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3.05.14 08:15

인스타그램, 게임 채팅도 안전지대 아냐…낯선 이성 접근은 일단 '주의'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제작된 몸캠 피싱 사례. (자료제공=경기도디지털성범죄피해자원스톱지원센터)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제작된 몸캠 피싱 사례. (자료제공=경기도디지털성범죄피해자원스톱지원센터)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올해 성년이 된 A씨는 최근 호감이 가는 이성이 생겼다. 지난달 자신에게 인스타그램 다이렉트메시지(DM)를 보낸 4살 연상의 B씨다. 신발 구매처를 묻는 그녀의 DM을 시작으로 둘은 며칠간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며 가까워졌다. 프로필에 걸린 B씨의 사진은 A씨의 이상형 그 자체였고, 그는 점차 그녀에게 마음을 열게 됐다. 어느 날 B씨는 "이제는 카카오톡으로 대화하자"며 자신의 아이디를 알려줬다. A씨도 그 제안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이어진 화상통화 요청과 서로의 신체 부위를 보여주자는 제안 역시 A씨는 흔쾌히 승낙했다. 영상통화 도중 급격히 나빠진 화질을 개선하기 위해 특정 파일(.apk)을 설치하라는 B씨의 말에도 A씨는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 결국 A씨가 파일을 클릭한 순간, 그녀는 돌변했다. "네가 한 음란행위 다 녹화됐다. 당장 합의금 입금해. 거부하면 가족·친구들에게 영상 유포한다."

다행히 A씨는 가상의 인물이지만, 그가 겪은 사례는 '몸캠 피싱'의 전형적 수법이다. 몸캠 피싱은 '바디캠(Body cam)'과 '피싱(Phishing)'의 합성어로, 사이버 공간에서 성적 호기심을 자극해 자위 등 음란행위를 유도한 뒤, 이를 촬영해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갈취하는 범죄다. 범죄자들은 데이팅 앱, 게임 채팅, SNS, 랜덤채팅 등을 통해 범행 대상을 물색하고, 영상통화가 가능한 앱으로 피해자를 유도한다. 

이러한 몸캠 피싱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며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몸캠 피싱 범죄 건수는 총 4313건으로, 2018년(1406건)보다 3배로 늘었다. 범죄 특성상 주위의 시선 등을 의식해 신고를 꺼리는 만큼, 실제 피해자는 이보다 5배에서 10배 더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더 심각한 것은 올해 성년이 된 스무살을 포함한 20대 청년들이 몸캠 피싱 범죄의 주요 타깃이 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발생한 몸캠 피싱 피해자의 약 40%(1723건)가 20대로 집계됐다. 2021년만 해도 902명이던 20대 몸캠 피싱 피해자 수는 1년 새 두 배 이상 뛰었다.

인스타그램을 이용한 몸캠 피싱 사례. (사진=몸캠 피싱 피해자모임 네이버 카페)
인스타그램을 이용한 몸캠 피싱 사례. (사진=몸캠 피싱 피해자모임 네이버 카페)

◆파일 설치만 안 하면 된다?…점점 고도화되는 범죄 수법

가장 잘 알려진 몸캠 피싱 수법은 피해자의 스마트폰에 '.apk' 또는 '.zip' 확장자 형태로 만들어진 악성코드를 설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악성코드가 스마트폰에 심어지는 순간, 전화번호부와 같은 개인정보들이 범죄자들에게 순식간에 넘어간다. 피싱범들은 이 상태에서 음란영상이나 음란사진 등을 촬영하도록 유도한 뒤, 지인들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며 돈을 뜯어낸다. 

도용한 타인의 사진 등으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SNS 계정을 만들어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사례도 최근 늘고 있다. 음란행위 영상 또는 사진을 확보할 경우, 피해자 지인들의 SNS 계정에 메시지를 보내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며 금전을 요구한다. 앞서 언급한 A씨가 당한 수법이다. 해당 방법을 활용하면 피싱범들은 SNS를 통해 해킹이나 악성코드 없이도 손쉽게 피해자의 지인 명단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해킹파일을 이용한 몸캠 피싱이 대중에게 노출되며 수법을 바꾼 것이다. 

피해자들의 간절함과 심리적 허점을 파고드는 수법에도 주의해야 한다. 조언이나 상담 등을 빙자한 몸캠 피싱 역시 적잖게 발생하는 추세다. 이들의 먹잇감은 몸캠 피싱에 이미 당한 뒤 조언을 구하기 위해 커뮤니티를 방문한 피해자들이다. 피싱범들은 "나도 이미 당한 피해자다. 대응법을 알려주겠다", "유포가 될 것인지 안 될 것인지 조언해주겠다", "몸캠 피싱 대응업체 직원이다"라는 식으로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협박범에게 줬던 영상이나 사진을 보여달라고 요구한다. 피해자들은 이미 심적으로 불안한 상황인지라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그들의 말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전달된 사진이나 영상은 또 다른 협박의 빌미가 된다. 

이미 몸캠 피싱의 마수에 빠진 상태라면 절대 돈을 송금해선 안 된다. 협박에 굴복해 한 번이라도 돈을 보낼 경우 피싱범들의 집중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사진=몸캠 피싱 피해자모임 네이버 카페)
이미 몸캠 피싱의 마수에 빠진 상태라면 절대 돈을 송금해선 안 된다. 협박에 굴복해 한 번이라도 돈을 보낼 경우 피싱범들의 집중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사진=몸캠 피싱 피해자모임 네이버 카페)

◆몸캠 피싱, 돈으로 해결 못 해…송금하면 더 큰 협박 시작

몸캠 피싱 피해를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스마트폰의 보안 설정을 강화해 두는 것이 좋다. 스마트폰 제품에 따라 메뉴 명칭은 일부 다를 수 있지만, 스마트폰의 환경설정 메뉴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앱'의 설치를 차단할 수 있다.  

출처 불명의 실행 파일을 설치하는 행위는 주의해야 한다. 공식 앱 스토어인 구글 플레이 스토어, T스토어 등이 아닌 문자·모바일 채팅 등으로 전달된 URL에 접속해 파일을 내려받는 건 무조건 피해야 한다.

랜덤 채팅, SNS 등에서 낯선 이성과 대화할 때 언제든지 이러한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상대와 합의된 상태에서 음란 채팅이나 음란 행위를 하는 건 자신의 자유다. 하지만 그 결과는 오롯이 본인이 지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랜덤 채팅은 익명성 보장을 이유로 개인정보와 채팅 내용을 저장하지 않아 몸캠 피싱을 포함한 여러 범죄의 시발점이 되는 경우가 많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이미 몸캠 피싱의 마수에 빠진 상태라면 절대 돈을 송금해선 안 된다. 협박에 굴복해 한 번이라도 돈을 보내는 사람은 미끼를 문 것으로 인식돼 추가로 협박하며 점점 더 큰 돈을 요구하는 것이 이들의 수법이다. 돈을 받은 피싱범들이 약속을 지키는 경우는 없다. 최대한 돈을 뜯어낸 뒤, 6개월 뒤에 다시 연락해 다시 갈취에 나서는 게 패턴이다.

따라서 절대 돈을 송금하지 말고 대화 내용, 계좌 번호 등 증거자료를 가지고 즉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두려운 마음에 스마트폰을 초기화하거나 대화 내용 또는 파일을 삭제하면 증거자료를 없애는 일이 되는 만큼,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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