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현준 기자
  • 입력 2025.03.13 17:54

고려아연, 상호주 관계 형성 이유로 영풍 의결권 제한 재추진
법정 공방 불가피…3월 고려아연 정기주총 파행 가능성 높아

지난 1월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가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고려아연)
지난 1월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가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고려아연)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고려아연과 영풍 간의 경영권 분쟁이 이달 말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공방을 벌이며 수싸움이 치열하다. 고려아연이 영풍과 새로운 상호주 관계가 형성됐다며 영풍의 의결권을 다시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MBK파트너스·영풍 측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호주 자회사 썬메탈홀딩스(SMH)는 자회사인 썬메탈코퍼레이션(SMC)으로부터 영풍 지분 10.3%를 현물배당 받았다. 고려아연은 이를 통해 SMH와 영풍 간 새로운 상호주 관계가 형성됐으며, 따라서 영풍의 의결권(29%)을 제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SMH는 호주 아연 제련업과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관리하는 중간 지주회사로, 고려아연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번 배당을 통해 새로운 상호주 관계가 형성되었으며, 이에 따라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현준 기자)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현준 기자)

고려아연 측은 "지난 1월 임시주총에서 법원이 상호주 규제 적용의 핵심 쟁점이 된 것이 순환출자 여부가 아니라 법인 형태(SMC의 유한회사 여부)였던 점을 감안해 SMH로 영풍 지분을 이전했다"며 "정기주총 기준일까지 SMH가 영풍 주식을 10% 이상 보유하면 상호주 의결권 제한 요건이 충족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1월 임시주총 당시 고려아연이 SMC를 활용해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려 했으나, 법원이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무산된 것을 보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MBK·영풍 측은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SMH와 영풍은 상호주 관계에 있었던 적이 단 1초도 없다"며 "새로운 상호주 관계 형성을 통해 영풍 의결권을 제한하겠다는 고려아연 측 주장은 억지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MBK·영풍 측은 이미 법원이 상호주 규제를 적용한 고려아연 측의 논리를 부정한 만큼, 정기주총에서의 영풍 의결권 제한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정기주총에서 의사 결정권을 가진 이사회 의장이 고려아연 측 인사인 만큼, 고려아연이 다시 한번 영풍 의결권 제한을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MBK·영풍은 또다시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정기주총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법원의 판단이 나오더라도 이번 정기주총에는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현준 기자)
지난해 12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현준 기자)

이런 양측의 갈등은 지난해 3월 고려아연 주총에서 최 회장 측이 제한없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가능한 정관 개정안을 제시로 촉발됐으며, 당시 영풍 측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후 최 회장 측은 수십 년간 유지돼 온 영풍과의 공동 영업과 원료 구매 등 비즈니스 협력을 즉각 중단했다. 이에 영풍은 최 회장 측이 '동업 정신'을 파기했다고 보고, MBK와 함께 고려아연의 지배권 강화를 통한 '경영 정상화'에 나서기로 했다.

경영권 경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더욱 치열해졌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를 단행했지만, 양측 모두 과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승부가 나지 않았다. 이어 고려아연은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추진했으나 철회했고, 결국 올해 1월까지 법적 공방과 여론전이 지속됐다.

경영권을 방어하려는 최 회장 측은 1월 임시주총을 하루 앞두고 SMC를 통해 영풍 지분 10.33%를 확보하는 주식 거래를 단행했다. 이를 근거로 고려아연은 상법 제369조 3항 '상호주 제한' 규정을 적용해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25.42%)의 의결권을 제한했다.

그러나 MBK·영풍 측이 반발하며 고려아연 임시주총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은 MBK·영풍 측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주총 결의 중 '집중투표제'만 유효하고 나머지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한편, 고려아연은 이날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고 공시했다. 주총은 오는 28일 오전 9시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 3층 그랜드볼룸에서 열릴 예정이다.

상정된 의안은 ▲연결 및 별도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집중투표에 의한 이사 8인 선임 ▲감사위원 선임 ▲사외이사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등 총 7개 안건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