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현준 기자
  • 입력 2025.01.24 16:39

고려아연 "대타협 전제 이사회 개편·거버넌스 개선" 제안
MBK "원상 복구가 먼저…그렇지 않으면 진정성 없는 것"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전날 열린 임시주총 결과 관련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제중(왼쪽부터) 부회장, 박기덕 대표이사, 신봉철 노조부위원장이 참석했다. (사진=정현준 기자)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전날 열린 임시주총 결과 관련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제중(왼쪽부터) 부회장, 박기덕 대표이사, 신봉철 노조부위원장이 참석했다. (사진=정현준 기자)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전날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고려아연이 MBK에 대화를 제안하며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MBK가 원할 경우 경영 참여의 길도 열겠다고 했다.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은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K 측에 "대타협을 위한 대화의 시작을 제안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박 대표이사를 비롯해 이제중 부회장, 신봉철 노조 부위원장이 참석했다.

박 사장은 "이제는 억지로 만들어낸 주장과 비방이 난무하는 소모적인 갈등을 멈춰야 할 때"라며 "고려아연이라는 회사와 우리 공동의 꿈을 위해, 잠시 과거를 잊고 모두를 위한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전날 임시 주총에 어떻게 임해야 할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며 "갈등과 분쟁의 당사자가 함께 소통과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MBK 연합은 마치 우리의 방어가 최윤범 회장 개인을 위한 것으로 몰아가고 있지만, 이런 비난은 고려아연 임직원, 기술진과 노조를 모욕하고 무시하는 적대적 인수합병(M&A) 전략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MBK를 더 이상 적으로 간주하지 않고, 새로운 협력자로 받아들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박 대표는 "MBK가 사모펀드의 순기능인 기업의 파트너로서 긍정적인 역할을 해 가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MBK도 냉정함을 되찾고 우리의 말을 진중하게 고민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현준 기자)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현준 기자)

고려아연은 타협을 전제로 MBK와의 협력을 위해 이사회 개편, 경영 참여 가능성, 거버넌스 개선 등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우선, 이사회를 더욱 개방적으로 운영하고 MBK 측이 추천하는 일부 이사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MBK가 원할 경우 경영 참여의 길도 열어놓겠다"고 했다. 

또 "최윤범 회장이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으며, 이는 다음 이사회에서 실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MBK가 협력에 응할 경우 함께 고려아연의 더 나은 미래를 도모할 수 있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MBK가 이를 거부하고 적대적 인수합병을 지속할 경우, 고려아연 임직원과 노조, 지역사회가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끝으로 박 사장은 "MBK가 공멸의 길이 아닌 공생의 길을 고민해 주길 기대한다"며 "고려아연은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하고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MBK와의 신사업 추진 시 협업 가능성, MBK 측의 법적 대응에 대한 계획, 손자회사인 SMC의 영풍 지분 취득 등에 대해 질문이 나왔다. 

박 사장은 MBK 측에서 법적 대응 예고에 대해 "장기적인 법적 분쟁을 원하지 않으며, 소모적인 갈등보다 협력을 통한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과 고용 안정이 핵심 목표이며, 이를 위해 주주 및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신사업 추진 관련해선 "MBK는 자금력이 우수한 사모펀드"라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며 긍정적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또한 MBK 측이 순환출자 및 공정거래법 위반 가능성을 제기한 것에 대해 "SMC의 투자는 고려아연과 SMC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며 "영풍 지분 취득은 사모펀드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장악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경영 불안정성과 기업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도 전날 임시주총 이후 법적 쟁점 향방에 주목하고 있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MBK·영풍 측이 추가 법적 조치를 예고해 임시주총 결의의 효력 인정 여부가 주목된다"며 "이들이 취할 수 있는 대응 방안으로는 ▲주주총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주주총회 결의 취소의 소 제기 ▲주주총회 결의 무효 확인 또는 부존재 확인의 소 제기"라고 전망했다. 

한편, MBK 측은 이날 "SMC의 영풍 주식 취득 행위 중지와 주식 처분을 요청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할 계획이며, 최윤범 회장과 박기덕 사장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관할 검찰청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화를 원한다면 불법적인 임시 주주총회와 탈법적인 순환출자를 원상 복구하는 것이 먼저고, 그렇지 않다면 진정성이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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