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10.24 11:21
한국인 송금액 88%…지급정지 사례도 다수 발생

[뉴스웍스=정희진 기자] 농협은행을 통한 캄보디아 송금이 최근 4년 새 급증하며 보이스피싱과 조직범죄 자금의 해외 유출 통로로 악용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특히 송금액 대부분이 한국인 명의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관리·감독 부실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어기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협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캄보디아 조직범죄가 본격화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농협은행을 거쳐 캄보디아로 송금된 금액은 약 3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송금액은 2021년 368억원에서 2022년 459억원, 2023년 942억원, 2024년 1038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9월 기준 송금액만 798억원에 달해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2021년부터 올해 9월까지 농협은행을 통해 캄보디아로 송금된 건수는 총 2만1981건, 금액으로는 3605억원(2억5172만달러)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한국인 송금액이 3160억원(2억2045만달러)으로 전체의 88%를 차지했다.
특히 2023년부터 올해 9월까지 농협은행을 통해 캄보디아로 송금된 계좌 중 지급정지 조치가 내려진 사례는 31건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협박형 보이스피싱 송금이 포함돼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농협은행은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금융사기 방지 시스템 구축 및 운영에 54억원을 투입했지만, 실효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는 8807건, 피해액은 1366억 원에 달했으나 환급금은 217억원(환급률 15.9%)에 그쳤다.
농협은행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캄보디아 현지 단체인 '위기의 여성들을 위한 행동(AFESIP)'에 3만7000달러(약 5000만원)를 기부했다. 그러나 이 단체는 창립자인 소말리 맘이 2014년 성착취 피해자에게 허위 증언을 시킨 사실이 드러나 미국 내 비영리 기구가 폐쇄됐으며, 미 대사관도 자금 운용 및 서비스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그럼에도 소말리 맘은 현재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다.
어기구 의원은 "캄보디아를 중심으로 납치·협박형 보이스피싱이 확산하고 있지만 농협은행의 금융사기 방지 시스템은 여전히 허술하다"면서 "캄보디아 송금이 범죄자금 통로로 악용될 우려가 큰 만큼 해외계좌 실명확인과 이상거래 탐지체계를 전면 재점검하고 현지 사업과 기부금 운용을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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