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3.24 16:59

#한꼬집: 꼬집는 행위를 연상케 하는 '꼬집'은 소금과 설탕, 후추 등의 양념을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 끝으로 집을 만한 분량을 일컫습니다. 손가락 끝의 양념이 음식 맛을 돋우는 것처럼, 유통업계에서 불거진 이슈를 한꼬집 양념을 넣어 집중 조명합니다.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백종원 대표의 더본코리아가 주식시장 상장 이후 첫 사업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사업보고서에는 더본코리아의 전반적 운영 현황을 살펴볼 수 있는데요. 최근 백 대표를 둘러싼 각종 논란의 일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5개 브랜드 중 8개 브랜드만 성장…'빽다방' 비중 55.8%
우선 더본코리아의 근간인 외식사업은 표면적으로 실적 상승을 맛봤지만, 면면을 놓고 봤을 때 썩 좋은 결과라 보기 힘듭니다.
더본코리아 외식 브랜드 수는 총 25개입니다. 지난 2016년 35개 브랜드와 비교하면 10개가 줄어든 결과이지만, 여전히 국내 외식업체 중 다(多) 브랜드 1위라 봐도 무방한 수준입니다. 전체 브랜드 중 신규 출점이 이뤄지지 않은 브랜드는 10개, 가맹점이 줄어든 브랜드는 12개로 파악되는데요. 결국 가맹점이 늘어난 8개 브랜드가 더본코리아의 성장을 이끄는 실체입니다.
특히 커피 브랜드 '빽다방'에 의존하는 편중 현상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빽다방 가맹점은 1712곳(55.8%)으로 더본코리아 국내 가맹점 수 3066곳의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빽다방은 2023년 1449곳, 2022년 1228곳으로 매년 200곳 이상을 신규 출점하며 더본코리아의 전체 가맹점 수 증가와 궤를 같이합니다. 만약 빽다방이 흔들린다면 회사가 크게 흔들리는 구조인 것이죠.
지난해 가맹점 모집 논란에 휩싸였던 '연돈볼카츠'는 31곳만 생존했습니다. 2022년 75곳이 신규 출점했지만 2023년 23곳, 지난해 18곳이 각각 폐점했습니다. 회사 초창기 브랜드로 상징성을 지닌 '새마을식당'은 10여 년 만에 가맹점 수가 세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92곳)로 떨어졌습니다.
최근 3개년 평균 폐점 수는 192곳(2024년 176곳, 2023년 226곳, 2022년 175곳)으로 나타났습니다. 외식업계에서 더본코리아와 함께 주식시장에 입성한 교촌에프앤비는 같은 기간 평균 폐점 수가 13곳에 불과하죠.

특히 본사 슈퍼바이저 수가 크게 부족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해 회사 임직원 수(정규직)는 721명이며, 수퍼바이저가 속한 사무직 임직원은 407명입니다.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슈퍼바이저가 사무직에 포함된 건 맞지만, 구체적 수치(인원 수)는 알려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더본코리아는 외식사업 외에도 유통사업, 호텔사업 등 여러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무직은 재무·총무·인사·법무·물류·구매·마케팅 등 다양한 부서를 통칭합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각 사업 영역의 담당자를 제외하고 407명의 사무직 인원 중 슈퍼바이저 전문인력만 추린다면 50명을 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만약 50명의 슈퍼바이저가 3066곳의 가맹점을 관리한다면 1명이 약 61개의 가맹점을 관리하는 셈이죠.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슈퍼바이저는 가맹점 관리의 척도로 작용할 만큼, 브랜드 지속성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에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통상 1명의 슈퍼바이저가 가맹점 20~30곳을 관리하는 것이 이상적인 수준이다. 1명당 60곳 수준이라면 가맹점 관리는 사실상 쉽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더본코리아는 '점바점(점포 by 점포)' 논란이 꾸준히 제기됐는데요. 점바점은 프랜차이즈임에도 불구하고 매장마다 맛 차이가 제각각이라는 부정적 의미의 신조어입니다. 슈퍼바이저의 가맹점 관리 실태가 미흡한 브랜드일수록 점바점 현상이 짙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수량 두 배 늘렸던 '빽햄'…중국산 된장 잘 팔렸다
눈을 의심할 만한 지표도 있습니다. 더본코리아는 지난해 35명의 연구개발(R&D) 인력이 463종의 신메뉴를 개발했다고 명시했습니다. 1인당 평균 13개꼴로 신메뉴를 내놓은 결과인데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1년에 신메뉴 하나를 내놓기도 버거워하는 실정에서 463종의 신메뉴는 가공할 만한 수치입니다. 463종의 신메뉴를 내놓았음에도 회사의 경상연구개발비는 32만원으로 나타납니다.
더본코리아가 상장 당시 공모가 상향을 위해 종합식품기업인 ▲대상 ▲풀무원 ▲신세계푸드 ▲CJ씨푸드를 비교 기업에 올렸다는 비판도 일각에서 나왔습니다.
지난해 프랜차이즈사업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970억원, 341억원으로 전체 매출 4641억원의 85.5%, 전체 영업이익 360억원의 94.7% 비중입니다. 사실상 외식사업 외 나머지 사업은 곁가지 수준인데요. 유통사업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82억원, 8억원이며, 호텔사업은 88억원에 9억원입니다.

