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일영 기자
  • 입력 2025.06.21 09:00

은행式 책무구조도 적용 '논란'…"복잡한 업무·지배구조 고려해야"
10곳 중 5곳 보험사, 대표·이사회의장 겸직…통제 장치 마련 '관건'

여의도 금융감독원. (사진=박성민 기자)
여의도 금융감독원. (사진=박성민 기자)

[뉴스웍스=손일영 기자] 다음 달 책무구조도 시행을 앞두고 보험사의 내부통제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보험업권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괄적 제도 도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효과적 책무구조도 도출에 대한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3일 책무구조도 본격 시행을 앞두고 보험사들이 최종 내부 조직 정비에 착수했다.

책무구조도는 각 업무의 의사결정 과정과 책임자를 직관적으로 시각화한 문서다. 이는 금융사고 발생 시 실질적 내부통제와 위험관리 체계가 작동하고, 책임 소재를 구조적으로 파악해 사고 예방을 하는 목적으로 설계됐다.

금융감독원은 제도 연착륙을 위해 올해 상반기 보험사를 포함한 국내 금융회사 53곳을 대상으로 내부통제 기준 개선을 위한 컨설팅을 진행했다. 지난 19일에는 보험협회와 업계 관계자들을 모두 불러 모아 설명회를 개최하고 도입 전 최종 점검을 실시하기도 했다.

◆금감원, '실무자 위주' 책임구조도 제동…"보험업 사업 구조 고려 안 했나?"

금감원에 따르면 컨설팅 과정에서 제출된 일부 보험사의 책무구조도는 실무자 중심 또는 부서 단위 책임만 나열된 경우가 많았다. 이에 금감원은 제도 취지에 맞게 경영진 책임을 구조적으로 반영할 것을 권고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중요한 의사결정 권한이 실질적으로 발생하는 상위 임원의 승인·감독 과정을 파악하는 것이 책무구조도 제도 도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책무구조도 도입안은 보험사의 고유한 사업 모델과 조직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먼저 도입된 은행권의 틀을 일률적으로 적용해 규제 취지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보험업은 특수성과 전문성이 높아 운영 책임에서 개개인의 역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설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책무구조도가 먼저 도입된 은행의 업무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로 이뤄져 있다"며 "반면 보험사는 상품 설계와 보상 업무가 적용받는 법령이나 기준이 다 달라 실무 부문별로 상호 배타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험사는 종합자산부채관리(ALM)와 책임준비금·CSM 관리 등 장기적이고 복합적인 리스크가 많다"며 "은행권의 단순 책무 체크리스트보다는 킥스(지급여력) 등과 연계된 위험 기반 책임 체계로 설계해야 실효적"이라고 덧붙였다.

◆대표·이사회의장 겸직 제한 놓고 업계 '혼란'…"실질적 통제·견제 기능 확보해야"

보험사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지배구조도 도마 위에 올랐다. 금감원이 지난달 시행한 책무구조도 컨설팅 결과 53개 보험사 중 25개사(47.1%)의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 중이었다. 금감원은 겸직 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원활히 작동하지 않아 이해상충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책무구조도 도입에 따라 지배구조를 급격히 재편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재 금융사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할 수 있게 금융사 지배구조법의 예외 조항이 있는 만큼, 금감원의 방침이 단순히 겸직의 전면 금지가 아니라는 제언이 나온다. 각 사의 실정에 맞는 보완책을 마련해 사외이사 권한·독립성 확대 등 실질적 통제 기능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책무구조도 기반의 내부통제 체계가 도입 초기 단계에 있으므로 실효성 있게 운영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라며 "향후 금융당국은 새로운 제도의 안정적 안착을 위해 보험사의 준비 과정을 지원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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