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12.21 08:00
탄핵 여파 '성장률 둔화' 불가피…해외IB "내수 진작 최우선 과제"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내년 1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1450원대를 오르내리는 원달러 환율이 부담이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예정대로 12월에도 정책금리 인하를 단행한 가운데 비상계엄 사태로 둔화된 국내 경기를 부양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우선 한미 금리 역전 폭이 상단에서 1.5%포인트로 축소돼 금통위의 통화정책 여력은 충분한 상황이다.
작년 7월 연 5.25~5.50%에 도달한 뒤 연속된 8번의 회의에서 모두 동결됐던 연준 정책금리는 추석 직후인 9월 0.50%포인트 인하, 이른바 빅컷이 단행되면서 피봇(통화정책 방향 전환)이 시작됐다. 11월과 12월에도 0.25%포인트씩 떨어져 4.25~4.50%로 낮아졌다.
한은 기준금리는 연 3.0% 수준이다. 작년 1월 3.25%에서 3.50%로 인상된 뒤 2월부터 올해 8월까지 동결됐다가 10월과 11월 0.25%포인트씩 내렸다.
내년 연준의 인하 폭이 축소됐지만, 내년 1월 한은의 통화정책은 대외보다는 국내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정형주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이미 1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물가안정보다 경제성장률 제고를 우선시하는 신호를 보냈고, 이러한 기조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라고 판단했다.

비상계엄 사태로 성장률 전망치는 낮아지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8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아무래도 탄핵 결과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거라고 본다. 4분기 성장률을 0.5% 정도로 예상했는데 0.4%나 그보다 낮아지지 않을까 한다"며 "연간 성장률은 2.2%가 아닌 2.1%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사태 초기인 5일에는 "금융시장이 단기적으로 흔들렸으나 경제성장률은 그대로라고 본다"고 언급했으나 결국 하향이 불가피해진 모습이다. 한은에 따르면 비상계엄 이후 수출 부문은 예상이 유지되고 있으나, 소비지표인 카드 사용액이 하락하는 등 소비심리가 급격히 얼어붙는 모습이다.
탄핵 정국에서 소비심리가 둔화되는 것은 과거에도 관찰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2016년 10월 일명 최순실 게이트로 불리는 국정농단 의혹이 제기됐고, 12월 3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뒤 9일 가결됐다. 이후 2017년 3월 10월 헌법재판소에서 파면 결정이 나왔다.
당시 소비자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 추이를 살펴보면 2016년 10월 102.7에서 11월 96.0로 급락한 뒤 12월 94.3, 2017년 1월 93.3까지 떨어졌다. 이후 반등했지만 탄핵이 법원에서 인용된 후인 2017년 4월(101.8)에야 100을 상회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0보다 낮으면 비관적, 높으면 낙관적을 의미한다.

여기에 더해 예산안도 내년 성장률에 마이너스로 작용한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을 1.9%로 예상했다. 잠재성장률 2%를 밑도는 수준이다.
지난 10일 673조3000억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안보다 4조1000억원 깎였다. 헌정 사상 최초로 감액예산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한은은 긴축 예산안이 성장률에 마이너스 0.06%포인트 영향을 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야당은 곧장 추경 편성 주문하고 있으나, 정부는 일단 상반기에 세출예산의 75%를 배정하는 등 집중 집행을 통한 경기 부양에 나설 방침이다.
한편 글로벌 투자은행(IB)은 한은이 내년 1월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 중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씨티는 "한은은 계엄 사태에 대응해 안정적 경제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면서 내년 1월 추가로 0.25%포인트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이치뱅크도 "과거 탄핵 시 대규모 추경이 대선 이후 편성됐던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통화정책의 경우 한은이 최종 금리의 하향 조정을 시사함에 따라 당초 전망 수준인 2.25%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 1월 추가 인하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바클레이즈는 "현재로서는 한은이 내년 2월을 포함해 총 0.75%포인트의 인하를 실시할 것으로 예상하나, 계엄 사태로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면서 추가 인하 시점을 앞당기거나 인하 폭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