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안광석 기자
  • 입력 2025.05.15 11:29

호반, 한진칼 보유지분 확대…17.44→18.46%
불안한 지분율에 LS 손잡고 '합종연횡' 움직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겸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진제공=한진그룹)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겸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진제공=한진그룹)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건설기업 호반그룹이 대한항공 경영권에 대한 야심을 드러낸 가운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취약한 지배구조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대한항공은 한진그룹에 속하고, 지주사 한진칼의 지배를 받는다. 조 회장 개인으로서는 한진칼 지분 5.78%만 보유 중이다. 따라서 호반그룹을 위시한 어떤 주체가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할 경우, 우호 지분을 총동원해야만 겨우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구조다. 과거 조승연(개명 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및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 사례가 그 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호반그룹은 최근 한진칼 보유 지분을 17.44%에서 18.46%로 늘렸다. 호반건설과 특수관계인의 한진칼 지분율은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20.13%)과 1.67% 차이로 좁혀졌다. 호반그룹 측은 한진칼 지분 매입 이유를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호반그룹 측은 지난 2022년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KCGI로부터 한진칼 지분을 사들인 이후 2023년 3월, 지난 4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보유 지분을 늘려왔다. 단순 투자로만 볼 수 없는 것이 호반그룹은 한진칼 지분 확보에 계열사들을 총동원하고 있다. 더욱이 김상열 호반그룹 창업주는 실패로 끝나기는 했지만, 지난 2015년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뒀던 금호산업 인수를 시도했던 만큼 항공업에 대한 욕심도 있다.

결정적으로 호반그룹 측은 지난 3월 조 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대한항공 주총에서 이사 보수 한도를 9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올리는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실적에 비해 보수가 과도하다는 이유를 댄 만큼, 경영 개입에 준하는 실력 행사로 해석된다. 호반그룹 측은 특정 이사를 겨냥하지는 않았지만, 당시는 대한항공 주주들 사이에서 '과거 유상증자까지 하면서 회사를 도왔는데 배당성향은 그대로이고, 조 회장 보수만 오르고 있다'는 불만이 팽배했을 때였다. 호반그룹이 보유한 언론 계열사에서도 해당 사안을 집중 보도하기도 했다.

심지어 한진칼 주가는 최근 호반그룹의 지분 매입 소식에 이틀 연속 상한가를 치는 등, 현 경영진에 대한 낮은 신뢰도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서울 서초구 우면동 호반건설 사옥. (사진제공=호반그룹)
서울 서초구 우면동 호반건설 사옥. (사진제공=호반그룹)

현재 한진칼 1대 주주인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 한진칼 지분은 총 20.13% 수준이다. 조 회장 개인 지분 5.78%에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2.09%), 여동생 에밀리 조(조현민) 정석기업 사장(5.73%), 대한항공 자가보험(2.27%) 등을 합한 것이다.

조 회장 측 한진칼 우호 지분으로는 델타항공(14.9%)과 KDB산업은행(10.58%), 국민연금(5.05%) 등이 있다. 델타항공은 조 회장 부친인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전 회장 시절부터 대한항공과 굳건한 항공동맹 관계지만, 산은이나 국민연금은 상황이 다소 다르다.

산은은 과거 아시아나항공 유동성이 악화하자 이를 살리기 위해 정책자금 3조6000억원을 투입했고,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원활하게 인수하도록 도운 전적이 있다. 이후 KCGI와 조승연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 연합과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을 때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산은은 지난 2월 아시아나항공 지원금을 모두 회수한 데다, 오는 6월 신정부가 들어서면 기조가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결합에 힘써온 강석훈 산은 회장 임기도 다음 달까지다. 국민연금도 주주행동주의 확산세인 만큼 언제까지 조 회장의 우군으로만 남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물론 우호 지분까지 합하면 조 회장 측이 총 46.10%의 한진칼 지분을 쥐고 있다. 단, 일부 우호 지분 이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호반그룹이 재무적 투자자(FI)를 추가로 끌어들일 경우 대한항공 대주주 지위를 오를 수도 있어, 조 회장의 지배력이 확고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대한항공 공항동 사옥. (사진제공=대한항공)
대한항공 공항동 사옥. (사진제공=대한항공)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대한항공 경영권 분쟁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그 과정에서 산은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다만 과거 경영권 분쟁을 거친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조 회장이라고 앉아서 당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 분석대로 조 회장 측은 이미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하고, 지난 4월 말 LS그룹과 업무협약서(MOU)를 교환했다. 명분은 항공우주와 도심항공교통(UAM) 분야 협력을 내세웠지만, 사업 접점이 적은 양사 포트폴리오를 고려하면 사실상 대호반그룹 전선을 구축한 것이다.

LS그룹은 호반그룹과 불구대천 관계다. LS그룹은 글로벌 전선회사 1위 기업 LS전선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데, 호반그룹 계열사이자 동종업체 라이벌인 대한전선과 수년간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호반산업은 지난 3월 LS그룹 지주사이자, LS전선 모회사인 ㈜LS 지분을 매입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적의 적은 친구'라는 격언이 있듯, 그룹 지배력이 약한 조 회장으로서는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해도 절대 배신하지 않을 파트너를 고른 셈"이라며 "고려아연과 영풍과의 감정싸움이 거대한 합종연횡을 야기했듯, 대한항공 경영권 분쟁도 대한항공과 호반 간 단순 충돌이 아닌 한진-LS 연합과 호반-대한전선 간 '4파전' 양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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