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10.16 15:57
KB "UI 개발 과정 상세 자료 제출하라"
토스 "WTS 개발 성과 특정할 수 없어"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KB증권과 토스증권이 웹트레이딩시스템(WTS) 유사성을 놓고 법정에서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0민사부는 KB증권이 토스증권을 상대로 낸 '부정경쟁행위금지가처분 신청' 2차 심문을 열었다.
앞서 KB증권은 토스증권이 출시한 WTS '토스증권 PC'가 자사 WTS '마블와이드' 화면과 유사한 구성을 띄고 있다며 가처분 신청을 냈고, 지난 8월 1차 심문이 열린 바 있다.
이날 KB증권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지평과 토스증권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태평양은 사전에 준비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통해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첨예하게 대립했다.
먼저 KB증권 측은 토스증권 WTS의 사용자인터페이스(UI)가 자사 WTS '마블와이드'의 성공에 편승하고자 하는 성과도용행위라고 주장했다. KB증권은 20~30대 젊은 층을 겨냥해 만든 '마블와이드'가 WTS의 선두 주자로써 기존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의 한계를 탈피하고자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업계에 보편화돼 있던 기존 바둑판식 배열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시선을 분산시키고 시인성을 떨어뜨렸는데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쳐 만들어진 '마블와이드'는 하나의 행에 하나의 카테고리만을 넣어 시인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날 KB증권은 토스증권의 WTS가 자사의 '마블와이드'와 크게 ▲홈화면 ▲트레이딩 ▲나의자산 시스템이 유사한 UI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특히 홈화면 시스템에서 상하 3단 구조와 이용자 자산 정보를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접이식 화면 구성 등을 토스증권이 베꼈다고 강조했다.
KB증권 측은 토스증권이 제출한 자료가 과정보다 결과물 중심이라며 UI를 개발하는 데 있어 어떠한 시행착오를 겪었는지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소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KB증권은 "토스증권은 지난해 7월 이미 현재 수준의 WTS를 완성했다고 주장하는데, 같은 해 4월경 자료를 보면 굉장히 기초 단계의 콘셉트 논의만 있었다"며 "어떻게 갑자기 그렇게 빠른 시일 내에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토스증권은 KB증권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토스증권은 이번에 KB증권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 자체를 문제 삼았다. 채권자인 KB증권이 강조하는 '성과'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2021년 토스증권의 MTS가 고객들에게 이미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때부터 UI 역시 개발이 시작됐다"며 "KB증권이 주장하는 대부분의 구성 요소들은 다른 증권사 WTS에도 존재한다"면서 "주식거래매매 시스템이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토스증권은 KB증권 측이 요청한 구체적인 소명 자료에 대해서는 "KB증권의 WTS는 외주를 통해 만들어져 기록이 남아있을 수 있지만, 토스증권의 경우 자사에서 직접 개발한 까닭에 자료가 없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올해 3월 기자간담회 당시와 현재 UI가 차별점이 생긴 것에 관해서는 개발과정에서 사용자 요청에 의해 수정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토스증권은 오히려 KB증권이 미국 주식거래 플랫폼 '위불(Webull)'을 따라했다고 주장했다. KB증권이 성과라고 지칭하는 요소들이 이미 위불 사이트에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KB증권 측에 구체적으로 '성과'라고 주장하는 부분이 어떤 것인지 특정하는 자료를 요청했다. 재판 결과는 이르면 오는 12월 중 나올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KB증권이 토스증권을 상대로 재판에서 승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UI라는게 논리적으로 유사성을 입증하기 힘들 뿐 더러 IT 분야에서는 인터페이스와 구성 요소가 업계 전반적으로 비슷한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