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일영 기자
  • 입력 2025.08.27 16:10

이지스자산운용 인수 시도…'운용자산이익률' 만회 나서
대체투자·장기채 투자 동시 강화…'딜 소싱' 고도화 필요

[뉴스웍스=손일영 기자] 한화생명이 대체투자 경쟁력 제고로 실적 만회에 나선다. 금리 인하기 보험 부채 부담을 덜고, 자산 운용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조치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이지스자산운용 경영권 매각 예비입찰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이르면 오는 10월 예비입찰에 응한 한화생명을 비롯해 ▲대신파이낸셜그룹 ▲캐피탈랜드운용 ▲흥국생명을 대상으로 본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국내 부동산 펀드 시장 점유율 1위 운용사로, 운용자산(AUM) 규모가 약 66조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입찰로 한화생명이 이지스자산운용 지분 66%를 확보하면 매년 550억원가량의 지배지분 이익을 확보할 것으로 관측한다.

한화생명은 올해 시장으로부터 냉정한 성적표를 받았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46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보다 약 30.8% 감소했다. 별도 기준으로 살펴보면 순이익은 전년 대비 48.3% 급감한 1797억원이다. 이로써 같은 기간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으로 3453억원을 벌어들인 신한라이프에 '업계 3위'를 내줬다. 

보험손익과 투자손익의 동반 감소 영향이 컸다. 특히 상반기 투자손익은 4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 가량 줄었다. 운용자산이익률은 올해 5월 말 기준 약 3.2% 수준으로 22개 국내 생명보험사 평균(약 3.3%)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생명보험업계 상위권을 다투고 있는 한화생명과 신한라이프. (사진제공=각 사)
생명보험업계 상위권을 다투고 있는 한화생명과 신한라이프. (사진제공=각 사)

이에 수익성이 비교적 높은 대체투자 라인업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한화생명은 이미 한화리츠와 한화에셋매니지먼트 등을 통해 리츠·부동산 투자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대체투자 특화 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까지 품게 된다면 투자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와 같은 한화생명의 투자 전략은 '바벨 전략'으로 풀이된다. 바벨 전략이란 중간 위험도를 가진 자산에는 투자하지 않고, 고위험 고수익 자산과 저위험 안전 자산에만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한화생명은 금융당국의 자산부채종합관리(ALM) 강화 기조에 맞춰 장기 채권을 편입해 자본 안정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위험성이 큰 대체 자산 투자를 늘려 수익성을 제고하겠다는 방침이다.

신한라이프와 미래에셋생명 등도 '바벨 투자 전략'을 활용해 금리 변동성에 적극 대응해 올해 상반기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신한라이프와 미래에셋생명은 상반기 투자손익으로 각각 956억원, 366억원을 벌어들였다. 이들은 모두 전년 동기 대비 투자손익이 150% 이상 급증했다.

황인창 보험연구원 금융분석실장은 "보험사들이 당국 규제 등으로 금리 민감도를 낮추기 위해 장기 채권 매입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투자 수익률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위험 고수익 자산 투자를 병행할 수밖에 없다"며 "침체됐던 국내외 부동 환경이 회복되는 것도 보험사의 대체투자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위험자산 투자 비중이 늘어나는 만큼 높은 수준의 딜 소싱(투자 기회 선별) 역량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바벨 전략은 대내외적 경제 불확실성이 큰 상황 속에서 유효한 전략"이라면서도 "금융그룹 계열사라면 역량을 한데 모아 위험 투자 대상을 철저히 검증하는 통합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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