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1.20 23:00
보편·징벌 관세, IRA-반도체법 폐지·수정 등 취임직후 행정명령 예고
정치공백 현실화에 국내 기업에 악영향 불가피…위기 극복방안 시급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20일(현지시간) 취임식을 갖고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한다. 지난 2017년 45대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2020년 대선 패배 불복종, 2021년 의사당 폭동 등 사법리스크를 극복하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시작되는 것이다.
4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는 취임식 연설에서부터 그간 제시한 공약의 구체적 이행 방안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보다 강력해진 미국 우선주의를 공언해 온 그는 보편적·징벌적 관세 부과 강화, 불법 이민자 추방 등 이민 정책 강화, 인플레이션감축법(IRA)·반도체지원법(CHIPS Act) 개정·폐지 등 적어도 40여 개의 행정명령을 취임 직후 서명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해왔다. 외신들도 대선 과정에서 '취임 당일 하루는 독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트럼프가 이날 이민자 문제를 시작으로 경제, 통상, 에너지, 대외정책 등에 대한 100여 개의 무더기 행정명령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트럼프가 취임 첫날부터 강경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각국은 물론 국내 경제·산업계도 이를 경계하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의 대응이 여러모로 부실하다는 데 있다. 트럼프가 자국 우선주의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급선무인데 대통령 리더십 공백으로 '정상급 빅딜' 등이 어려운 상황에 내몰려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 정부와 정치권에서 취임식에 입장하는 정부 인사는 조현동 주미대사가 유일한 것으로 전해진 것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를 보여준다.
◆취임식 '북극 한파'로 실내에서 거행…기념행사는 나흘간 진행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은 20일 낮 12시(한국시간 21일 오전 2시) 워싱턴 D.C. 미 의사당 중앙홀(Rotunda)에서 열리고, 기념행사는 지난 18일부터 오는 21일까지 나흘간 진행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공군기를 이용해 워싱턴 D.C.에 입성했으며,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위치한 자신의 골프클럽에서 리셉션을 열고 불꽃놀이 등 축하 파티를 열었다.
19일에는 워싱턴 근교 알링턴 국립묘지 무명용사 묘역을 찾아 헌화했다. 오후에는 백악관 인근 대형 체육관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승리 집회'에 참석해 연설을 했다.
취임식은 당초 내셔널몰로 연결되는 의사당 앞 야외무대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북극 한파'로 인해 실내로 변경됐다. 대통령 취임식이 실내 중앙홀에서 열린 것은 역대 두 번째다. 지난 1985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취임식 이후 40년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에 앞서 성공회 예배에 참석한다. 취임식 이후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인사를 한다. 이어 의회 오찬, 스타라이트 무도회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오는 21일에는 국가 기도 예배를 진행한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은 당초 25만명이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실내로 장소가 바뀌면서 2만여 명 규모로 참석자가 줄었다. 이에 미 정부 주요 인사들과 상·하원 의원, 세계 주요 국가 대표들만 입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등 친분이 있는 인사에게 취임식 초청장을 보냈다. 시 주석이 불참하는 대신 한정 국가부주석이 특사 자격으로 참석했다. 일본에서는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이 초대받았다.
한국에서는 정부 대표로 조현동 주미대사가 실내 취임식에 초청됐다. 이외 정용진 신세계 회장,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참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석기 외교통일위원장,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등으로 꾸려진 방미단은 실내 취임식에 초청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 첫날 행정명령 100건 예고…"급진적 워크(woke) 이념 퇴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100건에 이르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서 미 폭스뉴스 등 외신은 소식통을 인용하며 이같이 예고한 바 있다. 이 명령에는 국경 보안, 대규모 이민자 추방, 정부 다양성 이니셔티브 철회, 석유 및 가스 생산 증대, 정부 관료 교체 등 정책이 포함된 것으로 보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워싱턴 D.C. '캐피털 원 아레나'에서 열린 '마가 승리 집회' 연설에서도 자신의 대선 캠페인의 핵심 공약을 신속하게 이행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미국 국민들은 신뢰를 주었고, 그 대가로 우리는 미국 역사상 가장 좋은 첫날, 가장 큰 첫 주, 가장 특별한 첫 100일을 돌려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장 먼저 이민 공약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국경에 대한 침략을 저지할 것"이라며 "취임사에서 소개할 국경 보안 조치는 우리 국경을 보호하기 위한 세계에서 가장 공격적이고 광범위한 노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베네수엘라 갱단인 트렌 데 아라구아 조직원들을 미국에서 퇴출할 것"이라고도 했다.
바이든 정부의 정책을 뒤집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우리는 실패하고 부패한 워싱턴 정치 기득권, 실패한 행정부를 끝낼 것"이라며 "모든 것을 되돌릴 것"이라고 했다. 또 "바이든 행정부의 급진적이고 어리석은 행정명령은 취임 선서를 하면 수 시간 안에 전부 폐기될 것"이라며 "내일 취임 후 몇 시간 안에 정확히 말하면 100개에 가까운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정책 공약 이행도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부를 되찾고 발아래에 있는 액체 금(석유)을 해제하겠다"며 "우리 도시에 법과 질서를 회복하고, 우리 학교에 애국심을 다시 고취하고, 우리 군대와 정부에서 급진적인 '워크(Woke)' 이념을 퇴출시키겠다"고 했다.

◆고율 관세 부과 예고에 분주…한국, 정치 공백 어쩌나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해 온 고율 관세 부과 여부에도 이목이 쏠린다. 이에 세계 각국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한국은 대통령 탄핵 정국에 정치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월 당선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마약과 불법 이민 문제를 이유로 취임 당일 멕시코와 캐나다에 각각 관세 25%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에도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적 관세를, 중국산 제품에는 60% 추가 관세 부과한다고 대선 기간 중 공언해 왔다.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즉각 움직였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마약류 반입 및 불법 이민자 단속을 위한 국경 강화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중국을 겨냥한 소량 수입품 규정 강화, 모조품 불법행위 단속 방안 등도 내놓았다. 멕시코에서의 생산과 소비를 늘리고 생산성을 증대하기 위한 '멕시코 플랜'도 발표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플로리다 마러라고 사저로 날아가 항의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겪다 집권 9년 만에 사퇴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통화에서 두 정상은 무역 균형, 펜타닐, 틱톡, 대만 등 문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체제에서 대미 경제외교에 전방위 채널을 가동하고 있지만, 대통령 리더십 공백으로 '정상급 빅딜' 등이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 각국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반면 우리는 당분간 두 손 놓고 기다려야 하는 지경에 내몰린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업계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변화에 주목하고, 국내 기업의 미국 경제 기여도를 활용해 적극 설득해 나가는 동시에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정부의 IRA 추진 이후 한국기업들의 미국 진출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미국 전역에 많은 거점을 확보했다"며 "IRA를 축소 혹은 폐지할 경우 공화당의 텃밭도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만큼 미국 진출 기업들과 정부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계 무역 질서가 WTO(세계무역기구) 다자주의 체계에서 1대 1 양자주의 체제로 바뀌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국내 경제도 글로벌 경제 연대, 해외투자, 소프트웨어 중심 등 수출 주도형 모델 보완, 해외 시민 유입을 통한 내수 확대 등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