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1.23 15:50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고려아연이 23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25.42%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하기로 했다. 이에 영풍 측은 즉각 반발하며 임시 주총 연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총에서 이사회 의장을 맡은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은 "상법 제369조 제3항에 따라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이 인용한 상법은 제369조 제3항으로 '회사, 모회사 및 자회사 또는 자회사가 다른 회사 발행주식의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다른 회사가 가지고 있는 회사 또는 모회사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이 보유한 자사주 12%와 영풍이 보유한 25.42%의 지분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고려아연은 전날(22일) 호주에 있는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을 통해 영풍 지분 10.33%를 매입해 '고려아연(100%) → 선메탈홀딩스(100%) → SMC(10.33%) → 영풍(25.42%) → 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했다. 이를 근거로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의 의결권이 상법상 제한된다고 주장한 것이다.
고려아연 측은 SMC가 영풍 지분 10% 이상을 확보해 '고려아연(100%)→선메탈홀딩스(100%)→ SMC(10.33%)→ 영풍(25.42%)→ 고려아연'의 순환출자 고리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에 대한 영풍의 의결권이 효력을 잃는다는 게 고려아연 측의 설명이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강하게 반발했다. 영풍 측 대리인은 "고려아연이 주총 전날 갑작스럽게 영풍 주식 인수를 급하게 공시한 것은 매우 불법적인 행태"라며 "의장은 이 사실을 언제 알았냐"며 강한 불만을 표했다. 이어 "의결권 제한이 적용되는지 법원 판결을 받은 것도 아닌데, 이를 주총에서 기습적으로 실행하는 것은 주주들을 우롱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한 영풍 측은 해외 기업인 SMC가 국내 상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SMC는 유한회사로, 주식회사 간에만 적용되는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4조원이 넘는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이 직접 행사하려고 이곳에 모였는데, 고려아연이 기습적으로 의결권을 제한하려 한다"며 “법적 판단을 받기 전까지 임시 주총을 연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영풍 측과 고려아연 측 주주들 간 의견이 엇갈리며 고성이 오갔다. 영풍 측 주주들은 “법원 판단 없이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주총 연기를 주장했지만, 고려아연 측 주주들은 "이미 일정이 너무 지연된 만큼 신속하게 투표를 진행해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박기덕 사장은 "임시 주총 연기 여부를 두고 표결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측은 임시 주총 연기 여부를 결정하는 표결에서도 영풍 측의 의결권은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고려아연 임시 주총은 당초 오전 9시에 개회될 예정이었으나, 주주 위임장 확인 절차가 길어지면서 오후 1시 52분이 돼서야 개회됐다. 그러나 출석 주식 수 집계를 두고 주주들의 항의가 이어지면서 다시 정회된 바 있다.
박 사장은 "출석 주식 수 집계가 완료되지 않았지만 주총이 너무 늦어져 일단 개회했다"며 "안건 표결 전까지 출석 주식 수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주주들이 "출석 주식 수를 공개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주총 진행이 어렵다"고 반발하면서 결국 다시 정회가 선언됐다.
한편, 이날 MBK파트너스·영풍 측은 임시 주총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고려아연도 24일 오후 별도 기자간담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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