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성민 기자
  • 입력 2025.04.10 10:05

형식적 의결권 행사 지적…"상법 개정안, 입법 조속히 이뤄져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박성민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박성민 기자)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자산운용업계의 상장지수펀드(ETF) 보수 인하 경쟁과 관련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10일 이 원장은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에서 "본연의 책무를 등한시하면서 노이즈 마케팅에만 집중하는 운용사에 대해서는 상품운용과 관리체계 전반을 점검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운용업계에서는 지난 2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미국 대표지수 ETF의 보수를 인하한 데 이어 삼성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 등도 미 대표 지수 ETF 수수료를 최저 수준까지 낮추는 등 과도한 경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최근 일부 대형사를 중심으로 외형 확대를 위한 보수 인하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가운데, 운용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펀드가격(NAV) 산정에서 오류가 반복되고 있다"며 "이는 투자자의 신뢰를 근본부터 흔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운용사들의 형식적인 의결권 행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원장은 "자산운용사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투자자에 대한 '충실의무'가 명시적으로 부여된다"며 "그러나 형식적인 의결권 행사, 대주주·임직원 사익추구, 계열사 등 이해관계인에 치우친 의사결정 등 투자자 최우선 원칙을 훼손하는 사례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의결권 행사 모범 및 미흡사례를 적시하는 등 시장이 성실한 수탁자를 가려낼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명확히 공개하겠다"며 "CEO 여러분께서도 조직 내 의사결정과 보상·평가체계 전반에 신인의무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원장은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앞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당시 이 원장은 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자 사의를 표명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원장은 "소모적 논쟁으로 낭비될 여유가 우리 자본시장에는 없다"며 "당리당략, 정치적 이해관계 등은 접어두고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입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23개 자산운용업계 CEO들은 투자대상 기업과 적극적 소통·관여 등 수탁자 책임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그러면서 자산운용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펀드 가입 절차 간소화 ▲외화표시 ETF 상장 허용 ▲장기적립식·채권형 상품에 대한 세제상 혜택 부여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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