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5.13 18:25
영국, 철강 관세 철폐·車 관세 17.5%p↓…중국, 상호 115%p↓
전문가 "인하 여지 충분…한미 FTA 기반 협상 우위 확보해야"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고, 중국과도 관세 완화 협상을 타결하면서 한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관세 인하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별 맞춤형 무역 협상을 본격화하면서, 관세 완화 기대감과 함께 우려도 나온다.
13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8일(현지시간) 영국과의 포괄적 무역 협정을 타결하고 영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부과하던 25%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연간 10만대 한도로 영국산 자동차에 부과되던 25% 관세를 10%로 낮추는 데도 합의했다. 이는 영국의 대미 수출량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기존에는 영국산 차량에 수입차 관세 25%에 최혜국 관세 2.5%가 더해져 총 27.5%의 관세가 부과됐지만, 이번 합의로 세율이 최대 17.5%포인트가 인하된 셈이다.
영국은 그 대가로 미국산 농산물·에탄올·항공기 등 다양한 품목에 대한 시장 개방을 약속했다. 특히 영국은 롤스로이스 항공 엔진 부품에 대한 관세 면제를 조건으로, 보잉 항공기 100억달러(약 14조원) 규모를 구매하기로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개별 국가와 관세 인하를 중심으로 한 무역 합의를 체결한 것은 영국이 처음이다. 다만, 미국은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세계를 상대로 부과 중인 10%의 일률 관세는 유지할 방침이다.

이후 12일(현지시간) 미국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중국과의 협상을 통해 큰 폭의 인하를 결정했다. 양국은 향후 90일간 상호 관세를 각각 115%포인트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중국산 상품에 부과하던 최고 145% 관세를 30%로, 중국은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25%에서 10%로 낮추기로 했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는 '보편적 관세율 10% 유지'라는 원칙에 따라, 국가별·품목별로 예외를 인정하는 유연한 협상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중국산 합성마약 원료의 미국 유입을 문제 삼아 부과한 20% 관세는 유지하지만, 상호 관세는 10%만 물리는 것이다.
미 관세전쟁의 최대 표적인 중국 상품에 붙는 관세율이 큰 폭으로 낮아짐에 따라 상호 관세율이 25%인 한국은 이보다 유리한 조건을 목표로 공격적으로 협상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 한국도 자동차와 철강, 부품 등 대미 수출 주요 품목에 대한 관세 인하를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리어 USTR 대표가 오는 15~16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 참석차 방한하는 것을 계기로 한미 2+2 통상 협의에 이은 중간 점검 차원의 고위급 통상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달 한미 2+2 고위급 통상 협의에서 한미 양국은 관세·비관세조치, 경제 안보, 투자 협력, 통화(환율)정책 등 4개 분야를 중심으로 의제를 좁힌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조선업 협력을 핵심 카드로 삼고,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미국에 진출한 첨단산업을 강점으로 내세울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방위비 분담금 문제도 주요 의제로 거론됐지만, 최종적으로는 관세 협상과 별개 사안으로 분리돼 논의가 진행 중이다.
현재 미국과 협상을 진행 중인 일본도 관세 협상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미국과 영국 간 자동차 관세 인하 합의에 주목하고 있다. 그간 미국은 일본에 대해 상호 관세 14%만 협의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으나, 영국 사례를 통해 자동차 관세 조정 가능성을 확인한 셈이다.
한국과 일본은 모두 미국과의 협상에서 '조선업 협력'을 공통 전략 카드로 활용 중이다. 한국은 세계 선박 시장 점유율 2위, 일본은 3위다. 양국은 LNG운반선·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는 중국보다 기술력이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한국은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협상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영국은 지난해 미국과의 무역에서 119억달러(약 17조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한국은 557억달러(약 78조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또 한국은 정부의 협상 준비 부족과 정치적 불안정성으로 인해 다른 국가들보다 협상 여건이 열악하다. 일본 등 일부 국가는 정부와 기업이 유기적으로 대응하며 전략적으로 움직이지만, 한국은 정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관세 협상에서 전략적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영국·중국과 진행한 관세 협상을 감안할 때, 더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기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기반으로 협상에서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 조선 등에서 미국과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많은 만큼, FTA의 연장선상에서 타국과 차별화된 협상안을 도출해 우리 경제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현재 대선 정국으로 인해 협상에 시간이 확보된 만큼,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관세 인하를 이끌고 경제 회복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환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조건부 관세 인하가 유력한 가운데 관세 협상이 향후 방위비 분담 협상과 연동될 수 있어, 이를 분리하려는 외교적 전략이 중요하다"며 "한미 FTA의 틀을 적극 활용해 미국으로부터 최대한의 양보를 끌어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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