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6.20 08:40
경영관리총괄 이선훈·WM 정용욱·CIB 정근수 '3사장'
내부통제 강화 차원 변화 선택…전문성 결여 지적도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금융당국이 '3사장' 체제를 운영 중인 신한투자증권에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오는 7월부터 책무구조도 도입을 앞둔 대형 금융투자, 보험사를 대상으로 사전 컨설팅을 진행한 결과 각자 대표체제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보였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대표가 두 명인 구조에서 책무 배분 기준이 다르다는 게 문제인데, 신한투자증권은 여기에 한 명이 추가된 총 3명이 사장인 구조로, 금융감독원 요구보다 더 세분화해 내부통제 가이드라인을 회피하는 모양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신한투자증권은 경영총괄과 자산관리, 기업투자금융(CIB) 크게 세 가지 파트로 나눈 대표 체제를 운영 중이다. 제일 전면에 이선훈 대표가 경영관리총괄을 담당하고, 신한은행 출신의 정용욱 부사장과 정근수 부사장이 각각 자산관리총괄과 CIB총괄 대표를 맡는 구조다.
증권업계에서 WM과 기업금융(IB)을 각자대표로 나눈 이른바 '투톱' 체제는 전문성을 이유로 보편화되는 추세다. 그러나 신한투자증권과 같이 세 명의 사장을 둔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다.
신한투자증권이 올해 초 조직개편에서 3사장 체제를 택한 건 지난해 발생한 파생상품 사고 여파가 컸다. 지난해 8월 신한투자증권에서는 1300억원대 규모의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손실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대한 후폭풍으로 사측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고, 단독 사령탑이던 김상태 전 대표는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발생한 파생상품 사고를 차치하더라도 신한투자증권의 리스크 관리를 위한 조직 개편은 필연적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올해 4월까지 약 6년간 증권 업종에서는 2505억8400만원(29.8%·49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이 중 신한투자증권에서는 절반이 넘는 1497억9900만원(6건) 규모의 금융사고가 터졌다. 1300억원 규모 LP 손실만 보더라도 지난해 증권업권에서 일어난 전체 사고금액(1528억2600만원)의 약 85.08%를 차지했다.
결국 이 같은 잦은 금융사고에 조직 내 내부통제 강화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올해 초 위기 극복을 위한 과감한 조직개편의 일환으로 업계 내 유일무이한 '3사장' 체제를 도입한 셈이다.
다만 세 명의 대표 중 각각 WM과 IB를 담당하는 정용욱 사장과 정근수 사장의 전문성 결여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올해 초 인사 과정에서 신한은행 PWM압구정중앙센터장 출신인 정용욱 사장과 신한은행 투자금융부장·GIB본부장 출신 정근수 사장 선임이 윗선인 신한금융지주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단 지적에서다. 실제로 신한투자증권 노동조합은 이 같은 인사 결정이 독립경영을 훼손시킨다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일각에선 신한투자증권이 잠재 고객에게 직접 연락해 금융서비스를 소개하는 '아웃바운드' 영업까지 부활시킨만큼 조직 개편이 직원들의 업무량을 지나치게 과중시키는것 아니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신한투자증권이 1분기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낸 만큼 '3사장' 효과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올해 신한투자증권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2.5% 증가한 1079억원을 시현했다. 직전 분기 30억원의 순손실을 냈던 것과 비교해도 흑자 전환한 금액이다.
결국 2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신한투자증권 '3사장' 체제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1차 지표는 올해 상반기 성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투자증권의 지난해 2분기 순이익은 1315억원, 상반기 기준 순익은 207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의 경우 이미 1분기에 1079억원의 순익을 벌어놓은 만큼, 상반기 이보다 나은 성적표를 받아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단 실적만 놓고 보면 비상경영체제 돌입 당시 위기관리·정상화TF장을 맡았던 이선훈 대표의 중점 진행 사항인 조직문화와 업무 프로세스가 어느 정도 통한 것으로 보여진다"며 "전문성 측면에서 볼 때에도 정용욱 사장과 정근수 사장이 신한은행에서 관련 업무 경험이 있기에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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