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강석호 기자
  • 입력 2025.06.17 10:40
오아시스 본사 외부. (사진제공=오아시스)
오아시스 본사 외부. (사진제공=오아시스)

[뉴스웍스=강석호 기자] 티몬의 최종 인수자로 선정된 오아시스가 비영업직 전원을 상품기획(MD) 직군으로 전환하고 동시에 희망퇴직 접수를 받으면서 사실상 구조조정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오아시스는 티몬의 최종 인수자로 선정된 직후 티몬 비영업직 전원에게 상품기획 직무로의 전환을 통보함과 동시에 희망퇴직 신청을 접수했다.

당시 직원들에게는 반나절 안에 퇴직 여부를 결정하라는 공지가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고, 이후 140여 명의 티몬 직원 가운데 50여 명이 퇴사했다. 퇴사자 대부분은 직무 전환 대상자였던 비영업직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아시스는 이에 대해 "희망퇴직은 구조조정이 아니라 이직을 고려하는 직원들에게 선택의 여지를 준 것"이라며 "직무 전환 역시 플랫폼 정상화를 위한 전략적 조치로, 인위적인 인력 감축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반면, 내부적으로 '직무만 바꿨을 뿐 사실상 퇴사 압박이었다'는 불만도 나온다. 한 퇴사자는 "상담 과정에서 원래 하던 기획 업무로 복귀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고, 사실상 회사를 떠나라는 메시지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명시적인 해고 없이 직무 전환을 통해 자발적 퇴사를 유도하는 이 같은 방식이 유통·커머스 업계 전반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23년 원더홀딩스가 보유한 위메프 지분 전량을 인수한 큐텐은 조직 개편 과정에서 오아시스 사례와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당시 큐텐은  원더홀딩스로부터 위메프 지분 전량을 인수한 뒤 영업·개발 조직에 대한 전면 개편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새 인사 명단에서 제외된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직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사실상 선택지를 제한하는 구조조정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 역시 자발적 퇴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팬데믹 이후 원격근무 정책을 폐기한 아마존은 주요 거점 사무소 중심의 '허브 오피스' 체제를 도입하며, 시애틀·뉴욕·휴스턴·오스틴 등 특정 지역 사무실로의 근무 이전(리로케이션)을 직원들에게 요구했다.

하지만 이를 거부할 경우 다른 부서로 자리를 옮겨야 했고, 부서 이동이 불가능할 때는 자발적 퇴사로 처리되는 구조라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당시 아마존 한 직원은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 '아마존이 저를 해고하려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상황을 공유하고 사용자들의 조언을 구했다. 그는 "상사는 자발적으로 퇴사하지 않으면 해고로 처리되고, 회사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아마존에 재입사할 기회가 없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직접적인 해고 대신 직무 전환이나 부서 이동을 통한 인력 정리는 해고에 따른 비용 부담과 법적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지적이다.

기업 컨설팅 전문 변호사 A씨는 "직무 전환 자체가 해고와 같은 것은 아니지만, 기존 업무의 성격과 달라 적응을 하기 어렵거나 수용할 수 없는 경우 퇴사를 유도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며 "고용보험법상 실업급여 지급 요건은 '비자발적 사유로 인한 이직'이므로 자발적 퇴사는 실업급여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티몬은 오아시스의 인수자 선정 이후 단행된 직무 전환과 희망퇴직 접수가 사실상 구조조정이라는 일각의 해석에 대해 반박했다. 티몬은 이번 인사 조치가 강제성이 있는 해고나 인력 감축이 아니라며, 인수 전부터 직원들과 협의된 사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티몬 측은 입장문을 통해 "일부 인원의 비방이 전체 임직원의 의견처럼 비춰지는 데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영업직군을 영업직군으로 강제 전환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고, MD는 이커머스 핵심 부서인 상품기획 직군"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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