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일영 기자
  • 입력 2025.09.08 16:19

JC파트너스, '실적 상승세' 굿리치 매각 검토…대형 생보사 관심 '집중'
판매수수료 개편 '호재'에 대형 GA 시장 장악 조짐…중소형 GA는 '위기'

(사진제공=굿리치)
(사진제공=굿리치)

[뉴스웍스=손일영 기자] 견조한 실적 상승세에 힘입어 중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인 굿리치 매각설이 고개를 든다. 생명보험사들이 자회사 GA 규모를 늘려 영업 채널 경쟁력 제고 방안을 모색하는 가운데, 굿리치가 시장 매물로 등장하면 한화생명과 신한라이프의 영업 부문 업계 선두권 싸움이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굿리치의 최대주주(지분 58.4%)인 사모펀드 운용사 JC파트너스가 굿리치 매각을 검토 중이다. 

JC파트너스는 2020년 MG손해보험 대주주로 등극하며 보험업계에 진출했다. 다만, MG손보가 최근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굿리치 매각에 집중할 것이라는 업계 관측이 있다.

매각 시점은 펀드 만기가 다가오는 내후년 또는 내년 말쯤으로 점쳐지고 있다. 사모펀드 특성상 굿리치의 실적 추이를 지켜보며 적절한 매각 시점을 잡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굿리치는 올해 상반기 매출로 3056억원을 벌어들이며 전년 대비 28% 성장세를 이뤄냈다. 이는 GA 업계 매출 규모 4위에 해당한다. 이어 월납보험료 수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올해 2분기 25회차 기준 계약유지율은 생보 72%, 손보 69.3%로 업계 평균(생보 72.8%, 손보 69.2%)과 비교했을 때 양호한 수준이다.

이는 JC파트너스 인수 전인 2020년에서 2021년 사이 영업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체질 개선 후 지속적 성장을 거듭하는 굿리치가 GA 업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다.

생명보험업계 상위권을 다투고 있는 한화생명과 신한라이프. (사진제공=각 사)
생명보험업계 상위권을 다투고 있는 한화생명과 신한라이프. (사진제공=각 사)

◆신한라이프, '중대형 GA' 매각설에 '솔깃'…'GA 채널 1위' 한화생명 맹추격하나

최근 '자회사형 GA' 규모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는 대형 생명보험사에게 굿리치는 매력적인 매물이 될 수 있다.

생보사 입장에서는 영업 비용 효율화 측면에서 GA 모델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전속 설계사 조직 운영에는 ▲고정비 ▲지점 유지비 ▲설계사 교육비 등 상당한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대형 보험사 입장에서는 자회사형 GA를 만들어 내부 시너지 창출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새로운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에 있어 판매채널의 영업 경쟁력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GA는 핵심 판매채널로 자리 잡았다. 이에 지난해 기준 GA를 통해 판매된 생명보험 신계약 건수는 393만8404건으로 전체 신계약 중 44.3%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회사형 GA 설립의 선두 주자인 한화생명은 올해 GA 채널 매출로만 107억3000만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자회사 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 한화라이프랩, 피플라이프 3사의 당기순이익 합계는 10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9% 급증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소속 보험설계사 수 역시 3개사 합산 기준 3만5290명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이에 일각에서는 한화생명과 업계 상위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신한라이프가 영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굿리치와 같은 '중견급' GA 인수합병을 노릴 가능성을 점친다. 신한라이프는 올 상반기 GA 채널 매출로 106억4000만원을 기록해 업계 선두 한화생명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다만 올해 6월 말 기준 3748명의 설계사를 보유하고 있어 자회사 GA인 신한금융플러스의 규모는 한화생명에 비해 작다.

설계사 규모가 곧 경쟁력이 되는 GA 채널 특성을 고려하면, 신한라이프가 굿리치를 자회사 GA로 품을 경우 단숨에 업계 상위권 수준의 GA 영업력을 보유하게 된다. 굿리치는 올해 6월 말 기준 5725명의 설계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신한금융플러스의 설계사 수와 단순 합산하면 단숨에 설계사 수 기준 업계 5위의 대형 GA가 탄생하게 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서 자회사 GA 규모를 늘리는 것은 영업 경쟁력 차원에서의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그만큼 사업비 부담에 직면할 수도 있다"면서도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여력이 되는 대형 보험사라면 지속적으로 자회사 GA 몸집을 불려 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판매수수료 분급제 확대…우호적 환경 속 보험사 자회사형 GA '치킨게임' 조짐

한편, 대형 보험사의 '자회사형 GA' 규모 확대는 금융당국의 보험판매수수료 개편안으로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위원회가 예고한 보험업감독규정 일부개정 고시안에 따르면 내년 7월부터 GA 소속 설계사도 선지급수수료 제한(정착지원금을 월납보험료의 12배 이내로 제한하는 1200% 룰)이 적용된다. 이어 내후년에는 '판매수수료 최대 7년 분급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이는 자금력이 풍부한 대형 GA 또는 보험사 자회사형 GA에게는 우호적인 환경이다. 특히 보험사 자회사형 GA는 자본력을 바탕으로 높은 정착지원금과 인센티브를 활용해 설계사 유치·유지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어 수수료 분배 기간이 늘어나며 설계사들의 이직을 줄이고 정착률을 높일 수 있다.

반면 중소형 GA는 이번 개편안으로 경영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높은 선지급수수료로 설계사를 유인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수수료 분배 기간이 길어진다면 이들은 현금 유동성 부담을 안은 채 대형 GA들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판매수수료 개편안으로 대형 GA와 보험사 자회사형 GA 중심의 구조가 확립돼, 공정 경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규제 개편이 완료되야 알 수 있겠지만, 이번 개편안으로 보험사 자회사형 GA와 대형 GA 중심의 시장 지배 구조가 자리잡을 수 있다"며 "개편안의 본래 취지와 다르게 보험료 절감 여지도 생길 수 있는 공정 경쟁이 위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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