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12.14 19:15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정지로 정상 외교가 중단되면서 정치·경제 분야의 악재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에 10%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방위비 분담 압박과 방산 수주 차질 등 다양한 문제에 봉착할 위기에 놓였다.
14일 외교 전문가들에 따르면, 외교 공백 상황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에 높은 관세 부과와 방위비 분담 압박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키웠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지난 12일(현지시간) CSIS의 온라인 대담 '캐피털 케이블'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첫 100일이 아니라, 첫 100시간 안에 한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많은 일이 나올 것"이라고 말하며 주한미군부터 관세, 반도체법 등 민감한 이슈들이 쏟아져 나올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의 보편 관세 공약과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상황이 맞물리면서, 한국에 10% 이상의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차 석좌는 "리더십 공백 상태에서는 관세 부과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하며, 한국이 효과적인 협상을 진행할 리더가 부재하다고 봤다.
그는 계엄 이후 혼란한 정국에서 한국의 외교·안보 위상에 대한 우려 섞인 시각도 내놨다. 차 석좌는 "매우 중요한 플레이어가 돼 왔는데 지도자가 없다면 (지금까지의 위상은) 쉽게 사라질 수 있고 몇 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지역을 경제적·안보적으로 취약하게 만들고, 한국과 동맹 관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도 같은 날 한미 안보전문가 의견을 기초로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한국의 권력 공백으로 안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동맹에 대한 재점검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정치적 마비가 불안을 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WP는 리더십 위기가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과 맞물리면서 북한과 중국을 견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한미동맹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사태는 한국과 미국 간 관계를 약화시키고, 외교와 무역 정책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손상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내달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트럼프 당선인은 관세 카드를 비롯해 주요 동맹국들에 '안보 무임승차론'을 내세워 추가 비용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그는 대선 기간 중 한국을 '현금인출기'에 비유하며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연간 100억달러(약 14조3220억원)를 지출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외교 공백'의 여파는 방산업계에 이미 타격을 주고 있다. 이달 시작할 예정이던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사업 입찰이 내년으로 연기될 전망이다. 정부는 총 7조8000억원을 투입해 오는 2026년부터 새로운 구축함을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었지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 위원장인 국방부 장관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또한 최근 한국과 무기 구입 논의를 위해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방문하려던 키르기스스탄공화국 대통령과 국내 방산기업과 면담 일정을 진행할 예정이었던 스웨덴 총리의 방한 일정이 취소됐다. 이에 대해 방산업계 관계자는 “방산 수주는 정부와 기업이 발맞춰 상대방 정부를 설득하는 방식인데, 정부 공백이 길어진다면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현대로템이 추진하는 폴란드와의 K2 전차 수출 계약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폴란드가 한국의 정국 불안 등을 이유로 계약 조건을 불리하게 조정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K-방산 도약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석유화학과 철강 분야에서도 정부 정책 공백으로 인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산업 재편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중국 저가 제품으로 가격 경쟁력을 잃은 범용제품 생산 공장의 합병 유도와 석유화학 분야의 금융·세제 지원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지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대통령실의 공백으로 관계 부처 간 협의와 법안 통과도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다.
이 밖에도 철강업계가 정부에 요구한 저가 중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와 제재도 지연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해당 사안이 중국과의 외교적 문제가 얽혀 있어,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관련 논의가 ‘올스톱’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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