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4.13 08:00
7년간 풋옵션 분쟁 일부 해소…신창재 회장 우호 지분 절반 넘겨
지주 전환으로 생보업계 불황 극복…자회사 사업 투자 한도 늘려
지배구조상 지주 전환 비용↓…사업 다각화·FI 분쟁 마무리 관건

[뉴스웍스=손일영 기자] '풋옵션 분쟁'이 해소 국면에 돌입하면서 교보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배구조 정리로 지주 전환 준비를 해놓았지만, 사업 다각화와 투자자 분쟁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와 GIC(싱가포르 투자청)이 풋옵션 분쟁에서 물러나 교보생명 지분을 매각하면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우호 지분이 절반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어피니티는 SBI그룹에 교보생명 지분 9.05%를 주당 23만4000원에 매각했다. GIC는 지분 4.5%를 같은 가격으로 신한투자증권 등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에 팔았다.
교보생명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SBI그룹 지분 9.05%와 신 회장 가족 지분 5.12%에 신 회장이 직접 보유한 지분 39.11%를 합하면 신 회장의 우호 지분이 50%를 넘기게 되는 것이다.
◆보험업법보단 지주사법 적용 선호…투자 늘려 위기 극복 시도
7년간의 풋옵션 분쟁을 견뎌내며 교보생명은 숙원이었던 지주사 전환에 다가가고 있다. 기업 공개(IPO)보다는 지주사 전환으로 적극적 투자를 통해 경영 안정을 꾀하고, 나아가 경영권 승계 작업까지 마무리하겠다는 셈법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가 지주사 전환을 하면 보험업법이 아니라 지주회사법 적용을 받는다"며 "지주사법은 자회사 투자 한도가 보험업법 적용 기준보다는 여유롭기 때문에 잘할 수 있는 사업에 투자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투자 확대 방침은 올해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생보업계 업황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당기순이익(별도기준)으로 전년 대비 10.9% 증가한 6987억3608만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건전성 지표는 악화했다. 지난해 말 기준 지급여력(킥스) 비율은 164.2%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29.6%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사들이 제3보험 시장에서 영업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지만, 해약환급금 준비제도 등 회계제도 영향으로 보험 영업수익과 재무 건전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메리츠 성공 신화 이어갈까…지배구조·주주환원, 지주사 전환 기대감↑
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복잡하지 않은 지배구조와 주주환원 계획으로 메리츠금융그룹에 이어 '국내 2호 금융지주사'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앞서 메리츠금융은 증권사와 종금사를 합병해 메리츠종금증권을 출범시킨데 이어 메리츠화재를 인적분할해 2011년부터 지주사 체제로 변경했다. 이어 2023년 화재와 증권 계열사를 모두 상장 폐지해 지주의 완전 자회사로 흡수하는 등 파격 개편을 감행했다.
교보생명은 메리츠의 지주사 전환 시기보다는 계열사 지분 정리가 잘 되어있어 지주사 전환 비용 부담은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신창재 회장이 교보생명 최대 주주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교보생명이 ▲교보증권 ▲교보문고 ▲교보자산신탁 등 13개 계열사 지분을 각각 절반 이상 보유하고 있는 구조다. 메리츠금융처럼 인적분할 방식을 택한다면 지주사를 새로 만들고, 기존 교보생명 주주들은 지분율에 맞게 지주사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실적 개선세를 반영한 현금 배당 계획 역시 지주사 전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달 공시를 통해 1204억8730만원 규모에 배당을 결정했다. 모든 주주는 1주당 1200원의 연간 배당금을 수령할 예정이다. 배당 성향은 17.2%다.
앞서 메리츠금융도 지배구조 개편 이후 주주환원율 50% 확대 방침을 세우고 약속을 이행해 온 바 있다.
◆지주사 전환 전 해결과제 남아…"투자자 분쟁 종식 관건"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 추진을 위해서는 신창재 회장과 FI(재무적 투자자) 간 원활한 협상이 과제다.
어피니티 컨소시엄에 포함됐던 사모드 IMM PE와 EQT는 현재 각각 교보생명 지분 5.23%를 아직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약 41만원의 풋옵션 산정가를 책정하고 신 회장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이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판정부의 명령에도 IMM PE와 EQT 등 FI가 요구한 기일까지 풋옵션 가격 산정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풋옵션 분쟁이 다시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주사 전환을 목표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수익성 강화에도 힘써야 하는 상황이다. 기존 생보사 중심의 사업 체계에서 손보, 증권, 자산운용 등으로 금융사 포트폴리오를 확장해야 지주사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려운 업황 속 수익성 창출에 도움이 될 인수 대상 기업이 시장에 나오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지주사 추진 준비 과정에서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손보사 매물을 꾸준히 검토하고 있다"며 "비즈니스 혁신을 통해 사업 저변 확대와 다변화를 계속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