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웍스=차진형 기자] 몇 년간 부동산 시장의 대세였던 소형 아파트의 독주가 흔들리고 있다. 1~2인 가구 증가와 실수요 기반의 소형 선호 흐름이 계속됐지만, 최근 중대형 이상 평형의 반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공급 부족, 가격 상승률 우위, 그리고 주거 가치의 재구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대형 아파트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대형 아파트(전용 85㎡ 초과)의 공급은 지난 10년간 급감했다. 2008~2012년까지만 해도 전체 공급의 30% 이상을 차지했던 대형 평형은 2014년 11.9%로 떨어진 뒤 10% 초반대에서 정체돼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소형(전용 60㎡ 이하) 주택 비중은 10%대에서 20% 이상으로 늘었다. 1~2인 가구 비중이 전체의 64.3%(2024년 기준)에 달할 정도로 늘어난 데다, 건설사 입장에서도 분양 리스크가 적은 소형 위주 공급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 대형 평형은 공급 희소성이 두드러지며 시장의 관심을 다시 끌기 시작했다. 2029년까지 누적 공급을 보면 소형은 전체의 33.6%, 대형은 12.3%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수요는 여전하지만 공급이 줄어든 대형 아파트는 가격 측면에서도 반전을 보이고 있다. KB부동산 데이터허브가 집계한 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2022년 6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최근 3년간 대형 아파트 가격은 12.0% 상승했다. 같은 기간 소형 아파트는 오히려 9.2% 하락했다.

소형보다 거래는 적지만 일단 오르면 폭이 크다는 게 대형 아파트의 특징이다. 특히 대체 가능한 공급이 적고 신축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보니, 가격은 구조적으로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평형의 문제가 아니다. 삶의 질, 공간 활용, 독립성, 수납 여건 등을 고려하는 중산층 이상의 수요자들이 '넓은 집'에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과거처럼 다주택으로 분산 투자하기보다는 도심 핵심지나 교통 우수지역에 '똘똘한 한 채'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수요가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금리 안정과 인플레이션 국면이 맞물리며 실거주 수요자 중심의 주거 패턴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이전에는 집의 크기보다 가격이나 유동성이 우선됐다면, 지금은 '가치 소비'가 강조되며 중대형 평형이 다시 선택지에 올라오는 모습이다.

향후 평형 선호도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일부는 "1~2인 가구가 늘긴 했지만, 소형 아파트 공급이 이를 앞질러 오히려 과잉 우려가 있다"며 대형 회귀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에서는 여전히 소형이 유동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며 시장 전반의 중대형 확대에는 선을 긋는다.

결국 단순한 가구 수 변화만으로 면적 선호도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공급 구조상 희소성이 높아지는 대형 평형에 대한 관심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질적인 주거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대형 아파트는 단순한 면적을 넘어 하나의 주거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