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9.30 16:09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산업은행이 또다시 '회전문 인사' 논란에 휘말렸다. 최근 8년간 퇴직 임직원의 재취업 행적을 들여다보니 출자회사와 자회사로의 직행이 고착화된 모습이 확인됐다.
공적 금융기관의 퇴직 인력이 사실상 '내부 생태계'에서 재취업을 보장받는 구조가 굳어진 셈이다.
30일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산은 퇴직자 66명 가운데 출자회사 34명, 자회사 31명이 재취업했다. 나머지 1명은 취업심사대상기관으로 이동했다.
더 큰 문제는 속도다. 전체의 82%인 54명이 퇴직 3개월 내 재취업했다. 나머지 6명은 1년 내에 자리를 옮겼다. 사실상 퇴직과 동시에 재취업이 이뤄진 구조다. 퇴직 전 의사결정과 퇴직 후 자리 보장이 맞물리는 이해충돌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연도별 재취업 인원을 보면 2019년 11명, 2020년 10명, 2022년 10명, 2023년 9명 등 특정 시기와 무관하게 꾸준했다. 2025년 상반기에도 이미 5명이 출자회사·자회사로 이동했다.
주요 행선지는 산은캐피탈, KDB인프라자산운용, KDB인베스트먼트, KDB ASIA LIMITED 등으로 산업은행이 전략적으로 투자하거나 운영을 지원하는 회사들이다. 이 때문에 정책금융의 영향력이 곧 퇴직자 일자리 보장으로 이어진다는 구조적 비판이 가능하다.
정책금융기관은 막대한 세금과 정책자금을 집행하는 위치에 있다. 그런데 의사결정에 관여했던 인사가 곧바로 출자회사로 이동한다면 투자와 지원 과정에서 사후 보상이 있었는지 여부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금융권에서는 산은의 출자 구조가 사실상 '퇴직자의 생태계'로 변질됐다는 뼈아픈 지적이 나온다. 퇴직 직후 자회사로 이동하는 관행은 공적 금융기관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제한 규정은 있지만 산은 퇴직자의 경우 적용 범위와 심사 기준이 애매하다. 출자회사나 자회사로의 이동이 원칙적으로 막히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통로가 열려 있는 셈이다.
김승원 의원은 "퇴직자들의 출자회사 직행은 국민 신뢰를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회전문 인사를 근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은 회전문 인사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금융권 곳곳에서 "왜 제도 개선이 번번이 미뤄지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앞으로 ▲출자·자회사 재취업 심사 강화 ▲이해충돌 방지 가이드라인 마련 ▲독립적 심사기구 운영 등 이와 같은 장치가 도입되지 않는 한 산은 퇴직자의 재취업은 고착화된 관행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