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진형 기자
  • 입력 2025.09.01 11:42
서울 시내의 한 건물에 설치된 IBK기업은행·KB국민은행·SC제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 ATM기기 모습 (사진=차진형 기자)
서울 시내의 한 건물에 설치된 IBK기업은행·KB국민은행·SC제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 ATM기기 모습 (사진=차진형 기자)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9월 1일부터 예금자보호 한도가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확대됐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를 통해 예금자의 심리적 안정을 제고하고 금융시장 내 신뢰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시장에서도 이번 제도 변화는 단순한 소비자보호를 넘어 금융업권 간 머니무브와 업권 내 양극화 심화를 촉발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제도 초기에는 눈치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저축은행은 부동산PF 부실과 연체율 상승, 운용 여력 악화로 고액 예금자 유치가 버거운 상황이다.

고객 역시 저축은행으로 옮길 이유가 적다. 지난 6월말 기준 은행과 저축은행 간 1년 만기 예금금리 차이는 0.44%에 불과하다. 금리인상기였던 2022년 은행과 저축은행 간 금리 차가 1.5% 포인트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은행 고객이 저축은행으로 이동할 요인은 부족하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저축은행에게 기회다. 저축은행이 자산건전성 회복과 운용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성공한다면 은행에서 저축은행으로 자금 이동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도 제도 시행 이후 저축은행 예금이 16~25%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자금이동 수혜는 저축은행 내 상위 몇 개사로 편중될 가능성이 높다. 브랜드 인지도, 디지털 채널 경쟁력, 운용 안정성에서 강점을 가진 상위 5개 저축은행은 이미 업권 전체 예금의 약 30%를 차지한다. 반면 중소형사는 금리 외 경쟁력이 부족해 신규 유입에서 소외되거나 오히려 기존 예금의 이탈 위험까지 커질 수 있다.

안수진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은 저축은행업권 내부의 수신 기반 양극화를 가속화할 전망"이라며 "자산규모 2조원 이상 대형사는 디지털 채널 경쟁력과 브랜드 신뢰를 기반으로 예금 유입 확대가 가능하지만, 예금보험료 증가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한다"고 전망했다.

이어 "반면 중소형사는 한도 상향 이후 분산 예치 수요가 약화되면서 예금 이탈 리스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로 인해 고금리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크지만, 이는 조달비용 상승, 순이자마진(NIM) 축소, 자본여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부동산 담보 중심의 고위험 여신 구조를 유지하는 한, 건전성 관리 부담까지 겹쳐 '운영 병목' 우려가 부각된다"고 덧붙였다.

은행업권은 총 수신 규모가 약 2000조원에 달해 단기 충격은 미미하다. 그러나 세부 업권별로 온도차는 뚜렷하다.

시중은행의 경우 자산 규모와 브랜드 신뢰도를 감안할 때 한도 상향으로 인한 신규 자금 유입 효과는 제한적이다. 단, 기존 분산 예치 고객 일부가 단일 시중은행으로 자금을 집중할 가능성은 있다.

지방은행은 예금 의존도가 76%에 달하는 만큼 고액 예금자의 이탈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지역 기반 관계형 금융을 통해 기존 고객을 유지해왔지만 신뢰도가 높은 시중은행으로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터넷은행은 수혜 폭이 가장 클 전망이다. 고객 대부분이 1억원 이하 예금 보유자이며 비대면 채널 기반 상품 특성상 분산 예치인 고객을 더 끌어들일 수 있다. 그러나 여신운용 역량이 제한적으로 초과 유동성 리스크관리가 숙제로 남는다.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은 금융기관 간 경쟁구도의 변화를 예고한다. 제도 변화 자체가 자금 유입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향후 신용도 차별화의 핵심은 단순한 예금 유치보다 유입 자금을 얼마나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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