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12.14 17:40

[뉴스웍스=박광하 기자] 국회가 1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11일 만이자, 두 번째 국회 투표만에 이뤄낸 가결이다.
탄핵소추안 가결에 따라 윤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됐고, 이제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헌재는 앞으로 180일을 기한으로 탄핵 심판에 돌입하게 된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할 경우 윤 대통령은 파면되며, 기각 시 윤 대통령은 대통령직에 복귀하게 된다.

◆3일 밤 갑작스런 비상계엄…국회 2시간 만에 '해제'
갑작스럽고도 느닷없는 비상계엄이었다. 온 국민은 한밤중에 일어난 사건에 가족과 지인들에게 '진짜냐'라고 서로 물으며 진위 파악에 정신이 없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오후 10시 30분께 긴급 담화에서 종북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이날 오후 11시부로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했다. 지난 1979년 10·26 사태 이후 45년 만에 이뤄진 비상계엄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비상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유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저는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국회는 재빨리 비상계엄 해제에 나섰다.
국회는 4일 오전 0시 47분 본회의를 열고 비상계엄령 해제 요구안을 올렸다. 표결 참여 190명 전원 찬성으로 요구안이 통과됐다. 표결 의원 중 18명은 친한동훈계 국민의힘 의원으로, 이들 역시 전원 찬성표를 던졌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 의결에 따라 대통령은 즉시 비상계엄령을 해제해야 한다. 국민 여러분은 안심하시길 바란다. 국회는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다. 국회 들어와 있는 군경은 당장 국회 밖으로 나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헌법 제77조 제5항은 국회가 재적 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에 따라 4일 0시 30분께 국회의사당 유리창 등을 깨며 국회로 진입했던 계엄군이 44분 만에 철수했다. 계엄군의 국회 진입 당시 상당수 국회의원 보좌진과 당직자는 사무실 집기류로 출입문에 바리케이드를 세웠고, 소화기를 뿌리는 등 몸싸움까지 벌이면서 계엄군과 맞섰다.

