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8.11 16:04
글로벌 판매 365만4522대 '3위'…영업이익 13조, 폭스바겐 10.8조 첫 추월
'밀어내기 수출' 효과 반영…유리한 대외 환경 속 올해 수익성 2위 전망 예상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미국발 관세 여파 속에서도 판매량 기준 글로벌 3위인 현대차그룹이 올해 상반기 수익성에서는 독일 폭스바겐그룹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11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제네시스 등 현대차그룹은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총 365만4522대를 판매하며 일본 도요타그룹(515만9282대), 독일 폭스바겐그룹(436만3000대)에 이어 3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수익성에서는 판도가 달랐다. 도요타그룹은 매출 24조6164억엔(약 231조7806억원), 영업이익 2조2821억엔(약 21조4876억원)으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고, 현대차그룹이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현대차그룹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50조616억원과 13조86억원으로, 폭스바겐그룹의 영업이익 67억700만유로(약 10조8600억원)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폭스바겐그룹은 상반기 매출 1583억6000만유로(256조5000억원)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16조2057억원) 대비 33.0% 감소했다.
폭스바겐그룹 측은 미국 관세 인상에 따른 비용(13억유로), 아우디·폭스바겐 승용차의 구조조정 충당금(7억유로), 이산화탄소 규제 부담, 전기차 비중 증가와 가격·환율 효과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관세 인상과 구조조정 비용을 제외하면 영업이익률은 4.2%에서 5.6%로 개선되지만, 전년 동기(6.3%)보다는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상반기 영업이익률 8.7%를 기록, 폭스바겐그룹(4.2%)의 두 배 이상을 달성했다. 지난해 상반기(10.9%)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경쟁사 대비 높은 수준이다.

이런 현대차그룹의 선방 배경으로는 미국 관세 여파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꼽힌다. 비관세 재고 소진과 생산 물량 조정 등을 통해 경쟁사보다 피해 규모를 최소화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분기 폭스바겐그룹의 관세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분(약 2조1000억원)은 현대차(약 8282억원)와 기아(약 7860억원)를 합친 것보다 컸다.
현대차·기아는 최대 시장인 북미에서 하이브리드 판매에 주력하고 현지 생산 확대 계획을 서둘렀다. 오는 9월 말로 예정된 미국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전까지 하이브리드 모델을 중심으로 실적 방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전기차 부문에서도 준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아이오닉 9, 제네시스 GV60 부분 변경, 기아 EV6 등 신차를 잇달아 출시하며 라인업을 확대했다. 여기에 최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차세대 차량 공동 개발 계획을 구체화하는 등 관세 리스크 대응을 위한 전략적 행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상품성과 품질 측면에서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리콜 이슈가 거의 없고 신차 출시 속도와 시장 대응력이 폭스바겐·도요타보다 빠른 점도 경쟁력을 높였다고 평가한다.

다만 상반기 실적에는 미국 관세 불확실성 속 판매를 조기에 집중한 '밀어내기 수출' 효과가 일부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나라 전체 자동차 수출의 50%를 담당하는 미국 시장에서 관세 리스크를 피하려는 전략이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렸지만, 이는 일시적 요인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폭스바겐그룹이 주력 시장인 중국에서 부진하고,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미국 테슬라와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성장세가 둔화하는 등 외부 환경이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미국 관세 파고와 캐즘에 효율적으로 대응한다면 올해 수익성 기준 글로벌 '톱2' 자리를 굳힐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상품성과 인기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관세 측면에서 폭스바겐·도요타보다 유리하지 않고 오히려 2.5% 수준으로 불리한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은 작지만 격차는 줄 수 있다. 미국 내 수입차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시장 점유율이 축소되고, 이 과정에서 포드·GM 등 미국 완성차 업체들의 매출이 늘어나 전체적인 영업이익률이 하락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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