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9.27 12:00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로또 청약'을 문제 삼으면서 부동산 시장의 시선은 한동안 잊혔던 채권입찰제로 향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는 본래 무주택 서민에게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취지로 설계됐다. 택지비와 건축비를 근거로 일정 수준 이하에 분양가를 책정하다 보니 주변 시세 대비 60~80% 수준에서 가격이 정해졌다.
이 제도가 강남·서초·송파와 용산 등 규제지역 민간택지에도 적용되면서 오히려 시장에 '로또 청약'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시세보다 훨씬 낮은 분양가 덕분에 당첨만 되면 억 단위 차익이 보장되는 구조가 된 것이다.
실제 사례는 화려하다. 송파구 신천동 '잠실르엘'은 최대 13억원 차익을 기대한 청약자 10만명이 몰려 기록적인 경쟁률을 세웠다.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역시 10억원 이상 시세차익이 가능하다는 소식에 3만6000여명이 응모했다. 청약 통장 만점자가 속출하면서 일반 청년층과 신혼부부는 시작부터 경쟁에서 밀려났다.
정부는 결국 공급자 이익과 당첨자 차익이 과도하게 쏠리는 현상을 완화할 필요성을 제기했고, 대안 중 하나로 채권입찰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채권입찰제는 분양가 상한제처럼 가격을 직접 억제하지 않는다. 대신 시세 차익이 예상되면 당첨자가 분양가 외에 국공채를 일정 금액 매입하도록 의무화한다. 분양가와 시세 간 격차가 클수록 매입해야 할 채권 규모가 늘어나고, 이를 통해 시세차익의 일부가 공공으로 환수되는 구조다.
예를 들어 분양가가 8억원, 인근 시세가 10억원인 아파트가 있다고 가정하면 분양가는 8억원으로 유지되지만 당첨자는 일정 상한선에 맞춰 국공채를 매입해야 한다. 이후 당첨자는 시간이 지나 채권을 할인된 가격으로 되팔 수 있어 실질적 손해는 제한적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차익 일부는 자연스럽게 국가 재정으로 흡수된다.
채권입찰제는 1983년 처음 도입됐다가 1999년 폐지됐으며, 2006년 판교신도시와 고양시 일산2지구에서 한 차례 적용된 전례가 있다.
두 제도의 차이는 뚜렷하다. 상한제가 가격 통제라면, 입찰제는 차익 공유에 가깝다.
채권입찰제는 긍정적으로는 청약 과열을 누그러뜨리고 실수요자 중심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 국공채 매입을 통한 공공재원 확보도 가능하다.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적 청약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효과는 크다.
그러나 부정적 측면도 무시하기 어렵다. 당첨자의 이익을 공공이 환수한다는 점에서 재산권 침해 논란이 불가피하다. 채권 매입에 따른 초기 자금 부담은 무주택자의 청약 진입 장벽을 높일 수 있고, 자칫 현금 부자에게만 기회가 돌아가는 역효과를 낳을 가능성도 있다. 환수된 금액의 사용처가 불투명할 경우 사회적 반발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채권입찰제는 분양가 상한제의 한계를 보완하는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시장 상황에 맞게 세밀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환수 비율과 채권 매입 방식에 따라 정책 효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성급한 도입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경고다.
국토교통부 역시 "즉각 도입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신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전매제한 강화, 거주의무기간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결국 제도의 성패는 '얼마나 공정하게 차익을 사회와 나눌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환수된 자금이 무주택자 주거 지원이나 공공주택 확충 등 명확한 목적에 사용된다면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반발만 키울 수 있다.
관련기사
- [짠富테크] 6·27대책 비껴간 오피스텔…투자 매력 다시 커질까
- [짠富테크] 혜택 공유하는 가족카드…소득공제는 누구 몫일까
- [짠富테크] 상생페이백, 최대 30만원 돌려받는다…이달 15일부터 신청 시작
- [짠富테크] 대출 규제 약발 끝났나…서울 아파트값 29주째 상승
- [짠富테크] 기초·노령연금 수급 조건·지급액·신청 절차는?
- [짠富테크] 세입자 안전벨트 '전세보증보험'…보증료 지원까지 알뜰하게 챙기자
- [짠富테크] '똘똘한 한 채'의 진화…대형 아파트 다시 뜬다
- [짠富테크] 급전 필요해도 중도해지 '손해'…예금담보대출 활용하기
- [짠富테크] 사망보험금, 이제 생전에 받는다…'유동화 제도' 10월 시행
- [짠富테크] 퇴직연금, 진짜로 쓸 수 있는 순간 따로 있다
- [짠富테크] 반려동물부터 라이더까지…일상 속 '미니보험' 뜬다
- [짠富테크] 수억 시세차익 노린 부정청약 기승…근절방안 대폭 강화
- [짠富테크] '국평' 대신 59㎡ 소형 대세…청약시장 변화 바람
- [짠富테크] "세액공제에 답례품까지"…고향사랑기부제 활용하기
- [짠富테크] 보험, 주계약만 믿었다간 '반쪽 보장'…알아두면 좋은 특약 활용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