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현준 기자
  • 입력 2025.02.05 11:08

고려아연 "MBK 이사회 진입 열어두겠다"…영풍 "진정성 없다"

지난달 23일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가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고려아연)
지난달 23일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가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고려아연)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고려아연 최대 주주인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화해 제안에 대해 “진정한 타협을 원한다면 대주주를 무시하며 벌인 일들을 원점으로 돌려놔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는 고려아연이 임시주주총회 이후 제안한 협력 방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영풍은 5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 회장이 스스로 벌인 일들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생각이 없다면, 그동안 1대 주주를 무시하며 벌인 만행들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할 마음이 없다면, 어떠한 타협도 기대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달 23일 임시주총 직후 MBK파트너스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이사회 진입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는 "소모적인 갈등을 멈춰야 할 때"라며 "MBK를 더 이상 적으로 규정하기보다 새로운 협력자로 받아들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MBK와 현 경영진이 공통의 목표인 고려아연 발전을 위해 협력하고 신뢰할 수 있다면,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며 "MBK가 원한다면 경영 참여의 길도 열어놓겠다"고 덧붙였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지난달 24일 오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대응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 MBK파트너스 온라인 기자간담회 갈무리)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지난달 24일 오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대응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 MBK파트너스 온라인 기자간담회 갈무리)

하지만 영풍은 이러한 화해 제안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영풍은 "최 회장이 4개월 동안 MBK를 '투기 세력'과 '중국 자본'으로 둔갑시키며 막대한 선전비를 들여 음해해 오던 사람이 갑자기 입장을 바꾼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라며 "대화와 타협은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 있어야 가능한데, 최 회장은 대주주인 영풍을 철저히 무시해 왔다"고 비판했다.

영풍은 특히 고려아연이 임시주총 직전 해외 계열사를 동원해 신규 순환출자 구조를 만들고, 이를 근거로 최대 주주인 영풍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한 점을 강하게 문제 삼았다.

영풍은 "주총에서 벌어진 일들이 위법·부당했음을 인정하고, 그 의결이 무효임을 선언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최 회장의 화해 제안은 그저 명분 쌓기에 불과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영풍·MBK는 지난달 31일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금지 및 탈법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최 회장과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 SMC 전·현직 이사진들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같은 날 법원에는 주총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소를 제기했다. 지난 3일에는 최 회장과 SMC 이사진들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영풍은 고려아연 측이 자신들의 경영권 확보 시도를 ‘적대적 행위’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영풍은 "1대 주주가 회사에 적대적일 수는 없다"며 "경제적 이해관계를 고려했을 때, 고려아연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할 자가 어디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혹여 적대의 대상이 최 회장 자신을 향하는 것에 분노해 이 모든 사달을 만들어낸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끝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사안의 진실은 드러날 것이고, 1대 주주로서 경영 대리인의 전횡으로부터 회사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결심은 시간이 지나도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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