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8.07 13:00
25% 관세 따른 수익성 악화에도 하반기 美 판매가 동결 전망
가격 인상 시 도요타 대비 경쟁력 하락…현지 생산 확대로 돌파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미국이 한국에 대한 자동차 품목 관세 15%를 7일부터 적용하는 가운데, 한국 자동차 수출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현대자동차·기아의 현지 경쟁력 및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한국산 자동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의거해 기존 0%였던 관세가 15%로 오르면서 가격 인상 압박이 커졌다. 반면, 일본이나 유럽(EU)산 자동차는 똑같이 15% 관세가 적용되도 기존 대비 인상 폭이 한국보다 2.5% 작은 데다, 미국 로컬업체는 아예 관세 적용을 받지 않아 가격 조율 부담이 없다.
다만, 일본이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마무리짓지 못한 만큼 결과에 따라서는 현대차 및 기아의 손해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일본은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 및 기아의 최대 경쟁국으로, 현재 미국 정부와 관세율 15% 내지 17.5% 적용 여부를 두고 줄다리기 중이다.
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날 미국 동부시간 기준 0시 1분, 한국시간으로는 오후 1시 1분부터 한국에 대한 자동차 관세 15%를 적용한다. 일본 및 EU에서 제작해 미국에 수출되는 자동차에 적용되는 관세 15%와 동일하다.
동일한 관세가 적용된다고 해도 자동차 회사별로 가격정책은 천차만별이고, 관세 인상폭을 비롯해 환율 및 금리에 따라서도 소폭 조정되는 경우가 많기에 모델별 현지 가격 경쟁력 비교는 직접적으로 무리가 있다. 무엇보다 현대차·기아는 현지 경쟁사들이 관세 부담으로 미국 판매가를 인상한 것과 달리, 하반기에도 가격 동결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는 지난 7월 1일 이후 생산한 자동차를 대상으로 미국 판매 가격을 평균 270달러(약 37만원) 인상했다. 미쓰비시자동차와 스바루 같은 일본 업체들도 마찬가지고, 심지어 내수에는 관세 부담이 없는 포드 같은 로컬업체들도 해외에서 생산해 미국에 판매하는 가격은 올렸다.

현대차는 지난 3월 초부터 적용된 25% 자동차 관세로, 대미 수출이 2분기 기준 전년 대비 13.9% 줄었다. 현대차·기아는 2분기 합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조6000억원 감소했다. 이날부터 관세율이 15%로 줄어든다고는 하지만, 현대차·기아가 여전히 가격 동결 정책을 고수할 경우, 수익성 악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 인상율에 맞춰 현지 가격을 인상한다고 해도 경쟁사 모델 대비 가격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다. 현대차·기아가 그동안 미국에서 도요타나 혼다, 포드 등 쟁쟁한 경쟁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것은 한미 FTA에 따른 0% 관세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현대차에서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모델 중 하나인 '투싼'의 경우 25% 관세 부과 전까지만 해도 엔트리 모델이 대당 2만8000달러다. 반면 동급 경쟁사 모델인 도요타 'RAV4'의 엔트리 가격은 2만8850달러, 혼다 'CR-V'는 3만100달러다.
외신에 따르면, 현대차가 관세 15%를 적용해 현지 가격을 인상한다고 가정하면 투싼의 최고 트림 가격은 4만2970달러까지 오른다. 이는 RAV4의 최고 트림 4만2355달러보다 비싸다. 투싼과 마찬가지로 관세 부과 전 RAV4와 CR-V 대비 저렴했던 기아 스포티지도 가격 인상을 적용하면 최고 트림 가격이 4만5785달러까지 오른다.
또 다른 미국 인기 모델인 현대차 '싼타페'도 경쟁모델 대비 가성비를 중심으로 판매전략을 짜온 만큼 다소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다. 싼타페는 현지 앨라바마 공장에서 생산하기는 하지만,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물량은 관세 적용을 받는다.
싼타페 외 다른 수출모델도 비슷한 전철을 밟게 되면 한국 공장 일감 감소 및 공동화라는 후폭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싼타페의 현지 경쟁모델인 '익스플로러'는 미국 업체인 포드사가 제작하는 만큼 관세 적용을 받지 않는다.

현재 현대차·기아는 관세에 따른 가격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보다는 현지 생산 확대 및 인센티브 축소 등으로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앨라배마 공장(현대차)과 조지아 공장(기아),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을 통해 연간 100만대 수준의 미국 생산능력을 120만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HMGMA 생산능력은 기존 30만대에서 50만대로 키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완성차뿐만 아니라 자동차 부품 현지 조달 비중도 관세 부담과 물류 비용도 절감할 방침이다. 자동차 부품에 부과하는 관세도 15%에 달한다. 이미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자동차 부품 조달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는 등 원가 절감 노력을 진행 중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도 발표한 바 있지만, 하이브리드차(HEV)와 같은 고수익 모델이 미국에서 잘 팔리기에 가격 동결로 인한 손실을 어느 정도 메울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그동안 뛰어난 가성비 외에도 파격적인 인센티브 정책도 미국 판매 성장에 크게 일조했는데, 인센티브 조정은 다소 판매에 리스크가 있어 현지 가격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