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2.25 17:11

[뉴스웍스=강석호 기자] 더본코리아의 저가커피 브랜드 빽다방이 가격 인상 없이 고급 원두 함량을 두 배 늘릴 방침이다.
25일 더본코리아는 빽다방 가격 인상 계획에 대해 '스페셜티 원두' 블렌딩 함량을 두 배 상향하고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주요 저가커피 브랜드마다 원두 가격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인상한 것과 정반대 행보다.
컴포즈커피와 더밴티는 최근 주요 제품 가격을 200~300원 인상한 바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흐름에 조만간 빽다방도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지만, 빽다방은 가격 인상 없이 원가 상승분을 감내하겠다고 알렸다.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당사는 지난해 원두 품질 업그레이드를 위해 점주 간담회를 여러 차례 진행했다"며 "원두 가격이 상승한 상황에서 본사가 일정 부분 인상분을 감내할 계획이고, 가격 변동이 지속되는 품목의 경우 합리적인 구매 방식을 적용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가맹점 운영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서울 인근 소재 한 빽다방 점주는 본사의 이런 결정을 두고 "아직 내려온 지침이 없어 잘 모르겠다"고 답해 본사와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최근 커피 원두의 국제 시세는 브라질과 베트남 등 주산지의 작황 부진이 심각해지면서 가격이 1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뛰어올랐다. 국내는 원달러 고환율까지 겹쳐 체감 정도는 더 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고급 커피 원두로 사용되는 '아라비카'는 전년 동기 대비 94.72%, 대중적 커피 원두인 '로부스터'는 73.01% 치솟았다. 경제 데이터 분석 플랫폼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서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 10일까지 파운드당 약 230달러(180→410달러) 올랐다.
업계 안팎에서는 빽다방이 가격 인상 부분을 본사가 온전히 감내하기 쉽지 않다는 진단이다. 이종우 아주대학교 경영학 교수는 "점포 수가 3000개 이상인 메가커피는 원두 대량 구매로 인한 '바잉 파워'가 어느 정도 적용될 수 있겠지만, 이보다 점포 수가 적은 빽다방은 가격 방어가 어떨지 모르겠다"며 "더본코리아가 최근 '빽햄', '주방 내 LPG 가스통 비치', '브라질산 닭고기' 등 각종 논란에 직면했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커피 가격을 인상하면 더본코리아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최근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홍보한 '감귤오름' 맥주가 감귤 착즙액 함량이 소량(0.032%)인 점이 논란을 불러온 것처럼, 빽다방의 고급 원두 사용량 증대 방안은 실상을 파악하기 전까지 알 수 없다는 인식이다. 백 대표는 제주 감귤농가 지원 사례로 감귤오름을 언급했지만, 이 제품은 감귤 하나에서 나오는 착즙액으로 맥주 750캔을 생산할 수 있다. 우리 농산물 사용과 거리가 한참 먼 사례다.
업계 한 관계자는 "더본코리아의 가맹사업 매출 중 빽다방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본사가 원두 상승분을 모두 부담하는 것은 물론, 더 좋은 원두를 사용한다면 수익성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최근 더본코리아를 둘러싼 여러 논란을 고려할 때, 빽다방의 원두 사용 방안은 투명한 공개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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