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11.05 15:44
산은·수은 잇따라 내부 발탁…IBK는 낙하산 논란 재점화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잇따라 내부 출신을 행장에 앉히며 '안정 경영'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임기 만료를 앞둔 기업은행만큼은 여전히 '외풍' 우려가 거세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제23대 은행장으로 황기연 상임이사를 임명했다. 윤희성 전 행장에 이어 두 번째 내부 출신이다. 황 행장은 남북협력본부장 등을 지낸 정책통으로, 현 정부의 경제 기조와 보조를 맞출 인사로 평가된다.
앞서 산업은행도 지난 9월 박상진 행장을 선임했다. 1954년 설립 이후 71년 만의 내부 승진으로, 산은 내부에선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다만 박 행장은 이재명 대통령과 중앙대 법대 동문이란 점에서 정치적 연결성도 거론된다.
이처럼 내부 출신이 중용되는 흐름 속에서도 기업은행의 상황은 다르다. 내부 인사 교체론과 외부 낙하산설이 맞물리며 노조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대선 공약 이행 의지와 능력이 중요하다"며 정부를 겨냥했다. 표면상 총인건비제 개선을 요구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외부 낙하산 인사를 경계하는 메시지다.
과거 기업은행 노조는 2019년 문재인 정부 당시 윤종원 행장의 낙하산 논란에 맞서 27일 넘게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인 바 있다. 2022년 윤석열 정부에서도 정은보 전 금감원장 내정설이 돌았지만, 내부 출신 김성태 전무가 행장으로 선임되며 논란이 일단락됐다.
김성태 행장의 임기는 내년 1월 만료를 앞두고 있다. 재임 기간 기업은행은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800억원대 부당대출 사고가 터지며 내부통제 부실 비판이 이어졌다. 금감원 감사 결과 부당대출 규모는 당초 240억원에서 882억원으로 확대됐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사고 축소·늦장 보고로 질타를 받았다.
이 사건은 전·현직 직원이 담보가치를 부풀리고 허위 사업검토서를 작성한 내부 공모 형태로 드러나, 내부 출신 경영진의 리스크 관리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 일각에선 "이번엔 외부 인사가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일부에서는 공모 절차를 통해 투명하게 행장을 선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업은행은 상장사이지만 정부 지분이 50% 이상인 금융공공기관으로, 행장 인선마다 정권의 입김이 작용해왔다. 다만 강권석·윤용로 행장이 공개모집 절차를 거쳐 선임된 전례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은행의 공공성도 중요하지만 상장회사란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정부 입김이 과하면 결국 '투명한 금융기관 육성'이라는 원칙에도 어긋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