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민서 기자
  • 입력 2025.07.21 17:00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그런 건 처음 듣는데요…오늘부터라 해서 그냥 와봤어요."

서울 시내 한 주민센터. 소비쿠폰을 받으러 온 70대 어르신은 '요일제 적용'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담당자는 "출생 연도 끝자리에 따라 신청 요일이 다르다"고 설명했지만, 어르신은 난감한 표정으로 발길을 돌렸다.

정부가 21일부터 시작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첫날, 현장 곳곳에선 혼란이 빚어졌다. 온라인은 접속자가 몰려 한때 먹통이 됐고, 오프라인 신청 창구는 고령층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더 큰 문제는 '신청' 자체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아무리 검색해도, 아무리 뉴스가 알려줘도 스마트폰이 낯선 이들, 인터넷을 접하지 않는 이들에겐 여전히 먼 이야기다.

복지 정책은 점점 '신청 전제형'으로 바뀌고 있다. 먼저 신청해야 하고, 기한 안에 신청해야 하며, 그 절차도 익숙해야 한다. 이 구조는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노년층, 독거 어르신, 장애인 등에게 매번 사각지대를 남긴다. 정부가 손을 내민 방향과 국민이 서 있는 자리가 어긋난 셈이다.

이번 소비쿠폰도 '신청이 원칙'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9월 12일이 지나면 신청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기한 내 신청해야 지급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처럼 '몰라서 못 받는' 구조라면, 복지가 아닌 '배제'가 제도의 결과가 되고 만다.

정부는 '모두가 체감하는 민생 회복'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묻고 점검해야 할 질문은 이것 아닐까.

"정책은 있는데, 누구까지 닿고 있습니까?"

복지의 척도는 지급 예산이 아니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의 수다. 지원은 시작됐지만, 아직 닿지 않은 이들이 있다. 정보에 닿기 어려운 이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제도의 손이 먼저 닿는 설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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