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8.28 18:08
"민간·공공 협력 통해 지역 돌봄망 구축도 필요"
국내외 정책 사례 소개, 은둔 청년들 경험담 공유

[뉴스웍스=김아현 기자] 고립·은둔 청년 문제 해결이 시대적 과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전문가들이 정책 제언에 나섰다. 고립 청년들에게 주거 공간, 일경험 등 지원을 확대하고, 민간·공공 협력을 통해 지역 돌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1인 가구 및 고립된 시민의 연결된 사회를 향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새로운서울준비특별위원회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씨즈가 주관했다.
토론회에는 ▲정재욱 도시혁신그룹 무브먼트 대표 ▲이은애 사단법인 씨즈 대표 ▲김상희 보건복지부 인구아동정책 국장 ▲백희정 광주 은둔외톨이지원센터장 ▲구도 케이 일본 소다테아게넷 대표 등이 참석했다.
토론회에 앞서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1인 가구와 고립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고 이들의 삶을 사회와 연결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 시대의 과제가 됐다"며 "앞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도록 함께 열심히 하겠다"고 전했다.
이날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자리를 채웠다. 이 의원은 "제 지역구인 청주도 인구의 40%가 1인 가구인데, 서울시에 비해서 정책이 부족하다"며 "내년 지방선거 공약을 위한 1인 가구 대책을 고민하던 와중 정책토론회가 열려 관심을 갖게 됐다. 오늘 내용들을 공부해서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후관리 보다 예방적 접근 필요
첫 번째 주제 발표를 맡은 정재욱 도시혁신그룹 무브먼트 대표는 고립·은둔 청년 문제를 개인이 아닌 사회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국내 고립·은둔 청년은 약 54만 명으로 추산되고, 이들 4명 중 1명이 자살 시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연간 7조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립·은둔 청년 문제에서 세 가지 핵심은 집과 돌봄, 관계"라며 "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건 주거 안정, 심리 정서 지원과 돌봄 서비스다"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지난 정부에서 진행했던 '고립·은둔 청년 지원' 종합 대책이 처음으로 의미 있는 정책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예방적 접근이 아닌 사후적 접근이 대다수인 점과 경제적 조치만으로 고립 문제가 해결된다는 시각이 있었던 점을 한계로 꼽았다.
정 대표는 국내 성공 사례로 '안 무서운 회사'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이 프로그램은 셰어하우스에서 은둔형 외톨이들이 직접 모여 살면서 자립을 위한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또한 강남 1인 가구 커뮤니티센터도 1인 가구들이 함께 어울리며 소셜 다이닝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 청년들에게 기댈 수 있는 곳을 마련한 사례로 소개됐다.
그는 고립·은둔 청년을 위한 정책 제안으로 ▲'연결된 사회 위원회' 등 정부 컨트롤 타워 설립 ▲지역 돌봄센터와 복지 시설 간 연결 ▲커뮤니티 하우스, 코리빙 등 공동체 주거 지원 확대 ▲고립 은둔 청년 인식 개선 등을 제시했다.

◆마을 공동체·복지망 활용한 공동체 연결…"일 경험 중요"
두 번째 주제 발표에서 씨즈 이은애 대표는 "청년들은 1인 가구로 살면서 소득, 일자리, 몸·마음 건강, 사회복지 자본 등 다차원의 빈곤을 호소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복합적인 솔루션과 개인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사회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고립·은둔 청년 문제에 관한 정책으로 ▲쌍방향 온라인 플랫폼 활성화 ▲지역 돌봄망 구축 허브화 ▲주거형 자립이행터 확산 ▲자기 학습 패키지 바우처화 ▲자연 치유 사회 처방 등을 언급했다.
특히 "영국의 경우 중앙 정부는 캠페인 활동과 기본 설계, 부처 간 협력을 주도하는 역할만 하고 실제 활동은 지역 '커뮤니티 링커'라는 실무자들이 공간과 공동체를 연결하는 기능을 한다"며 "우리도 예산을 많이 들이지 않고 마을 공동체나 기존 단체, 복지망을 활용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한 이 대표는 "은둔 청년 중 80%는 고립을 넘어서 자기 자립을 이행하고자 한다"며 은둔형 청년들에게 일자리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씨즈는 '두더잡' 프로그램을 통해 은둔 청년들에게 온라인 콘텐츠 제작, 유튜버 체험 등의 경험을 제공하고, 제주 돌담 건축학교 인턴십 등을 진행했다.
씨즈의 조사에 따르면 일경험에 참여 청년들의 은둔 경향은 일경험 시작 4개월 만에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 대표는 "지금은 민간기관에서 은둔 청년들을 위한 적합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지만, 향후 고용부 사업 등을 통해 청년들이 전국 어디에서나 일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 경험·취업 안착까지 '속도·지원 방식' 변화 필요
다음으로 국내외 고립·은둔 청년 정책 사례들 소개가 이어졌다.
김상희 정책관은 "현행 정책으로는 1인 가구에 대한 현장 발굴 지원과 정기·수시 발굴 조사를 하고 있다"며 "'고독사 예방법'을 기반으로 복지 알리미 앱을 통한 조기 발굴 추진, 일상 돌봄 관련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위기 아동청년법이 개정돼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며 "하위 법령 준비 과정에서 현장과 소통하며, 위기 청년 전문 기관 인증 제도 개발 등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백희정 센터장은 "고립·은둔 해소를 위해서는 상담만으로 부족하고, 다양한 프로그램 설계의 필요성을 느꼈다"며 "센터에서는 당사자들이 호소하는 문제들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일 경험, 취업 연계에 대한 고민을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인 가구의 지역 여건 반영과 연령별 통합을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며 "청년들이 취업 후 안착하기까지 속도와 지원 기간을 발맞출 수 있는 방식으로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구도 케이 대표는 일본이 2021년 고립·고독 대책 담당관 신설, 2023년 법률 제정 등 국가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2024년에는 법률에 근거한 예산 형성을 시작해 지역별 교부금이 생겼고, 기초 지자체에서 독자적으로 고립·고독 해결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NPO 단체 소다테아게넷은 ▲야간 이바쇼 운영 ▲일자리 종합 지원 ▲히키코모리 가족 지원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청년 모임 공간 통해 은둔 벗어날 수 있는 자신감 생겨"
발표가 끝난 뒤에는 고립·은둔 청년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라운드 테이블이 이어졌다.
은둔청년 A 씨는 "코리빙 하우스처럼 같은 은둔 경험을 가진 청년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에 공감됐다"고 말했다. 또 "씨즈에서의 일경험이 은둔에서 벗어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카페에서 처음 일해보며 못 할 거라 생각했던 일을 하게 되고, 능숙해져 가는 스스로의 모습에 자신감을 얻었다"고 경험담을 나눴다.
또 다른 은둔청년 B 씨는 "'쉬었음' 청년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며 "언론에서도 고립 청년에 대한 낙인을 지양하고, 공감과 이해를 전하는 보도가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은 취업 면접 시 공백기 질문이 청년들에게 큰 부담과 스트레스가 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공백기 동안 무엇을 배우고 회복했는지 살펴보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추승범 씨는 "은둔 생활 동안 가족이나 친구에게 어려움을 얘기해도 잘 공감하지 못하거나 이해를 못했는데, 일경험을 하면서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만나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취업제도나 내일배움카드에도 참여했지만,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태에서 진행하니 은둔 탈출이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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