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7.11 07:00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삼양식품이 올해 4분기 서울 중구 충무로2가에 위치한 남산N타워로 사옥 이전을 결정한 가운데, 이전 결정에는 용산구 일대의 ‘알박기 땅’ 문제가 깊숙이 연관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이 알박기 땅은 최근 원고 승소의 재판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항소 여부를 비롯해 이달 말까지 조건부 토지 매입을 결정해야 하는 등 관계사 3자 간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삼양식품, 용산 땅 샀다가 '알박기' 곤혹
11일 뉴스웍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에스크컴퍼니가 삼평을 대상으로 제기한 '근저당권'과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가등기' 청구소송에서 원고인 에스크컴퍼니의 손을 들어줬다.
우선 이 사건은 얽히고설킨 복잡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3월 삼양식품은 공매로 나온 용산구 한강로2가 41 일대 453.5㎡(약 137평) 땅을 265억원에 사들였고, 나머지 공매로 나온 한강로2가 42 외 7필지는 대구 소재의 화장품기업인 에스크컴퍼니가 매입하게 된다.
서울 중심가에 위치한 이 땅이 공매로 나오게 된 배경에는 대형 부동산 개발사업의 실패가 자리한다. 부동산 개발사 시티코어는 지난 2021년 11월 시행사 HD홀딩스리미티드를 통해 용산구 한강로2가 41, 42 일대의 개발사업에 착수한다. 이어 HD홀딩스는 고급 오피스텔을 짓기 위해 페이퍼컴퍼니(서류회사)인 코너스톤에이치디PFV(Project Financing Vehicle)를 설립하고 일대 토지를 매입했다.
토지 매입은 브릿지 대출(부동산 개발사업 초기에 토지 매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자 시행사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받는 단기 대출) 방식으로 이뤄져 1365억원이 조성된다. 그러나 이 개발사업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산업계 문제로 비화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사태 영향으로 삽을 뜨기도 전에 좌초되고 말았다. 코너스톤은 어쩔 수 없이 2023년 10월 대출 만기 연장에 실패하자 부지를 공매로 넘긴다.
당시 담보로 잡은 부지는 대주단이 제각각이라 여러 군데로 쪼개지면서 공매로 나왔다. 삼양식품과 에스크컴퍼니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시세를 형성한 이 부지를 사들였고, 토지 매입이 이뤄진 이후에 한강로2가 38-2에 위치한 26.4㎡(약 8평) 규모의 알박기 땅이라는 곤혹스러운 존재와 마주치게 된다.

◆해결 방안은 '토지 조건부 매입'…이달 말 결론
26.4㎡ 규모의 토지는 원래 기획재정부 소유의 국공유지였다. 코너스톤은 지난 2023년 7월 8억9300만원을 들여 이 땅을 매입했다. 이후 코너스톤은 부지 공매가 끝난 지난해 5월에 시티코어 특수관계인인 삼평에게 이 땅을 넘기게 된다. 땅을 매입하고 넘기는 과정에서 서로 간의 채무관계가 어지럽게 형성된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건의 내막을 잘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26.4㎡의 땅은 삼양식품과 에스크컴퍼니가 사들인 부지의 정중앙에 존재하면서 부지 개발을 가로막는 절묘한 알박기 땅이 됐다"며 "삼양식품은 알박기 땅의 존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매입에 나섰다가 난감한 처지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삼양식품은 지난해 3월 에스크컴퍼니가 매입한 용산구 일대 1209㎡(약 366평) 땅을 1035억원에 조건부 매입(7월 31일까지)하겠다고 공시했다"며 "쉽게 본다면 삼양식품이 에스크컴퍼니에게 알박기 문제를 해소해주면 나쁘지 않게 (비싼 값에) 땅을 사주겠다고 거래를 제안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에스크컴퍼니가 삼평에게 소송을 걸어 지난 5월 말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낸 것도 이 부지를 하루빨리 삼양식품에게 팔아 치우려는 의지"라며 "결국 이 사건의 쟁점은 알박기한 땅으로 이득을 보려는 세력과 이를 알지 못하고 일대 부지를 매입한 삼양식품과 에스크컴퍼니가 골치를 썩이는 싸움"이라고 덧붙였다.
삼양식품은 해당 건과 관련해 회사가 상관할 문제가 아니라며 말을 아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7월 31일 조건부 매입은) 그쪽에서 제반 사항을 모두 마무리한다는 조건으로, 회사가 관여할 바가 아니다"라고 입장을 전했다.

◆"항소 가도 연내 결론…삼양식품이 매듭짓는 것이 최선"
이 사건과 관련해 최근 서울서부지방법원이 내린 판결을 살펴보면 원고(에스크컴퍼니)가 피고(삼평)의 담보 권리들(근저당권 및 가등기)을 가져올 수 있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문에서 코너스톤은 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8억9000만원에 알박기 땅을 사들이는 계약을 맺었고, 이후 원금을 갚지 못해 지난해 5월 삼평으로부터 9억200만원을 대출받았다.
삼평은 이 대출금의 담보로 코너스톤 소유의 알박기 땅에 근저당권과 가등기를 걸어놨고, 앞서 코너스톤에 25억원의 대출을 실행한 에스크컴퍼니는 이 땅에 가압류를 우선적으로 걸어 놓으면서 대위변제까지 나섰다는 이유로 담보 권리(근저당권과 가등기)의 소유를 주장한 것이다. 이 재판은 원고 승소로 끝이 났지만 피고가 항소를 검토하는 중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항소하더라도 1심 결과를 토대로 연내 항소 결과를 빠르게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삼양식품 입장에서도 그동안 기회비용을 날린 것을 고려한다면 일대 부지를 전부 취득하고 알박기 땅 문제를 빨리 해소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해당 사건에 손해를 보고 있는 이해관계자들도 많아 삼양식품이 매듭짓는 것이 여러모로 최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양식품이 현재 사옥으로 쓰고 있는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일대는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계획에 따라 오는 2026년까지 부지를 비워줘야 한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사정에 삼양식품이 지난해 용산구 일대 부지 매입에 나선 것이며, 이곳에 신사옥을 건축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계획이 차질을 빚자 올해 5월 서울 중구 충무로2가 남산N타워 이전으로 방향을 전환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남산N타워 신사옥은 오는 8월 완공 예정이다. 거래대금은 2270억원 전액 현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