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5.29 15:59
전날 임시대의원회의서 올해 임단협 요구안 확정…내달 중순 교섭 예정
경영난 우려 속 정치권 공약과 노조 요구 맞물려…협상 최대 변수 전망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서 '주 4.5일 근무제'와 '정년 연장' 등 요구안을 사측에 제시하기로 했다. 미국발 자동차 관세 부담으로 현대차의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진 가운데, 노사 간 협상 타결에 진통이 예상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전날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호봉 승급분 제외),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이 담긴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했다.
아울러 ▲주 4.5일제 도입 ▲정년 연장(60→64세) ▲세법 개정안에 따른 소득세 보전 ▲통상임금 확대 적용▲신규 인원 충원 등이 포함된 단협 개정안도 마련했다. 노조는 이날 사측에 요구안을 전달하고, 내달 중순부터 본격 교섭에 나설 예정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기본급을 4.65%(11만2000원, 호봉 승급분 포함) 인상하고 성과급 500%와 1800만원, 주식 25주를 지급해 총 4500만원 상당을 보상으로 직원들에게 제공한 바 있다. 최근 노조가 실시한 설문에서는 조합원들의 60.5%가 성과급으로 '3500만~4000만원'이 적절하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7.7% 증가한 175조2312억원, 영업이익은 5.9% 감소한 14조2396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에는 직원 7만2689명에게 7조6487억원의 급여를 지급했다. 지난해에는 직원 수가 7만5137명으로 3.4% 증가하고, 평균 연봉도 1억2400만원으로 6.0% 오르면서 총인건비가 9조3343억원에 달했다. 올해는 총인건비가 사상 처음 1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러한 노조의 주 4.5일제 요구는 정치권 논의와 맞물려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주 4.5일제 도입을 확대해 오는 2030년까지 근로 시간을 OECD 평균 이하로 줄이겠다"고 공약했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노동시간 유연화를 통한 주 4.5일제 도입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별도 요구안에서 처음 주 4.5일제를 언급했고, 올해 단체협상에서 이를 정식 안건으로 올렸다.
정년 연장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현대차 노조는 국민연금 수령 연령이 2033년 65세로 연장되는 점을 고려해 정년을 64세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2023년과 지난해 정년 연장을 요구한 바 있다.

현대차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어왔지만, 올해 노조가 주 4.5일제와 정년 연장 등 핵심 요구를 내세우면서 '7년 연속 무분규' 기록이 깨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아도 4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어온 가운데, 기아 노조는 7월 중순 대의원회의를 통해 별도 요구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 노조 모두 주 4.5일제, 나아가 주 4일제까지도 추진하고 있고, 과거 완전 주간 연속 2교대제인 '8+8 근무 형태' 도입과 같은 맥락"이라며 "사측은 경영 악화를 이유로 난색을 보이겠지만, 교섭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면서 필요시 단체행동권 등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년 연장이나 근무 일수 축소는 정치권과 연계해 논의되고 있어,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 사측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년 연장은 고숙련 노동자의 부족과 청년 유입 저조 등 제조업계 현실을 감안해 선별적 연장이나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주 4.5일제 도입은 산업별 상황을 고려해야 하고, 특히 제조업에서는 조업일수와 52시간제 등이 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노조 측은 주 4.5일제 요구를 일부 양보하고, 사측은 생산직의 정년 연장 요구를 유연하게 수용하는 등 상호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지난해 5월 발표한 '제22대 국회에 바라는 고용노동 입법 설문조사'에서는 '주 4일제 또는 주 4.5일제'가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는 입법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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