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희진 기자
  • 입력 2025.10.16 13:29

10년간 회계 위반 89개사에 자금 지원…기업은행도 2조 집행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사진제공=국민의힘)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사진제공=국민의힘)

[뉴스웍스=정희진 기자] 산업은행이 지난 10년 동안 금융당국의 회계제재를 받은 기업들에 20조원이 넘는 신규 여신을 내준 것으로 드러났다. 분식회계 등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한 기업들에 대해 금융당국이 제재를 내린 뒤에도 국책은행이 자금 지원을 이어가면서 제재의 실효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2015년부터 올해 8월 말까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회계 처리 위반 조치를 받은 89개 기업에 총 21조8390억원의 신규 여신을 실행했다.

이는 제재 이후 취급된 금액으로, 회계 위반 사실이 확인된 기업들에 대한 대출이 제재 후에도 이어졌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연도별로 보면 2016년이 9조2872억원(16개사)으로 가장 많았고, 이후 다소 감소했지만 2024년에도 4920억원(4개사)의 신규 여신이 이뤄졌다. 올해 8월 말 기준 과거 회계 위반 이력이 있는 129개 기업에 대한 여신 잔액은 24조8832억원에 달한다.  

올해 8월 기준 회계처리 위반 기업에 대한 산업은행(왼쪽)과 기업은행 여신 현황. (출처=추경호의원실)
올해 8월 기준 회계처리 위반 기업에 대한 산업은행(왼쪽)과 기업은행 여신 현황. (출처=추경호의원실)

같은 기간 기업은행도 회계 위반 기업 144개사에 2조401억원의 신규 여신을 취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95억원 수준이던 여신 규모는 2020년 4766억원(48개사)으로 정점을 찍었고, 2021년 이후에도 매년 2000억원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8월 말 기준으로는 37개사가 총 9272억원의 여신 잔액을 보유하고 있다.

추경호 의원은 "금융당국이 지난 8월 고의 분식회계에 대한 과징금을 확대하고, 기업 내부통제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며 "그럼에도 국책은행이 회계 위반 기업에 여신을 지속하는 것은 금융시장의 신뢰를 해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부실 위험 기업에 대한 여신 관리 기준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며 "회계 위반 기업에 대한 여신 지속은 불량 회계 기업에도 자금이 돌아간다는 잘못된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는 만큼 정부와 국책은행이 공공성과 건전성을 엄격히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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