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7.04 14:45
30곳 중 10곳 대표·이사회 의장 겸직…내부통제 '유명무실' 우려
보험업계, 경영활동 위축 우려…"책임경영·보험업 특성 고려해야"

[뉴스웍스=손일영 기자] 보험사 내부통제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책무구조도 시행이 본격화됐다. 하지만 대상 회사 대표의 이사회 의장 겸직 체제를 놓고 금융당국과 업계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책무구조도 도입 대상인 자산 총액 5조원 이상 보험사 30곳 중 10곳의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금융당국은 제도 도입 시기부터 설명회와 보험사별 컨설팅을 통해 이사회 의장은 대표가 아닌 사외이사로 임명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대표이사가 의장을 겸할 경우 감시 주체와 대상이 동일인이 되는 구조적 한계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권고 대상이 된 보험사들은 내부통제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분주히 움직였다. KB라이프의 경우 금융감독원의 대표·이사회 의장 겸직 구조 관련 지적을 고려해, 지난달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 선출하도록 정관을 개정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교보생명과 신한라이프 등 생명보험 5개사, 메리츠화재와 KB손해보험 등 손해보험 5개사 등 총 10개의 책무구조도 제출 대상 보험사의 대표는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지정해야 한다는 법적 규제가 없을뿐더러 책무구조도 도입에 따라 지배구조를 급격히 재편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책임경영 실현과 경영 연속성 확보 측면에서 대표·이사회 의장 겸직 체제는 보험업권 내에서 필요하다는 주장이 고개를 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업은 장기계약 기반 사업으로 중장기 전략 실행의 일관성이 중요하다"며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면 이사회 논의와 실행 사이의 정보 비대칭을 줄이고, 책임 있는 의사결정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현재 금융사 지배구조법상 대표·이사회 의장 겸직을 허용하는 예외 조항이 있는 만큼, 금감원의 방침이 단순히 겸직의 전면 금지가 아니라는 제언이 나온다. 각 사의 실정에 맞는 보완책을 마련해 사외이사 권한·독립성 확대 등 실질적 통제 기능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책무구조도 기반의 내부통제 체계가 도입 초기 단계에 있으므로 실효성 있게 운영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라며 "향후 금융당국은 새로운 제도의 안정적 안착을 위해 보험사의 준비 과정을 지원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