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5.21 11:38
조원태 회장 방어 과정…주주 관심없는 전형적 한국 오너 행태
민간단체들도 비판 대열 가세…추후도 주주 권익 침해 여지 있어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의 선제적 대처로 당장은 대한항공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잦아든 가운데, 경영권 방어 과정에서 국내 재계 고질병인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제기되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한항공 지배회사 한진칼 주가는 이날 오전 11시 기준 전날 종가보다 약 1% 떨어진 주당 11만3000원을 기록하는 등 최근 일주일간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기존 8만원 후반대였던 한진칼 주가는 지난 13일 호반그룹이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면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일자, 이틀간 최고 15만원 초반대까지 오르는 등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에 조 회장 측이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사내복지기금에 증여해 의결권을 부활시키고, 한진칼 보유 지분율을 20.13%로 늘리면서 호반과의 지분율 격차를 벌렸다. 그 이후 대한항공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증권사 분석 보고서와 차익 실현 매도가 잇따르면서 한진칼 주가는 다시 하락 추세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굳이 정의하라면 거대한 투기판 같다. 기존 경영진 자질을 떠나 경영권 분쟁이 나면 한국에서는 주가가 오른다는 게 거의 공식처럼 자리 잡지 않았나"며 "문제는 그 과정에서 양측 경영진이 기업 본연의 가치 제고보다는 1차원적인 지분 확보나 경영권 방어에 급급해 그 과정에서 소액주주들 권익이 희석돼도 절차상 문제없으면 따로 돌아보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그 예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들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지난 2024년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공세로부터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3조원대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려 했다가 금융당국 견제 및 주주 비판을 받고 철회했다.
뿐만 아니라 사업도 겹치지 않는데 불투명한 목적으로 한진그룹 산하 정석기업과 지분 거래를 해 위장 주식 거래를 의미하는 '파킹딜' 의혹까지 받았었다. 물론 주식 거래 과정 자체는 콜옵션 이행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 문제가 없다. 다만,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최 회장과 조 회장이 동년배인 데다, 비슷하게 경영권 위협을 받는 처지임을 고려하면 모종의 동맹관계가 형성된 것이 아니냐고 보고 있다.
마찬가지로 조 회장 측과 우호지분 세력도 호반그룹을 상대로 한 경영권 방어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전체 주주의 권익 가치 제고보다는 특정 주주의 이익을 위한 듯한 주식 거래 행태를 보였다.
한진칼은 '구성원의 생활 안정 및 복지 향상을 위함'이라는 명분으로 지난 15일 자사주 44만44주(전체 보통주의 0.66%)를 한진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했다. 마침 전날 호반그룹이 한진칼 보유 지분을 늘린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재계 및 증권가에서는 상기 이유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우호지분 의결권 부활 수단이었음이 명백하다고 보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조 회장 측의 경영권 방어 과정이 자본시장 원칙과 취지에 반한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한진칼의 자사주 출연은 그동안 많은 상장사가 악용해 온 지배권 방어 목적의 기부 행위"라며 "이번 출연은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 위반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경제개혁연대도 "최근 대한항공의 LS 교환사채(CB) 인수는 목적이 뚜렷하지 않고, 되레 빚 상환을 위해 자체 회사채 발행이 필요한 대한항공이 다른 회사 채권을 사주는 게 합리적이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LS도 지배주주의 지배권 강화를 위해 회사의 재산인 자사주를 활용했다고 판단된다"며 "자사주를 우호지분에 활용하는 건 주주가치 제고가 아니라 훼손"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LS는 지난 16일 채무상환자금 조달을 위해 대한항공을 대상으로 65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LS 또한 호반그룹의 지분 매입으로 경영권 위협을 받은 바 있다. LS는 오너일가 45인이 지분 32.1%를 분산 보유해 개인별 보유 지분은 3% 미만이다. 따라서 한진칼 개인 보유지분이 5%대에 그치는 조 회장 측과 상황이 비슷하다.
이에 따라 별다른 사업 접점이 없는 LS와 한진그룹은 지난 4월 동반 성장·주주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사업 협력과 협업을 강화한다는 다소 애매한 명분을 내세워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이와 관련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LS는 협업이라는 명목 아래 우군(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에게 자사주를 매각해 지배권을 굳히는 건 반칙"이라고 지적했다.
대한항공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당장은 없을 뿐, 불씨는 남아 있는 것도 지속적인 주주가치 훼손 우려 요소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교수는 "조 회장도 과거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한항공 경영권 방어에 힘쓸 테니, 당장은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면서도 "다만 오는 6월 3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10%대 한진칼 지분을 쥔 KDB산업은행 등 다른 우호지분과 국민연금 등의 추후 조 회장에 대한 인식과 태도는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조 회장의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나 여동생 에밀리 리 조(조현민) 정석기업 사장도 어디로 튈지 모를 정도로 오너일가 결속력이 끈끈하다고 볼 수도 없다. 이미 조 회장을 비롯한 한진그룹 오너일가는 과거 조승연(개명 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경영권 분쟁을 겪으면서 가족 간에도 '합종연횡'을 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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