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일영 기자
  • 입력 2025.09.28 12:00

8월 車보험 손해율 86.7% 육박…보험료 인하·車 수리비 증가 영향
신속·효율 보험료 산정체계 조정 필요…"수리관행·보상제도 손봐야"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뉴스웍스=손일영 기자] 주요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위험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에 보험료 산정 기준을 합리화하고 자동차 수리 관행 개선 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금융감독원과 손보협회 자료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 등 자동차보험 부문 상위 4개사의 지난 7월 기준 누적 손해율은 84%로 집계됐다. 지난 8월만 놓고 보면 손해율이 86.7%에 달해 전년 동월 대비 2.6%포인트 상승했다. 

손보업계는 자동차보험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손해율을 80% 선으로 보고 있다. 통상적으로 하반기 집중호우와 폭설 등 재해로 인해 사고가 급증하는 것을 고려하면 올해 주요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적자는 5000~6000억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산한다. 이는 2019년(-1조6445억원) 이후 6년 만에 최고 수준의 적자 규모다. 

이는 최근 4년간의 보험료 인하 효과 누적과 병원 치료비 및 자동차 제작사의 부품비 인상 등으로 인한 발생손해액 증가가 겹친 데 따른 결과다. 이와 함께 일부 소비자와 정비업체의 보험금·수리비 과다 청구 등 도덕적 해이 영향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고 발생 증가와 부품비 상승에 따른 자동차 수리비 인상은 전 세계적 흐름으로써 2030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주요국(미국·영국·독일·프랑스)의 자동차 수리비 증가율은 코로나19 이후 높아져 지난해와 올해에도 6% 내외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영국과 미국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손해율 합산비율 100% 이상을 기록해 손익분기점을 지나 적자의 늪에 빠지기도 했다.

(출처=보험연구원)
(출처=보험연구원)

◆해외 주요국, '선조치 후개선' 보험료 조정 체계 도입…車보험 리스크 대응 역량 제고

미국은 자동차보험 관련 리스크에 발 빠르게 대처했다. 캘리포니아 금융감독기관은 코로나19 기간 억제된 보험료 인상분과 지속된 보험 영업수지 악화를 고려해 보험료 조정을 신속하게 추진했다. 패스트트랙 심사와 보험사와의 사전 협의를 통해 신속 승인 절차를 신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캘리포니아의 자동차보험료 규제가 세계적으로 까다로운 편에 속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리스크를 관리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한국 역시 보험사의 위기 대응 역량 제고를 위해 제도적 합리화 및 개선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2022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단행한 만큼 보험 손해액 증가분을 반영한 보험료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다만 일반적으로 자동차보험 상품은 연간 계약이라는 특성과 시장 경쟁으로, 수리비를 비롯해 인플레이션 및 운전자 개인의 위험 요인을 보험료에 모두 반영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에 해외 주요국들은 '선(先)인상 후(後)감독' 체계를 확립해 보험료 조정의 속도를 냄과 동시에 공정하고 투명한 보험료 규제 기준을 확립했다.

프랑스는 ACPR(금융감독원)이 보험료 인상에 대해 사후 감독하며 소비자는 요율인상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계약 갱신 거절 또는 다른 보험사로 계약 이전이 가능하다. 영국의 경우 2022년 1월부터 ▲공정보험료 원칙 ▲투명성 원칙 ▲취약계층(고령운전자와 저신용자 등) 차별 금지 원칙을 기반으로 보험료 인상분에 대한 감독을 강화했다.

◆수리비·사고 손해액 증가세…"정비업체 경쟁 촉진·책임 강화가 해법"

보험료 감독체계 확립과 함께 보험사의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손해액 관리를 위해 차량수리 관행 개선과 위험 평가 방식 개선도 요구되는 상황이다. 주요국은 수리비 절감을 위해 ▲수리 기간 단축 및 효율화 ▲부품 교환보다는 수리 지향 ▲부품·정비업체 경쟁 촉진 ▲차량 위험평가 기준의 유연한 개선 등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은 재활용·중고부품 활용을 촉진해 부품 공급망을 다양화했고 평균 수리시간은 60일에서 30일로 단축해 부품·정비업체 간의 경쟁을 활성화해 수리 관행·비용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독일 역시 정비업계 경쟁 촉진을 위해 차량데이터(센서, 배터리, 첨단운전보조시스템 정보 등) 공개 범위를 명확히 했다. 이어 정비업체에 자동차보험 수리 청구 금액이 예상 견적을 15% 이상 초과하는 경우 고객 사전 통지 의무를 부여해, 수리 관련 배상 책임을 강화하기도 했다.

양국은 차량 위험도 재평가를 통해 차량등급 시스템을 개선해 차량의 위험도에 부합하는 보험료와 보험금 책정 체계를 확립했다. 특히 독일은 매년 ▲차량 모델 ▲운행 지역 ▲운전자 무사고 할인 등급별 사고·손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위험도를 매년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늘어나는 사고 손해액과 자동차 수리비에 비해 보험료 조정과 수리비 관리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대인 및 대물배상 손해액은 8% 내외로 증가했지만, 자동차보험료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기준으로 5.4% 감소했다. 이어 2023년부터 자동차 수리비 증가세가 꾸준한 만큼 감독당국과 보험업계의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요국 사례에 따르면 보험료 조정과 수리관행 관련 제도 개선은 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양질의 대응 방안으로 보인다"며 "자동차보험 영업이익 적자에 대해 보상 및 차량수리 관행 개선과 자동차보험료 합리화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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