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4.03 13:01

[뉴스웍스/세종=정승양 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에 대한 25% 상호관세 부과 발표로 국내 산업의 통상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정부도 미국측 행보에 촉각을 세우며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이번 상호관세가 기존에 25% 관세 부과를 밝힌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 및 부품에 더해지는 ‘이중관세’가 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전체 한국산 제품에 적용될 이번 25% 상호관세는 EU·일본 등 국내제품과 경합하고 있는 경쟁국보다 높게 책정됐다는 점에서 국산 수출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해졌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날 백악관 경내 로즈가든에서 진행된 발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국가들의 대미관세와 미국이 산정해 향후 적용하게 될 각국별 상호관세를 나열하면서 한국에 대해서는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로 이달부터 한국에 적용될 25% 상호관세는 중국(34%), 베트남(46%), 대만(32%), 인도(26%), 태국(36%), 스위스(31%), 인도네시아(32%) 등보다는 낮다. 그러나 EU(20%), 일본(24%), 영국(10%), 브라질(10%), 이스라엘(17%), 호주(10%) 등 그간 한국과 시장 주도권을 놓고 경쟁해온 국가들보다는 높게 책정돼 한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 저하가 예상된다.
상호관세는 상대국이 부과하는 것과 동일한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로 국가별로 관세가 다르게 적용된다. 트럼프는 불공정한 무역 관행 탓에 미국의 무역 적자가 커졌다고 강조해 왔으며 이날 "한국은 50%, 사실은 50~513%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말했다. ‘50~513%의 관세’는 미국이 그간 주장해온 비관세 무역장벽 등을 감안해 산출한 수치로 해석된다.
그간 주요 외신들이 대미 무역흑자 상위 15개국을 대상으로 상호관세율을 예상하면서 한국의 경우 FTA로 관세가 거의 없고, 비관세 장벽도 가장 낮은 수준인 점을 들어 상호관세가 16%가 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지만 결국 빗나간 셈이다.
정부가 그나마 위안으로 삼는 것은 이번 상호관세가 이미 25%의 관세가 발효된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 등에 대해서는 추가로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 및 업계는 과거 사례를 주목하며 이번에 발표될 상호관세가 기존 관세에 더해지는 형태로 적용될 것으로 전망해왔다.
이 예측이 적중했다면 미국이 한국에 25% 상호관세를 적용한 뒤 미국에 수출되는 철강·알루미늄·자동차및 부품 관세율은 최대 50%라는 관세폭탄 상황에 몰리게 된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발표한 상호관세는 기존에 발표한 품목별 관세, 캐나다·멕시코 대상 관세와는 중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앞서 모든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발효했고, 3일부터는 자동차 및 주요 부품에도 25% 관세를 적용키로 한 바 있다.
하지만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 등 기존 관세 압박에 노출됐던 업종과 별개로 북미 수출량이 많은 국내 가전과 석유화학 등 타 업종들도 이번 상호관세의 영향권에 들어가면서 수출 경쟁력의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앞서 25% 관세가 적용된 철강의 경우 3월 1∼25일 대미 수출액이 2억3000만달러로, 작년보다 15.9% 줄었다.
정부는 이에따라 이번 상호 관세로 인한 충격을 줄이기 위한 대책과 미국 측과 전방위적 소통 집중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이날 긴급 TF회의를 개최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미 협상에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산업부도 오전 안덕근 장관 주재로 긴급 민관 합동 대책 회의를 열고 트럼프 2기 상호관세 부과에 대한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특히 한·미간 개별 협상을 통해 상호관세율 인하 혹은 우호적인 대우를 끌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외신에서는 "이날 발표된 관세율은 상한선"이며 "각국은 이후 나름대로 세율을 낮추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언도 나오고 있다.
협상 과정에서 알래스카 LNG 개발과 조선업 협력, 그리고 현대차의 현지 투자, 대한항공의 여객기·엔진 구매 계획 등도 협상 카드 중 하나로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상호관세에 대한 상대국들의 보복 조치로 인해 향후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성, 교역 둔화, 물가 상승 압력 등이 현실화될 경우 국제적인 수출 동력 전반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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