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6.17 17:42
MG손보 정리안 3년째 표류…가교보험사 고용승계·계약분배 방식 놓고 잡음
자본규제 강화에 보험사 건전성 관리 부담…"계약 이전 전문 보험사 도입 필요"

[뉴스웍스=손일영 기자]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된 후 수차례 매각에 실패한 MG손해보험 정리 절차가 여전히 안갯속이다. 가교보험사를 통한 강제 계약 이전이 본격화한 가운데 고용 승계와 계약 이전 방식을 둘러싼 노동조합과 업계의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노조 "가교보험사 통한 청산 결사 반대" vs 당국 "원안대로 추진"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MG손해보험 노조는 가교보험사 설립을 중단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가교보험사 설립이 일부 임직원과 설계사의 고용만 보장할 뿐 대부분 해고될 수 있어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입장이다. 가교보험사로 전환할 경우 고용승계비율은 38% 수준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가교보험사 설립을 사실상 550여명 임직원과 설계사 700명의 '사형선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MG손보 노조는 가교보험사 설립 관련 모든 협의를 중단하고 총파업을 예고했다.
배영진 MG손보 노조 지부장은 지난 12일 열린 결의대회에서 "가교보험사가 아닌 정상 매각으로 노동자, 계약자, 영업 가족 모두가 상생하는 길을 반드시 찾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가교보험사 설립과 계약 이전 절차를 원안대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2022년 MG손보가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된 후 3년간 4차례의 정상매각이 무산된 데 따른 것이다. 계약자 보호를 위해 청·파산을 제외한 최적의 대안을 선택했다는 것이 당국의 입장이다.

◆가교보험사 계약 이전 난항 예상…업계, 계약 분배 방식 난색
이에 예금보험공사는 지난달 가교보험사 설립을 위한 실무절차에 돌입했다. 금융당국은 보험 계약을 유지·관리한 후 내년 말까지 5대 대형 손해보험사(삼성·KB·현대·DB·메리츠)에 계약을 이전한다는 방침이다.
MG손보의 계약 이전과 전산설비 구축 등에 따른 비용은 보험사들이 계약자 보호를 위해 적립한 예금자보호기금을 통해 충당한다. 예보는 보험계약 이전 시 5대 손보사에 최소 5000억원 이상의 예금자보호기금을 계약 부채와 함께 지급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계약의 수익성이 낮을 경우 대형 손보사의 손실 보전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151만건의 이전될 계약 분배는 '무작위' 방식이 우선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2002년 리젠트화재 계약 이전 방식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MG손보 계약 이전은 리젠트화재 사례와는 달리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MG손보 보유계약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장기보험의 다양한 특약과 해지환급 구조에 따라 이전받는 보험사별 손익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앞서 리젠트화재의 계약 이전은 단기 자동차보험이 약 70%를 차지한 만큼 무작위로 빠른 정리가 가능했다"며 "반면 이번 MG손보의 장기계약 이전은 어떤 계약을, 현금 얼마를 주고 이전할 것이냐를 두고 예보와 보험사들간의 치열한 '샅바 싸움'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임의 계약 이전·런오프 보험사 활성화 필요…"부실 사전 차단해야"
가교보험사를 통한 MG손보 정리 방안에 대한 회의적 시선이 이어지자,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다시 고개를 든다. 3년간 수차례에 매각 불발을 지켜보고만 있다가 강제 계약 이전으로 대형 손보사에 계약자 보호 부담을 떠넘겼다는 비판이다.
이와 함께 부실 보험사에 대한 사후 구조조정 조치인 강제 계약 이전 외에 보험업법상 '임의 이전'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의적 계약이전은 보험업법상 보험사가 경영 판단에 따라 보험계약을 타 보험사에 이전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계약 이전이 활발해져 부실 계약 확대를 막을 수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보험업법상 '임의 이전'의 조건 완화를 검토하기로 했다. 그간 금융위는 2003년 하나생명이 알리안츠생명에 보유계약 일부를 넘긴 사례를 제외하고, 보험사 파산 등으로 보유 계약 전체를 이관하는 것만 인가를 내주고 있다.
독일과 일본 등 해외 주요국처럼 임의 이전을 전문적으로 도맡을 '런-오프 보험사' 도입 필요성도 제기된다. 부실화되기 전 연금보험이나 고금리 계약 등 일부 계약을 계약 관리 전문회사에 넘기는 방식이다. 해당 전문회사는 이전받은 계약만 관리하고 상품 판매에 따른 별도 규제나 부담을 지지 않으며 자산운용 수익으로 이익을 창출한다.
한 보험업계 전문가는 "금융당국의 자본규제 강화 기조에 따라 부실 보험사가 여럿 나올 가능성이 시장에서 감지돼 MG손보 사태와 같은 혼란이 예상된다"며 "런오프 시장 등 사전에 보험 계약 부실을 보험사가 자율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방안이 제도화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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