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5.07 16:14
기준금리 인하 속 대출자산 리밸런싱 구슬땀
성장 한계 분명…기업가치 유지 위한 대응 필요

[뉴스웍스=정희진 기자] 시중은행이 역대급 실적 순항을 이어갔지만, 성장동력인 이자이익은 정체하고 있다. 앞으로 금리인하가 시작될 것을 감안하면 수익성은 계속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은행 등 6개 은행의 1분기 이자이익 총규모는 12조309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67% 소폭 낮아진 규모로 이자이익이 정체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도 떨어지고 있다. 은행의 수익 능력은 NIM 지표가 대표적이다.
6개 은행의 1분기 NIM은 모두 전년 동기 대비 5~11bp(1bp는 0.01%) 하락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분기 1.87%였지만 올해 1.76%로 0.11%포인트 줄었다. 신한은행은 0.09%포인트 하락한 1.55%로, 하나은행은 0.07%포인트 하락한 1.48%로 기록됐다. 우리은행의 NIM은 1.50%에서 1.44%로 낮아졌으며, 기업은행은 0.11%포인트 하락한 1.63%로, 농협은행은 0.26%포인트 감소한 1.61%로 축소됐다.
그 결과 이자이익 흐름은 뚜렷한 양극화를 보였다. 증가세를 보인 은행들은 증가폭이 크게 둔화된 반면, 감소세를 보인 은행들은 대체로 전년 동기 대비의 하락 흐름을 이어가거나, 소폭 둔화된 모습이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전년 대비 각각 8.8%, 9.1% 증가했던 이자이익이 올해 1분기에는 1.7%, 2.1% 증가에 그치며 증가폭이 눈에 띄게 둔화됐다. 우리은행도 이자이익이 늘었지만, 증가폭은 2.6%에 그쳤다.
하나은행과 기업은행은 이자이익이 2년 연속 줄었다. 하나은행은 2023년 대비 1.6%, 올해는 다시 1.7% 감소했다. 기업은행은 3.2%에서 2.4%로, 감소세가 이어지긴 했지만 낙폭은 다소 줄었다.
농협은행은 2024년 1분기에 전년 대비 6.9%(1289억원) 증가한 1조9829억원의 이자이익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다시 6.9%(1370억원) 줄어들며 1조8459억원으로 후퇴했다. 숫자상으로는 증가율과 감소율이 같지만, 절대 금액 기준으로는 감소폭이 더 크다. 이 같은 실적에 농협은행은 최근 비상경영체계를 가동했다.
이처럼 은행의 호실적은 외형적 성장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마진 기반 수익성은 정체됐거나 오히려 후퇴했다.

결국 이자이익 확대만으로 수익 방어가 어렵다는 현실이 분명해지자, 은행들은 자본 여력 확보를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신한은행은 수익성과 건전성을 동시에 고려한 자산 리밸런싱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정빈 은행 CFO는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시장금리 하락으로 대출 마진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유동성 예금 확대 등 조달 비용 절감을 통해 마진율 하락을 방어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출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도 우량 기업 중심으로 확대하고 있다. 원화대출금이 321조52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4% 증가했고, 이 가운데 기업대출이 182조892억원으로 전체의 56.6%를 차지했다. 반면 일반신용대출은 4.9% 감소했다.
우리은행은 위험가중자산(RWA) 관리를 KPI에 반영하고, 전사 차원에서 수익성과 리스크 균형을 중시하는 내부 시스템을 구축해 자산 리밸런싱에 나서고 있다.
이성욱 우리금융 CFO는 "은행 전 직원이 접근 가능한 시스템을 통해 리스크 균형을 고려한 성과 관리를 유도하고 있다"며 "자본 효율성 개선을 통해 목표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조기 달성하고 주주환원 정책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의 1분기 CET1 비율은 전 분기 대비 30bp 상승한 12.42%를 기록했다.
하나은행은 순이자마진 하락 국면에서 자산 건전성과 수익성 방어를 위해 담보 중심의 대출 구조와 저비용 예금 비중 확대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1분기 기준 가계대출의 84.2%가 담보대출로 구성됐고, 핵심예금 및 MMDA 비중은 37.8%로 전 분기 대비 0.9%포인트 상승했다. 예대율은 98.7%를 기록했다.
정양석 하나은행 CFO는 "NIM 소폭 상승 가능성 있었지만, 자본비율 유지를 위해 공격적으로 운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이자 중심 모델을 유지하면서도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를 통해 CET1을 13.67%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3.06%에서 상승한 수치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소각과 함께, 1조3400억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실시해 주주가치 제고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