더본코리아는 올해 들어 다양한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사업보고서에서 논란이 됐던 사업과 품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논란의 기폭제가 된 '빽햄'은 물량 증대가 두드러졌습니다. 위탁제조 상품인 빽햄은 2023년 15억원에서 지난해 32억원어치로 주문액을 두 배 이상 늘렸습니다. 하지만, 예상보다 저조한 판매에 재고가 쌓이게 되자, 백 대표의 무리한 홍보마케팅이 논란을 촉발한 것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지난해 지역축제에서 100억원을 벌어들였다는 일부 매체의 보도도 한때 온라인을 달궜습니다. 더본코리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역축제사업을 포함한 '기타(지역개발사업 등)'에서 회사는 104억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 67억원 대비 55.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다만, 백 대표는 자신이 출연한 해명 영상에서 매출 100억원이 아닌, 순이익 100억원으로 달리 해석하며 논지를 비껴간 바 있습니다.
중국산 원료 사용으로 농지법 위반 혐의를 받은 백석공장은 장류 생산 가동률이 77%로 나타납니다. 이는 2022년 45%보다 32%포인트 대폭 증가한 결과며, 장류 제품이 이전보다 잘 팔렸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앞서 '백종원의 백석된장'은 중국산 개량 메주 된장, 미국·캐나다·호주산 대두 등을 주원료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자사 쇼핑몰에 해당 제품을 '시골집 된장의 깊은 맛 그대로, 전통 한식 제조기법'이라 홍보했습니다. 제품이 생산되는 백석공장은 농업진흥구역 내 위치하면서 국내산 농산물만 주원료로 사용해야 합니다.
더본코리아의 100% 자회사인 성림쓰리에이통상은 지난해 포장육 공장가동률이 100.5%로 풀가동 상태입니다. 이 회사는 국내산 닭고기가 아닌 브라질산 닭고기를 사용해 논란을 빚었던 '빽쿡 치킨스테이크'의 제조사이기도 하죠. 백 대표는 브라질산 닭고기를 사용한 이 제품을 소개하면서 우리 농가를 돕겠다는 발언을 해 구설에 올랐습니다.

◆50㎝ 영수증 '화풀이' 대응 논란…"외식업 주식시장 입성 더 어려워져"
결국 사업보고서 면면을 들여다보면 더본코리아의 수익성은 외식사업을 빼고 설명할 수 없습니다. 가맹점에서 받는 가맹비와 물류 공급 비용 등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죠.
특히 빽다방 '원툴(One Tool)' 현상은 향후 더본코리아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국내 저가커피 시장은 출혈경쟁 우려가 커지는 실정인데요. 빽다방 신규 출점이 한계에 봉착한다면 이를 뒷받침할 세컨드 브랜드가 필요하겠지만, 아직 빽다방을 대신할 브랜드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유통사업 역시 단기간 반등 요인을 찾기가 힘들어 보입니다. 백 대표는 주식시장 상장 때 종합식품기업을 자신했지만, 이러한 포부와 달리 사업보고서에서는 유통사업의 빈약한 인프라를 여실하게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이를 해소할 인수합병(M&A)과 설비 투자 등이 이뤄져야 하겠지만, 지난해 연결기준 회사 관계기업 투자는 18억원에 불과합니다.
백 대표를 향한 각종 논란에 더본코리아의 대응 방식도 눈여겨볼 점입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빽다방 가맹점 주문영수증 길이가 무려 50㎝를 넘겨 화제가 됐는데요. 메뉴에 사용되는 모든 재료의 원산지를 표기하며 영수증 길이가 길어졌죠. 빽다방은 휴게음식업에 속하기 때문에 일부 품목만 원산지를 표기하면 됩니다. 표시 의무가 없는 재료까지 원산지 정보를 몽땅 기입한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습니다.
백 대표는 일부 제품에 중국산 재료를 사용하고 이를 국내산으로 거짓 홍보하면서 원산지 표기법 위반 혐의로 형사 입건됐는데요. 빽다방 원산지 표시는 해당 문제를 조치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일각에서는 '화풀이 대응'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옵니다.

