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9.02 14:30
유진투자증권, 2억2000만원에 여의나루역 낙찰
시중은행 전환 iM뱅크, 종각역 역명병기 후보 거론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서울교통공사가 경영난 해소를 위해 시행 중인 지하철 '역명병기 유상판매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고객은 국내 금융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 지하철에서 부역명을 사용하고 있는 금융사는 ▲우리금융(명동) ▲KB금융(샛강) ▲하나은행(을지로입구) ▲신한카드(을지로3가) ▲BC카드(을지로4가) ▲신한투자증권(여의도) ▲애큐온저축은행(선릉) ▲KDB산업은행(국회의사당) 등이다.
특히 서울 2호선에는 을지로입구-을지로3가-을지로4가로 이어지는 3개 역 모두 금융권 부역명이 붙었다.
역명병기란 역세권 다중이용시설의 주요 명칭을 본래 역명과 병행 표기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들은 자사 가치와 인지도 향상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이를 활용하고 있다. 사용기간은 3년이며, 재입찰 없이 한 차례 더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

◆유진투자증권, 5호선 여의나루역 깜짝 입찰 성공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서울교통공사가 10개 역을 대상으로 진행한 부역명 공모에서 5호선 여의나루역을 2억2000만원에 제시하며 최종 낙찰받았다.
먼저 역명병기는 역에서 반경 1km 이내에 위치한 기관이어야 선정될 수 있다. 5호선 여의나루역에서 유진투자증권 사옥까지의 거리는 약 565m로 이 조건을 충족했다.
또한 역명병기는 입찰에 참가한 회사가 다수일 경우 응찰 금액이 높은 기업이 선정된다. 이번 여의나루역 역명 병기는 입찰에만 4개 회사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진투자증권은 입찰 기초금액이었던 1억2513억원보다 두 배가량 높은 금액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 끝에 여의나루역 부역명을 가지게 됐다. 이로써 '증권 메카'로 불리는 여의도와 여의나루역 부역명은 각각 신한투자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이 차지했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회사 브랜드 가치 제고와 기업 인지도 향상을 위해 역명병기를 진행하게 됐다"며 "표기 시기는 오는 10월이나 세부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SC제일은행 입찰 안 한 종각역, 이번에도 금융사가 가져갈까
이번에 서울교통공사가 실시한 부역명 판매사업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건 단연 성수역을 사들인 'CJ올리브영'이었다.
올리브영은 성수동 인근 '팩토리얼 서울' 건물에 대형 매장 오픈을 앞두고 10억원에 부역명을 따내면서 2호선 성수역이 최근 떠오르는 '핫플'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밖에 하루플란트치과의원도 2호선 강남역을 11억원에 낙찰받으면서 역대 최고가 기록을 새로 작성했다.
다만 모든 역이 입찰에 성공한 건 아니었다. 2·4호선 사당역을 비롯해 삼각지·노원·신림·답십리·종각역 등은 부역명을 사용할 주인을 찾지 못하고 유찰됐다. 서울교통공사는 유찰된 역들에 대해 추후 재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 중 눈에 띄는 역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종각역이다. SC제일은행은 지난 2017년 1호선 종각역 역명 유상병기 사용계약을 체결한 뒤, 2020년 한 차례 계약을 연장하며 총 6년간 이 역의 부역명으로 안내됐었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이번 역명 병기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건 맞다"면서 "이미 충분한 홍보 효과를 누린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아직 재입찰 여부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사실은 없다"고 전했다.
종각역 부역명에 입찰할 만한 새 후보로는 올해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iM뱅크(옛 대구은행)가 거론된다.
iM뱅크 본점은 대구에 자리 잡고 있지만, 시중은행으로 전환에 따라 DGB금융지주가 홍보 차원에서 서울영업부가 위치한 종각역의 부역명을 구입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현재 수도권 1호선 전동차를 타고 종각역을 지나가다 보면 "이번 역은 종각, iM뱅크 역입니다"라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있다. 다만 DGB금융 관계자 역시 부역명 재입찰 여부에 대해 "아직까지 계획된 건 없다"고 짧게 답했다.

◆저조한 '부역명' 판매에도…금융권 "홍보 효과 탁월"
이처럼 금융권 전반에서 지하철 부역명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음에도 서울교통공사의 역명병기 사업 자체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지난 3년간 역명병기 신규 계약 건수를 보면 2022년 20건에서 2023년 14건, 2024년 4건(8월 기준)으로 해마다 감소했다. 최근 실시한 입찰에서도 사당역을 비롯한 6개 역이 부역명의 주인을 찾는 데 실패했다.
최근 이경숙 서울시의원은 서울교통공사의 역명병기 사용료 수입이 연평균 23억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이 의원은 "대다수 입찰이 단독입찰에 따른 수의계약으로 서울교통공사의 부대 수입 극대화에 기여할 수 없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일각에서는 해당 사업 자체가 공공성을 저해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금융권이 적극적으로 부역명을 따내려는 이유는 유동 인구가 많은 지하철역 특성상 홍보 효과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을지로나 여의도의 경우 금융권 입장에서는 상징적인 위치이기에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의도역 부역명을 사용 중인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역사 지하와 연결된 TP타워로 사옥을 이전하면서 홍보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게됐다.
신한투자증권은 2022년 5호선, 2023년부터 9호선 여의도역 역명병기를 사용 중이다. 최근에는 역사 내부에 문화공간 '쏠(SOL) 스테이션'을 오픈하며 신한투자증권 브랜드를 담은 포토존을 만들었고, 실시간 국내·외 주요 주가지수를 화면을 통해 제공하기도 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대한민국 금융 중심지 여의도에 신한투자증권을 지속 노출함으로써 '여의도 하면 신한투자증권'을 떠올릴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