◆야당 "윤 대통령은 내란범"…즉각 탄핵 돌입
비상계엄은 몇 시간 만에 끝났지만, 후폭풍은 컸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윤 대통령 탄핵에 나섰다.
민주당은 4일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 이후 결의문을 내고 "대한민국과 국민을 우롱하고 민주주의를 짓밟은 윤석열 정권의 끝은 비참한 파멸뿐"이라며 "즉각 자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결의문에서 "윤 대통령이 어젯밤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전 국민적 저항과 국회의 결의로 6시간 만에 해제하는 폭거를 저질렀다"며 "비상계엄이 선포된 것은 1979년 이후 45년 만의 일로, 계엄군이 국회를 포위하고 국회 본청까지 난입했다"고 비난했다. 또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며 "이는 엄중한 내란 행위이자, 완벽한 탄핵 사유"라고 정의했다.
같은 날 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시대전환, 녹색당 등 야 6당은 오후 2시 40분께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탄핵 절차를 추진하게 됐다"며 "대통령이 헌법적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국정을 운영함에 있어 중대한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를 진입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던 헌법 기관에 대한 문란에 대한 내란죄가 포함됐다"며 "헌법과 법률 위반, 개헌법 위반, 형법상 내란죄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서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여당 표결 불참…1차 탄핵 시도는 '실패'
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에 따라 이뤄진 7일 표결은 정족수 미달로 가결되지 못했다.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2016년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헌정사상 세 번째로 7일 실시된 탄핵소추안 표결에는 민주당(170명), 조국혁신당(12명), 개혁신당(3명), 진보당(3명), 기본소득당(1명), 사회민주당(1명), 무소속(2명) 의원 등이 참여했다.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등 국민의힘 일부 의원이 표결에 참여했지만, 정족수(200명 이상) 미달인 195표로 투표가 불성립됐다.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건희 특검법을 부결시킨 뒤 단체로 퇴장하고 돌아오지 않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재석한 의원들이 투표를 마친 후에도 투표 종료를 선언하지 않고 여당 의원들에게 돌아와 투표하길 호소하면서 기다렸다. 하지만 여당 의원들의 불참에 결국 오후 9시 20분께 투표를 종료했다.
여당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윤 대통령이 여당의 요구대로 대국민 사과를 수용했다는 점, 임기단축 개헌을 비롯해 정국 주도권을 당에 넘기기로 한 점 등이 고려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대통령이 여당 요구를 받아들인 만큼 탄핵 명분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특히 비공개 의원총회에선 대통령 탄핵으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반사이익'을 보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를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친한계 역시 윤 대통령의 '당에 일임하겠다는 선언'을 '2선 후퇴'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간주해 탄핵 반대 당론을 따르기로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투표 불성립에 대해 "내란행위, 군사반란행위 책임을 묻고 대한민국 최대 리스크인 '윤석열 씨'를 반드시 탄핵하겠다"면서, 다시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표결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계엄 수사로 관련자 잇따라 체포·구속
경찰·검찰·국방부·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이 계엄 관련자를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하는 가운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공수처·국방부 조사본부는 11일 합동 수사를 위한 '공조수사본부'를 출범했다. 검찰은 공수본에 참여하지 않았다.
경찰청 국수본은 이날 공수처, 국방부 조사본부와 함께 '12·3 비상계엄 사태'를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수사하기 위해 공수본을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조본은 경찰 국수본의 수사 경험과 역량, 공수처의 법리적 전문성과 영장청구권, 국방부 조사본부의 군사적 전문성 등 각 기관의 강점을 살려 상호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중복 수사로 인한 혼선과 비효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수사기관에 의해 첫 구속된 계엄 관련자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0일 내란중요임무종사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결과 "범죄 혐의 소명 정도, 범죄의 중대성, 증거를 인멸할 염려를 고려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전 장관은 구속심사 중 대기하던 서울동부구치소에 그대로 수감됐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하고 이를 주도한 인물이다. 계엄포고령을 작성하는 데 깊이 관여하고,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무장 계엄군 진입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계엄선포 전 예하 군 지휘관들에게 계엄선포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항명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겁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도 구속됐다.
13일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조 청장과 김 서울청장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뒤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들은 비상계엄 당시 국회 전면 출입통제 조치를 하달하면서, 계엄 해제 표결을 위해 국회로 향하는 국회의원 등의 출입을 막는 등 적극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청장과 김 청장의 구속은 계엄 전 윤 대통령과 안전가옥(안가)에서 회동한 것이 뒤늦게 밝혀지는 등, 최초 조사 때와 다른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는 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참여한 2차 탄핵 투표…결국 204표 '가결'
1차 탄핵소추안 가결 실패 이후 국회는 2차 탄핵소추안 표결에 돌입했다. 민주당,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 6당은 12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14일 탄핵소추안 표결에 돌입했다.
2차 탄핵안 표결에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3일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탄핵만이 혼란을 종식시킬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라며 "국민의힘 의원들은 부디 내일은 탄핵 찬성 표결에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
2차 탄핵안은 비상계엄의 위헌과 위법성에 중점을 두고 작성됐다. 특히 '지정학적 균형을 도외시한 채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적대시하고,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정책을 고집하며 일본에 경도된 인사를 정부 주요 직위에 임명하는 등의 정책을 펼침으로써 동북아에서 고립을 자초하고 전쟁의 위기를 촉발시켜 국가 안보와 국민 보호의무를 내팽겨쳐왔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여당은 14일 표결 직전까지 의원총회를 진행한 끝에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부결하기로 한 당론을 유지하지만, 표결엔 참여키로 했다.
이날 오후 4시부터 진행한 표결은 1차와 마찬가지로 무기명으로 투표가 이뤄졌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약 한 시간 뒤인 오후 5시께 총투표수 300표 중 찬성(가) 204표, 반대(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했다.
이로써 윤 대통령은 직무가 정지됐으며, 이후 헌재에서 탄핵 심판을 진행하게 된다. 3일 밤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11일간의 국정 혼란이 탄핵 가결로 일단락된 셈이다.
윤 대통령은 향후 있을 헌재의 탄핵 심판에서 계엄 선포가 정당성을 주장해 방어권을 행사할 것을 예고한 바 있다. 이전 사례를 고려할 때 2~3달 후 나올 헌재의 탄핵 심판 결과에 따라 향후 정국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비상계엄이 촉발한 국정 혼란, 사회 혼란은 아직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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