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5.03.23 08:00

연준 인하속도 조절에 한은 여력 커져…가계부채 살펴볼 듯

한국은행. (사진=박성민 기자)
한국은행. (사진=박성민 기자)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월에 이어 3월에도 연 4.25~4.50%인 정책금리를 동결했다. 이에 한국은행도 내달 17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연 2.75%인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커졌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준은 지난 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올해 2차례 인하 전망도 유지했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통화정책 변화에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연준 금리가 동결되면서 한은 기준금리와의 격차는 상단에서 1.75%포인트로 유지됐다. 한은 기준금리는 작년 10월 3.50%에서 3.25%로 떨어지면서 인하기에 돌입했다. 11월 0.25%포인트 떨어진 뒤 올해 1월 동결됐고, 2월 0.25%포인트 추가 인하됐다.

연준이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한은도 서두르지 않을 가능성이 나오나, 현 경기 수준은 인하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17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을 1.5%로 제시했다. 작년 12월 전망치 대비 0.6%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21일에는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가 올해 성장률을 1.6%로 제시했다. 석 달만에 0.3%포인트 낮췄다.

최근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는 1%대 중반으로 낮아지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 필요성이 제기된다.

다만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가계대출 증가세와 환율 변동성 확대 등은 한은이 인하를 고민하게 만든다. 또 성장률 하향세는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추경으로도 일부 방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주택·아파트단지 전경. (사진=뉴스웍스DB)
서울의 주택·아파트단지 전경. (사진=뉴스웍스DB)

금리 인하에 가장 큰 걸림돌은 '가계대출'이다. 정부는 지난 19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과열 양상을 보이는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강남 3구와 용산구 소재 전체 아파트 40만호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지난 2월 강남·송파구 주택에 대한 토허구역 해제 후 집값이 상승함에 따라 정책을 되돌린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6주 연속 올랐다. 특히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값은 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부동산 상승 영향으로 가계대출도 증가 전환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1월 5000억원 줄었으나, 2월에는 3조3000억원 늘었다. 2월 중 주택담보대출만 3조5000억원 증가했다. 2금융을 더하면 주담대는 한 달 만에 5조원 늘었다.

한은도 우려를 표했다. 지난 13일 발간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서울 일부 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 금융권의 가계대출 관리조치 완화 및 대출취급 확대 등이 주택가격 상승 기대 및 가계부채 증가세를 다시 자극할 가능성에 대해 계속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해외 투자은행(IB)은 한은 금리 인하 시점이 3분기로 밀릴 수 있다고 판단하는 모습이다. 

BNP파리바는 "한은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5월이라는 기존 전망은 유지하나 연준의 신중한 통화정책, 미국 관세 영향, 국내 정치상황에 대한 불확실성 및 가계부채 문제 등으로 3분기로 연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월 금통위 회의록에서 금리 인하에 대한 위원들의 신중한 입장이 확인된 만큼 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까지의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하면서 금융 안정성에 보다 초점을 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클레이즈는 "가계부채 및 부동산 가격 상승세로 인하가 지연될 소지가 있다. 한은이 4월부터 매파적 가이던스를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며 "정치 이벤트, 추경, 미국 상호관세 등 대내외 변수들이 산재해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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