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현준 기자
  • 입력 2025.06.20 15:38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통합이 항공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두 항공사의 기업결합을 마무리 짓는 핵심 절차인 마일리지 통합은 단순한 수치 계산을 넘어, 고객 신뢰와 직결된 민감한 사안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의 통합안을 접수한 당일 즉각 수정·보완을 요구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현재 업계에서는 항공 탑승 마일리지는 1 대 1 비율로 통합하는 방안에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신용카드 사용 등으로 적립한 제휴 마일리지는 1 대 0.7 수준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마일리지 가치는 각각 1마일당 15원, 11~12원으로 약 30%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 격차를 고려하더라도 제휴 마일리지는 1 대 0.9 비율로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한 바 있다. 만약 대한항공이 제출한 통합안이 이보다 낮은 비율이었다면, 소비자 반발은 물론 규제 당국의 제동도 불가피했을 것이다.

더욱 본질적인 문제는 이처럼 민감한 사안에 대해 고객과 사전 소통이 사실상 없었다는 점이다.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은 지난 3월 기업 아이덴티티(CI) 발표 행사에서 “모든 고객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합리적으로 통합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자세한 설명이나 설득 과정은 없었다. 소비자들은 언론 보도와 추측을 통해 통합 비율을 가늠해야 했다.

공정위가 '마일리지 제휴 사용처 축소'와 '비율 산정 근거 부족'을 지적하며 접수 당일 반려한 것은 결국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지 못한 결과다.

김광일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제휴 마일리지도 1 대 1로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치 차이를 근거로 차등 통합이 필요하다는 업계 일반론과는 다른 시각이다. 대한항공 고객이 반드시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수년간 카드 결제로 마일리지를 쌓아온 아시아나 고객으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한 혜택이 아닌, 장기간의 소비 활동을 통해 축적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마일리지 통합은 누구에게도 100% 만족을 줄 수 없다. 그렇기에 중요한 것은 과정이다. 고객의 의견을 수렴하고, 전문가 제언을 반영해 통합 기준의 불가피성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비율 차이보다 설득과 공감의 부족이 더 큰 논란을 부른 셈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한항공의 접근은 수치와 논리에만 머물러 있었다. 항공업계 전문가들조차 통합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정위의 즉각 반려는 어쩌면 '숫자'가 아닌 '태도'에 대한 경고였을지도 모른다.

이해당사자와 소통없는 수치 계산은 언제든 다시 반려될 수 있다. 통합의 첫 단추가 고객 신뢰라는 상식, 이제라도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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