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5.08.08 17:14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사진제공=삼양식품)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사진제공=삼양식품)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경영 시험대에 올랐다. 회사 실적을 떠받치는 '불닭볶음면'이 미국 관세 부담에 직면했으며, 수출 물량을 맞추기 위한 특별연장근로가 산업재해 위험을 높인다는 지적에 전면 중단됐다. 여기에 서울 용산에 매입한 땅은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로 개발도 못 하고 팔기도 힘든 골칫덩이가 되고 말았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불닭 신화'를 쓰며 승승장구하던 삼양식품이 회사 안팎으로 악재가 몰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가 발등의 불이다. 앞서 우리 정부는 미국과 상호관세 조정 협상을 타결하면서 미국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율을 15%로 확정 지었다. 당초 한미 양국의 상호관세가 25%인 점을 고려할 때 성공적인 타협이지만, 삼양식품과 같이 수출 비중이 큰 기업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삼양식품은 미국 현지에 라면 생산기지가 없어 관세 부담을 고스란히 안고 가야 한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미국 수출 비중이 상당히 높다. 지난해 매출 1조7280억원에서 미국 법인 매출이 약 2억8000만달러(약 3868억원)에 이른다. 전체 수출액 약 28%를 미국법인이 담당하고 있다. 관세 부담을 상쇄하고자 불닭볶음면의 수출 가격을 올린다면 미국 소비자들이 경쟁사 제품에 눈을 돌릴 수 있는 상황이다.

미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농심은 불닭볶음면의 대항마로 '신라면 툼바'를 출시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농심이 삼양식품의 관세 악재를 노리고 미국에서 각종 프로모션을 전개하면 불닭볶음면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 현재 월마트 공식 홈페이지에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5개들이는 6.88달러(약 9600원)에 팔리고 있다. 관세 15% 인상분을 제품 인상 가에 포함시키면 7.91달러 비싸진다.

삼양식품은 7월 3일 중국 절강성 자싱시 마자방로에서 삼양식품 자싱공장 착공식을 개최하며 해외 첫 생산기지를 중국으로 낙점했다. (사진제공=삼양식품)
삼양식품은 7월 3일 중국 절강성 자싱시 마자방로에서 삼양식품 자싱공장 착공식을 개최하며 해외 첫 생산기지를 중국으로 낙점했다. (사진제공=삼양식품)

특별연장근로도 삼양식품의 보이지 않는 악재다. 삼양식품은 수출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밀양 제2공장에서 주·야간 2교대 특별연장근로를 시행 중이었고, 이는 주 52시간 초과 근무로 이어져 산재 위험도를 높인다는 지탄을 받았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SPC삼립 공장을 직접 방문하며 초과근무를 강도 높게 질책한 바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삼양식품은 지난해 1조3359억원을 수출할 정도로 최근 10년간 수출액이 약 45배 증가했다"며 "이 과정에서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글로벌 거래선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특별연장근로를 실시했고, 모든 추가 근로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밀양2공장은 6월 준공 이후 설비 안정화를 진행 중이며, 각 라인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올해 말부터는 특별연장근로 없이도 수출 물량을 생산할 것"이라며 "가동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이달부터 특별연장근로를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삼양식품이 서울 용산구에 사들인 땅도 골칫덩이다. 앞서 삼양식품은 지난해 3월 공매로 나온 용산구의 453.5㎡(약 137평) 규모의 땅을 약 260억원에 사들였다. 이 땅은 매입 이후 일명 '알 박기' 문제부터 인근 부지를 소유한 이해관계자들의 복잡한 법적 다툼에 토지 개발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삼양식품은 인근 땅을 모두 매입해 토지 개발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지난달 말 공시를 통해 매입 계획을 전면 철회하기로 했다.

삼양식품이 2024년 3월에 매입한 서울 용산구 1필지. (출처=네이버 지도)
삼양식품이 2024년 3월에 매입한 서울 용산구 1필지. (출처=네이버 지도)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알 박기 문제는 현재 법원 항소가 진행 중이며, 내년 초에는 어느 정도 법적 정리가 이뤄질 것"이라며 "그러나 김정숙 삼양식품 부회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복잡한 문제를 털어버리려 인근 부지 전체 매입을 포기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삼양이 사들인 1필지는 알 박기 문제와 함께 토지 모양 자체가 이상해 단독 개발이 불가능하다"며 “어느 누가 나타나 부지 전체를 매입하지 않는 이상 나대지로 방치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이러한 사정에 부동산 매입에 투입한 260억원은 삼양식품의 잠재적 손실로 간주될 여지가 있다. 만약 소액주주들이 이를 문제 삼아 상법을 근거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다면 뜻하지 않은 법적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삼양식품은 불닭 브랜드의 의존성 심화와 이번 미국 관세 부담처럼 해외시장 변동에 따른 위험이 상존했다"며 "업종을 막론하고 한 가지 제품이 회사 실적을 좌우한다면 시장 변화에 대한 방어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제2의 불닭을 발굴해 내느냐가 삼양식품의 장기 성장을 가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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