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며 "은톨이는 대인관계, 감정조절, 자기주장 훈련에 집중하고 부모는 자조모임 참석을 통해 정보교류와 정체감 형성, 안전감을 느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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