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5.11.09 08:00

특검 "청탁 대가 맞아"…12일 보석심문 예정

김건희 씨가 지난 9월 2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등 사건 첫 재판에 출석해 눈을 감고 있다. (사진=뉴스1)
김건희 씨가 지난 9월 2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등 사건 첫 재판에 출석해 눈을 감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법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씨의 1심 재판을 연내 마무리할 예정인 가운데 김 씨의 뇌물 수수 정황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최근 샤넬 가방을 받은 것을 인정한 가운데 디올 브랜드의 의류와 팔찌, 가방 등에 대한 수수 의혹까지 나오면서 특검이 범죄 사실 소명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29일 자본시장법 위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정치자금법 위반(공천개입 의혹),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건진법사 청탁 의혹) 등을 받는 김 씨를 구속기소했다. 이에 앞서 김 씨는 8월 12일 구속돼 서울남부구치소에 수용됐다.

특히 김 씨는 건진법사 전성배 씨와 공모해 2022년 4~7월 통일교 관계자로부터 교단 관련 청탁을 받고 8000여 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김 씨는 그간 혐의를 부인했으나 특검은 지난달 21일 전 씨측으로부터 시가 6220만원 상당의 그라프 목걸이 한 개를 비롯해 김 씨가 수수 후 교환한 사넬 구두 한 개, 샤넬 가방 3개를 임의제출 받아 압수했다.

전 씨는 특검 조사 등에서는 통일교 측으로 물품과 요구는 받았지만 김 씨에게 전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최근 본인 공판에서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아 김 씨에게 전달했고 이후 해당 물건 및 교환품을 돌려받았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전 씨가 말을 바꾸자 김 씨 측도 일부에 대한 수수 혐의를 인정했다. 지난 5일 "공소사실 중 전 씨로부터 두 차례 가방 선물을 받은 사실을 인정한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통일교와의 공모나 어떠한 형태의 청탁·대가 관계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라프 목걸이 수수 혐의는 부인했고, 샤넬가방을 받은 것만 인정했다. 변호인단은 "처음에는 가방을 거절했으나 전 씨의 설득에 당시 공직자의 배우자로서 더 엄격해야 했음에도 전 씨와의 관계에서 끝까지 이를 거절하지 못한 잘못을 통감한다"며 "해당 선물들은 사용한 바 없이 이미 과거에 모두 반환했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샤넬 가방만 인정하면서 청탁과 대가성이 없는 단순 선물인 만큼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변호인단은 "청탁은 김 여사에게 전달되지 않았고 대통령의 구체적 직무 권한과 무관하다"며 "특검이 주장하는 청탁이 알선수재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함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반면 특검은 확보한 가방이 사용감이 있고, 전 씨의 자백에도 줄곧 부인하다 인정한 점 등을 들어 김 씨 측 입장에 의문을 표했다. 특히 특검은 "청탁이 충분히 있었다고 볼만한 자료가 있다"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전경. (사진=박성민 기자)
서울중앙지방법원 전경. (사진=박성민 기자)

김 씨의 뇌물 수수 의혹은 샤넬 가방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6일에는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이 특검에 출석했다. 금거북이를 선물하고 국교위원장 자리에 올랐다는 의혹을 받는다.

특검은 김 씨에게 오는 24일 출석을 통보했다.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받았다가 돌려준 나토 목걸이 관련 조사를 위한 소환이다.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은 2022년 3월경 김 씨에게 반클리프 아펠사 목걸이 등 장신구 3종을 선물하면서 맏사위가 공직에서 일할 기회를 달라는 취지로 청탁했다는 내용의 자수서를 특검에 제출한 바 있다.

또 특검은 종합건설업 면허 없이 대통령 관저 이전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수주한 21그램 대표의 아내가 공사 수주 전후 김 씨에게 디올 브랜드의 가방 등을 건넨 정황을 포착했다. 지난 6일 21그램과 윤 전 대통령 부부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자택에서 업체로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디올 제품을 수집점 발견했다.

이에 대해 김 씨 측 변호인단은 "특검 일각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21그램으로부터의 대가성 제공품'이 포함된 것이 확실한지 의문"이라며 "특검은 무슨 연유인지 압수수색 시작 시점부터 디올이라는 상품명을 특정해 압수수색을 진행해서 반출해갔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검은 혐의 구성을 '전제로' 품목만을 중심으로 압수 대상을 지정했으나 그 과정에서 '피고인이 사비로 구매한 의류·액세서리 및 청탁 내지 시기와 무관한 디올 제품들을 포괄적으로 반출한 상황'으로, 압수된 전체 품목이 청탁과 연관된 것으로 일괄적으로 오인돼서는 안 된다"며 "향후 수사 과정에서 각 제품별 취득 시점, 지급 경위, 결제 내역 모두 수사를 통해 항목별로 명확히 소명해 판단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씨의 1심 재판은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앞서 재판부는 향후 재판과정에 대해 "오는 14일 증인신문을 종결하고, 19일 서증조사를 진행한 후 26일 서증에 대한 피고인 측 의견을 듣겠다"고 설명했다.

이르면 이달 말 검찰의 구형과 피고인 측 최후변론이 이뤄질 전망이다. 통상 결심공판 이후 1~2개월 이내에 선고가 내려지는 만큼 연말이나 내년 초에 1심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12일에는 보석심문도 예정돼 있다. 김 씨 측은 지난 3일 "어지럼증과 불안 증세 등 건강 문제와 방어권 보장을 위해 불구속 재판이 필요하다"며 재판부에 보석을 청구했다. 특검은 증거 인멸 우려 등을 담은 보석 '불허' 의견서를 제출했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의 보석청구는 지난달 2일 기각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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