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2.25 17:04
가감조정금리 대폭 낮춰 대출금리 상승 유도
은행, 금융당국 시키는 대로 했더니 돈방석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김병환 금융위원장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까지 은행권 대출금리 점검이 필요하단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넉 달 동안 기준금리는 연 3.50%에서 2.75%로 0.75% 하락했지만, 서민들이 느끼는 대출금리는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0.25% 또 인하
한국은행은 2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 내린 연 2.75%로 결정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에 대해 "기준금리 기대로 지난해 5월부터 시장금리가 상당히 하락했다"며 "시장 선반영으로 막상 기준금리 인하 후에는 큰 변화가 없는 모습이었다. 또 지난해 8~9월 이후 거시건전성 규제로 신규 대출 가산금리가 떨어지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신규 대출 가산금리도 조만간 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자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이 원장은 "금리 인하 효과가 국내 경제 곳곳에 충분히 전달되지 않고 있다"며 "은행권 가산금리 추이 등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금감원은 은행 20곳에 차주별, 상품별로 준거·기준금리 변동 내역과 근거, 우대금리 적용 현황 등 자료 제출을 요구한 상황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은행권을 압박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대출금리도 가격이기 때문에 시장원리는 작동해야 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이제는 은행들이 기준금리를 반영할 때"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금융·경제를 다루는 F4 중 주요 기관장 3명이 한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기준금리 인하 이후에도 서민들의 금융부담은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진성준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0.75% 내리고 대출금리도 그만큼 하락한다고 가정하면 가계대출 차주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9조1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 말 가계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산출한 것이다.
하지만 은행들의 이자이익은 더 늘었다. 4대 은행의 이자이익은 34조3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 가량 늘었다. 특히 하반기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한도를 줄이는 대신 금리를 올리는 방식을 선택하는 등 서민만 애먹이는 영업을 선택한 결과다.
◆은행 가산금리 올리는 것보다 우대금리 혜택 줄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지난해 10월부터 하락세로 방향을 틀었지만, 대출금리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코픽스 금리는 2달 앞선 7월부터 움직였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지난해 6월 3.56%를 기록한 뒤 7월부터 매달 조금씩 떨어져 올해 1월 현재 3.08%를 기록 중이다. 이 기간 코픽스 금리는 0.48% 인하한 셈인데 기준금리 인하 폭 0.50%와 비슷하다.
하지만 실제 고객에게 적용된 대출금리는 인하된 시장금리가 반영되지 않았다. 원인은 우대금리에 해당하는 가감조정금리를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대출금리는 상품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다음 가감조정금리를 뺀다. 가감조정금리는 우대금리 조건에 해당하면 금리를 낮춰주는 혜택이다.
5대 은행은 기준금리와 코픽스 금리가 내림세를 보인 7월부터 대출금리를 인위적으로 조정했다. 대출금리의 플러스 요인인 가산금리는 하반기 평균 3%대를 유지한 반면 가감조정금리는 평균 2.91%에서 1.67%로 1.24% 낮췄다.
우대금리 혜택이 줄다 보니 고객이 갚아야 할 대출금리는 시장과 상관없이 높게 느껴진 것이다.
가감조정금리 최대 혜택이 2% 금리우대라도 다 적용받기 쉽지 않다. 아파트관리비 자동이체, 카드사용 실적, 급여이체 실적, 금융상품 가입 등 은행 이익에 관여된 실적을 끼워 넣으면서 암묵적 '끼어 팔기' 영업을 자행했다.
가산금리와 가감조정금리 차이가 가장 많은 곳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다. 두 값을 뺀 가산금리는 1.40%로 고객이 내야 될 최저 대출금리는 4.4%를 넘는다.
적극적으로 가감조정금리를 낮춘 곳도 두 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7월 3.08%에서 12월 1.67%로, 하나은행은 같은 기간 3.32%에서 1.73%로 절반 가까이 줄였다. 농협은행도 2.85%에서 2.13%로, 신한은행은 2.02%에서 0.83%, 국민은행은 3.22%에서 1.99%로 가감조정금리를 낮춰 대출금리를 올렸다.

◆"금융당국 시키는 대로"…억울하다 목소리도
시중은행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일단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를 이유로 8월부터 금리 인상을 부추겼다.
특히 이복현 금감원장이 지난해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하자 7~8월, 두 달 동안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이 대출금리를 인상한 횟수는 총 22차례나 달한다.
이 원장이 7월 초 임원회의에서 "성급한 금리 인하 기대와 국지적 주택가격 반등에 편승한 무리한 대출 확대가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발언한 이후 릴레이 금리 인상이 시작됐다.
따지고 보면 금융당국의 시장개입이 현재 대출금리 사태를 초래한 셈이다. 당시 중재에 나서야 할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대출 관리는 금융회사 자율에 맡기는 것이 원칙"이라며 뒷짐 지며 사태를 키웠다.
결국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눈치만 보다 우대금리를 줄이는 것으로 타협을 본 셈이다.
김형선 금융노조위원장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정책이 갈팡질팡"이라며 "지난해 8월에는 가계부채 관리를 이유로 금리 인상을 강요하더니, 이제는 대출금리를 낮추라고 압박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두 달이나 연기하며 가계부채 관리를 방기한 것도 금융당국"이라며 "금융시장 혼란의 주범은 은행이 아니라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시장을 농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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