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다혜 기자
  • 입력 2024.11.15 21:00

호실적 지우는 금융사고 잇달아 발생…내부관리 역량이 좌우
무사고 신한·하나은행장 '청신호'…국민·우리·농협은 '안갯속'

이재근(왼쪽부터) 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농협은행장. (사진제공=각사)
이재근(왼쪽부터) 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농협은행장. (사진제공=각사)

[뉴스웍스=김다혜 기자] 국내 주요 은행의 수장 임기가 올해 만료를 앞두고 있다. 모두 경영 실적 면에서 연임을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문제는 내부통제 부문에서 허술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내년부터 책무구조도가 본격 시행되면서 은행장의 책임은 더욱 무거워질 전망이다. 자칫 금융사고가 또 발생할 경우 연임이 되더라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측면도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는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라 은행장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경영승계 절차를 밟고 있다.

이에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이재근 국민은행장을 포함해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농협은행장은 첫 연임에 도전한다.

일단 현재까지 실적 면에서 부족함은 없다. 3분기 누적 기준 5대 은행의 총 당기순이익은 12조688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증가했다.

하지만 연임 여부는 성적표가 아닌 내부통제가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대형 금융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금융당국이 내부통제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책무구조도의 철저한 이행 등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에 좋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사고가 연달아 발생한 우리은행의 경우 연임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가 불거진 가운데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정 대출이 조 행장 취임 이후에도 진행된 것으로 조사돼 이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우리은행 대리급 직원이 대출 신청서를 위조해 100억원 규모를 횡령한 금융사고 발생도 발생해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에 대한 전방위 검사를 진행 중이다.

2024년 3분기 누적 기준 순이익 현황. (자료제공=각사)
2024년 3분기 누적 기준 순이익 현황. (자료제공=각사)

이석용 농협은행장도 내부통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9건으로 피해 금액은 약 434억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의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어 농협금융이 자사 임원을 선임한다 해도 농협중앙회와 복잡하게 얽힌 지배구조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3연임에 도전 중이다. 올해 실적은 홍콩 H지수 ELS 때문에 고초를 겪었지만 지난 3년 동안 국민은행 성장을 이끈 점은 인정받고 있다.

내부에선 앞서 3연임을 한 허인 전 은행장과 같이 4년 동안 국민은행을 맡길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무사고'를 기록한 정상혁 신한은행장과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정 은행장은 지난해 2월 갑작스럽게 취임을 하게 됐지만, 견조한 이익기반을 확보하며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했다.

이승열 하나은행장 역시 국민은행과 같이 홍콩 H지수 ELS 손실 위기를 겪었지만 빠르게 손실을 메워 실적 순항을 이어갔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 은행장 연임은 실적보다 금융사고 여부에 따라 내부통제 관리 역량이 좌우할 것"이라며 "5대 은행장이 한 번에 연임을 결정짓는 이례적인 상황인 데다 각 은행 별로 다양한 상황이 겹쳐 있는 등 변수가 많아 가늠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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