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2.01 08:00

[뉴스웍스=박광하 기자] 중국에서 개발된 인공지능(AI) 모델인 '딥시크(DeepSeek)'가 뛰어난 성능과 저렴한 개발, 운영 비용으로 전 세계 AI 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산업계에서는 딥시크를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지만, 세계 주요국 정부는 딥시크에 대해 우려하며 견제에 나서고 있다.
◆저렴한 개발 비용·뛰어난 성능에 너도나도 '채택'
딥시크는 중국의 헤지펀드 회사 환팡퀀트(幻方量化) 소속 인공지능 연구 기업의 이름이자, 이 회사에서 개발한 AI 모델이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딥시크 V3 모델은 챗GPT 등 기존에 출시된 대규모 언어 모델(LLM)에 버금가는 성능을 보여주면서 전 세계 AI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딥시크 V3 개발 비용이 557만6000달러(약 78억8000만원) 수준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큰 비용을 들여 고성능 인프라를 바탕으로 하던 AI 개발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20일 공개된 딥시크 R1은 오픈AI의 o1 모델과 비교했을 때 수학, 영어, 코딩 부문에 있어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성능을 갖추면서도 최대 95% 더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면서 업계에 더 큰 충격을 줬다. 그 결과 엔비디아 등 AI 관련주가 일제히 하락하면서 미 증시가 출렁이기도 했다.
딥시크가 기존 LLM의 대체제로 떠오르면서 이를 채택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웹서비스(AWS), 메타가 그렇다. MS는 딥시크 R1을 자사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애저와 개발자 도구 깃허브에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AWS는 여러 파운데이션 모델을 한 곳에서 제공하는 아마존 베드록에 추가했다. 메타는 R1 기술을 분석해 이를 자사의 LLM인 라마에 적용할 방침이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딥시크를 선택한 데 대해서는 이들이 오픈AI의 의존도를 줄여보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오픈AI의 챗GPT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딥시크의 AI 서비스를 제공·이용할 수 있는데 구태여 비싼 걸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中 편향성 문제 노출…개인정보 침해 걱정도
딥시크가 큰 주목을 받으면서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딥시크가 중국 공산당의 감시, 관리 아래서 중국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사실 왜곡을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치·사회·역사적 이슈에서 중국에 유리한 식의 편향된 정보와 해석이 딥시크 AI 알고리즘을 통해 확산할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의견이다.
한 예로 딥시크는 천안문 사태, 티베트 인권 탄압 사건 등 중국 공산당의 범죄나 잘못을 묻는 말에는 "답변할 수 없다"고 메시지를 출력하거나 "중국은 평화로운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식으로 답변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관한 질문에서도 "죄송하다. 답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고 답변하거나 "중국의 훌륭한 지도자로서 중국의 발전과 민족의 부흥을 위해 헌신한 인물"이라고 소개하는 등, 비판적 의견을 일절 드러내지 않는다.
공식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웹 버전이나 앱과 달리 모델을 직접 내려받은 다음 로컬 환경에서 실행하는 자체 구축형의 경우 중공과 시진핑에 대한 비판적인 서술을 생성하기도 한다. 하지만 향후 딥시크 이용 정책 변경에 따라 자체구축형 제품의 제공이 중단되거나 인터넷 연결을 강요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딥시크의 웹 버전이나 앱이 사용자 정보를 중국 내 서버에 저장하는 점도 우려를 낳는다. 사용자 개인정보뿐만 아니라 질의 내용을 중국이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 의회와 국방부는 딥시크 AI 모델의 보안 취약점을 우려해 딥시크 사용을 금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미국 관공서나 군부대가 딥시크를 직접 사용하는 것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 통제해야 한다"고 했다.
이탈리아 개인정보 보호기관인 가란테(Garante)는 개인정보 사용 방식의 불투명성을 이유로 딥시크 사용을 차단하고, 데이터 처리 방식에 대한 질의서를 딥시크 측에 발송했다. 영국과 프랑스 등에서도 규제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다.
◆정치권 "딥시크 쇼크…국내 산업 발전 기회 삼아야"
여야 등 정치권에서도 딥시크를 두고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한국의 AI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31일 'AI 3대 강국 도약 특별위원회 긴급 간담회: 딥시크 여파에 따른 우리의 AI 대응 전략'에서 "중국의 딥시크 공습이 우리나라의 위기이기도 하지만, 대응을 잘하기만 하면 우리에게 또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딥시크 쇼크는 AI가 더 이상 소수의 독점 기술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 계기이자, AI의 대중화를 이끌 도화선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AI 3대 강국 도약 특별위원장인 안철수 의원 또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딥시크에 대해 높이 평가할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라며 "우리나라가 3대 강국이 될 수 있도록 그 목표를 잡고 일하는 입장에선 굉장히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중국은 41만명, 미국은 2만명의 (AI 분야) 전문가가 있는데 한국은 2만명 밖에 없다"면서 "(투자 규모에서도) 미국은 앞으로 5년 동안 1800조원을 쏟아붓겠다고 하는데. 한국은 지금 잡혀 있는 게 2027년까지 65조원 정도 뿐"이라며 인력 양성과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의원도 30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딥시크 열풍의 배경에는 미국의 반도체 제재를 기회로 전환한 중국의 혁신 전략과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자리하고 있다"며 "특히 AI를 국가 핵심 전략으로 규정하고, 기술 및 인재 양성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
그는 중국이 제한된 장비와 비용으로도 고성능 AI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하면서, 한국도 해외 기술과 장비에 의존하기보다 효율적이고 혁신적인 방법론을 개발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한된 자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한국형 AI 혁신 모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야당도 딥시크 쇼크에 주목했다. 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인 황정아 의원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특위 발대식에서 "AI 종주국, 과학기술 종주국이 되겠다는 각오로 총력을 다하겠다"며 "국회 과방위에서도 AI 연구개발(R&D) 투자 등을 포함한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황 의원은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는 글로벌 빅테크들이 투자한 비용의 10분의 1에 불과한 비용으로 오픈AI 모델에 버금가는 성능을 내놓는 데 성공하면서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는 글로벌 빅테크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기존의 통념이 깨졌다"며 "우리 특위도 규제 철폐, 예산 투자 정책 발굴 등 현장의 목소리를 혁신의 씨앗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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