여기에 백 대표를 비판하는 유튜브 영상 콘텐츠들이 줄줄이 내려가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A유튜버는 '더본코리아의 유튜버 사냥'이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더본코리아가 유튜버들의 영상을 신고해서 내리게끔 한다던데 이번엔 내 차례였다"며 "한 번에 많은 영상이 저작권 신고로 인해 철퇴를 두들겨 맞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유튜버는 "문제가 된 것은 전부 백 대표가 등장하는 아주 짧은 장면들"이라며 "비판 영상을 모조리 신고해서 이렇게 내리게 만든 유명인이 있나 싶다"고 토로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할 홍보 창구도 없이, 언론의 문제 제기에 백 대표가 직접 해명하며 감정적으로 대응한 패턴이 결국 화근이 됐다"며 "팬덤을 자극하는 고도의 전략일 수도 있겠지만, 위험성이 큰 대응 방식"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매우 중요한 외식사업에서 치명타를 맞았기 때문에 가맹점주들의 집단 반발을 피하기가 쉽지 않아진 상황"이라며 "주식시장에서 편견이 심했던 외식업종은 더본코리아로 인해 상장 가능성이 더욱 낮아지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관련기사
- [유통 한꼬집]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5년 배당 1000억…주4일제 '속살' 들춰보니
- [유통 한꼬집] 구영배 '봉이 김선달' M&A 참극…美 나스닥 상장에 취했다
- [유통 한꼬집] 허연수 '외도의 손길' 주총 달굴까…GS리테일, 5000억대 투자 '냉가슴'
- [유통 한꼬집] 신동빈 "M&A 시대 끝났다"…위기의 롯데 '갈림길' 서다
- [유통 한꼬집] "백종원은 다를까"…외식업계 'IPO 흑역사' 마주한 더본코리아
- [유통 한꼬집] 삼양식품, 수면 오른 '엄마 찬스'…김정수 '불닭 신화' 올라탄 3세 승계
- [유통 한꼬집] 김재철 "HMM 인수는 꿈"…동원그룹 '못 먹어도 고' 이유는
- [유통 한꼬집] 권원강 복귀·가격 인상 '백약이 무효'…교촌치킨, 상장 4년째 '백스텝'
- 고개 숙인 '연봉 8억' 백종원…'오너 리스크' 더본코리아 주가 "내려가유"
- 백종원, 빽다방 인상 없고 '고급 원두' 두 배로…점주 "본사 지침은 아직"
- "백종원, 실내 가스통 옆 요리" 신고…더본코리아, 200만원 과태료
- 더본코리아, 영업익 360억…전년 比 40.8%↑
- [취재노트] 백종원 '팬덤'은 왜 '빽햄'에 분노했을까
- 백종원 더본코리아 '빽다방 스틱커피' 통할까…마진 극대화 OEM 전략
- 주주 앞에 고개 숙인 백종원…"뼈저리게 반성, 시스템 전면 재점검"
- [28일 특징주]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 공식 사과에 4% ↑
- [단독] 이번엔 '술자리 면접' 논란…더본코리아 "해당 직원 업무배제"
- 백종원 "이제 다 바꾸겠다" 또 사과…고발 폭주에 '백기'
- 백종원 "지역축제로 다양한 브랜드 테스트할 것…빽햄 재출시 준비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