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성민 기자
  • 입력 2025.04.24 07:00
동원그룹 창업주 김재철(90) 명예회장이 설립 20년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투자금융지주를 방문했다. (그래픽=박성민 기자)
동원그룹 창업주 김재철(90) 명예회장이 설립 20년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투자금융지주를 방문했다. (그래픽=박성민 기자)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살아있는 장보고'로 불리는 동원그룹 창업주 김재철(90) 명예회장이 한국투자금융지주를 방문했다.

일각에서는 보험사 인수를 준비 중인 장남 김남구 회장을 독려하기 위해 회사를 찾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김 명예회장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금융지주 사옥을 찾아 저층부 전반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범동원가 계열로, 증권 중심의 금융지주다. 

참치 신화로 유명한 김 명예회장의 이번 방문이 화제가 된 이유는 이른 나이에 자식들에게 계열사 경영권을 넘겨준 뒤 특별히 경영 간섭을 하지 않았던 김재철 명예회장이 갑작스럽게 증권사 본사를 찾았다는 점이다. 사내 직원들은 김 명예회장이 얼굴을 비추자 술렁였다는 후문이다.

한국금융지주는 다시 한번 빅딜을 준비 중이다. 그동안 고민만 했던 보험사 인수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재 업계에서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 중소형 생보사를 중심으로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한국투자금융지주 관계자는 "운용 규모를 키우려는 차원이기에 생보사든 손보사든 관계 없이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결국 김 명예회장의 이번 방문은 금융사를 성공적으로 키워낸 장남 김남구 회장을 격려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이다.

김재철 명예회장에게 김남구 회장은 각별하다. 김남구 회장은 장남이지만 그룹의 비주력 사업인 금융업을 승계받았다. 결국 동원그룹 2대 오너는 차남인 김남정 회장이 차지했다. 당시 장자 승계 원칙을 깨 업계 이목을 끌었지만, 김남구 회장의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이후 20년간 승승장구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 규모를 급격하게 불리며 국내 1위 증권사 타이틀까지 따냈다. 최근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증권업계 최초로 10조원을 넘어섰다. 

김남구 회장의 승부사 기질은 김 명예회장과 판박이란 이야기도 들린다.

실제 김남구 회장이 지난 2004년 한국투자증권 인수를 시도할 때 가격을 높게 적어내자, 김 명예회장이 '안 된다'며 쓴소리를 낸 일화는 유명하다. 그럼에도 김남구 회장은 경쟁자였던 칼라일을 인수 가격 단 12억원 차로 따돌리며 한국투자증권을 품는 데 성공, 현재 한국금융지주 성공 신화의 시작점이 됐다.

동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합병 뒤 장기간 노사 갈등에 시달렸지만, 이를 극복하고 합병이 마무리되자 평소 칭찬에 인색한 것으로 알려진 김재철 명예회장이 김남구 회장에게 칭찬을 건낸 사례도 일화로 남아 있다.

한편 김 명예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최근 어린 시절 일화부터 기업 경영 중 겪었던 위기, 성공을 안겨준 사업 전략 등을 담은 에세이 '인생의 파도를 넘는 법'을 출간하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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